본문 바로가기
상상이상(想像理想) 이야기/책 한 권 읽고 글 한 편 쓴다

피로스마니의 사랑

by 두마리 4 2025. 3. 4.

이서원의 산문집 달골을 읽었다. ‘숨뜨락에서 만난 사람들이란 부제가 붙어 있다. ‘달골이란 책 이름이 특이하다. 작가의 고향 동네 이름인가. ‘숨뜨락이라는 조어가 작가가 시인임을 말해주는 듯하다.

 

책에 실린 산문은 지역 신문에 실었던 칼럼을 묶은 것이다. 비교적 짧아서 읽기에 편하다. 하나의 제목 아래 두 인물을 짝지어 글을 썼다.

 

홍대용과 엄성, 형가와 고점리, 소진과 장의, 사마천과 임안, 이광사와 김정희, 박목월과 조지훈, 안영과 마부, 박제가와 백영숙, 박지원과 유한준, 백이와 숙제, 이달과 허균, 여불위와 친구, 이덕무와 릴케, 조조와 진궁, 섭정과 섭영, 조조와 진궁, 아버지와 아들, 조동화와 장석주, 신흠과 윤오영, 문공과 개자추, 차치리와 신발 장수, 임제와 한우, 오기와 병사, 주공과 성왕, 주공과 성왕, 문왕과 화씨, 모수와 평원군, 추기와 제위왕, 상앙과 효공, 이사와 진시황제, 이순신과 선조, 정조와 이옥, 니코 피로스마니와 마카리타, 짐 엘리어트와 엘리자벳, 가티와 워드, 루누와 카흐, 마네와 수잔, 목동과 스테파네트 아가씨, 영조와 숙빈 최씨, 김려와 연희, 이용휴와 정재중 정약용과 황상.

 

한 번쯤 들어봤던 인물도 많다. 피로스마니와 마카리타 이야기는 처음 듣는다. 피로스마니는 조지아의 가난하고 인기없는 화가였다. 마카리타는 프랑스의 인기 배우이며 댄서 가수였다. 어느 날 피로스마니는 마카리타의 공연을 보고 한 눈에 반한다. 피로스마니는 전 재산을 털어서 장미 100만 송이를 사서 마카리타가 머물고 있는 집의 창가에 바쳤다. 마카리타는 40일 간의 공연이 끝나자 피로스마니의 사랑을 외면한 채 파리로 돌아가버렸다.

 

피로스마니는 마카리타의 초상화를 걸어놓고 평생 그리워하며, 자신만의 화풍을 고집하며 그림을 그리다가 영실실조로 뒷골목에서 쓸쓸히 생을 마감하였다.

 

피로스마니가 죽은 뒤, 그는 미술계의 거장으로 재평가된다. 조지아의 국민 화가로 추앙받고 있으며 조지아 화폐에 그의 얼굴과 그림이 들어가 있다. 피로스마니 사후 50, 1969년 조지아 출신으로는 최초로 파리 루브르 박물관에 그림이 전시되었다. 전시 기간 동안 하루도 빠지지 않고 매일 오는 80대 노인이 있었다. 마지막 날 그 노인은 여배우 마카리타그림 앞에서 오랫동안 슬프게 울었다. 마카리타였다.

 

사랑은 늘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이 아름답다. 그 아름다움은 슬픔과 안타까움에 비례하는 걸까. 그 절절함은 두 사람 사이의 건널 수 없는 간격만큼일까.

 

(공백 포함 1,227)

별별챌린지 863일차

'상상이상(想像理想) 이야기 > 책 한 권 읽고 글 한 편 쓴다' 카테고리의 다른 글

서구 세계는 기독교적일까  (0) 2025.03.05
인간의 대지  (0) 2025.03.03
자객, 형가  (0) 2025.03.01
자객, 전제  (0) 2025.02.28
자객 조말  (0) 2025.02.27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