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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역으로 글쓰기/글쓰기로 자강불식하는 주역(두마리)

64. 화수미제(火水未濟䷿), “마침내 … 모든 끝의 … 시작을”

by 두마리 4 2023. 1. 25.

未濟, , 小狐汔濟, 濡其尾, 无攸利.

형통하니 어린 여우가 거의 건너가서 꼬리를 적시니 이로울 바가 없다.

 

初六, 濡其尾, .

초육, 그 꼬리를 적셨으니 부끄러움을 당할 것이다.

九二, 曳其輪, 貞吉.

구이, 수레를 뒤로 끌어당기니 바르고 길하다.

六三, 未濟, 征凶, 利涉大川.

육삼, 미제에 가면 흉하나, 큰 내를 건너는 것은 이롭다.

九四, 貞吉悔亡, 震用伐鬼方, 三年有賞于大國.

구사, 굳게 지켜서 길하면 후회가 없을 것이니, 떨쳐 일어나 귀방을 정벌하여 3년간 대국에서 상이 있었다.

六五, 貞吉, 无悔, 君子之光, 有孚, .

육오, 바르고 길하여 후회가 없으니 군자의 빛남에는 진실함이 있어서 길하다.

上九, 有孚于飮酒, 无咎, 濡其首, 有孚, 失是.

상구, 믿음을 두고 술을 마시면 허물이 없다. 머리를 적실 정도로 마시면 믿음이 있어도 마땅을 잃을 것이다.

 

 

화수미제괘(火水未濟卦䷿)는 물(坎水)이 아래에 있고, (離火)이 위에 있는 모양이다. 물은 아래로 흐르는 기운이고 불은 위로 오르는 기운이다. 수화기제괘()와는 반대로 수강화승(水降火升)이다. 부조화이고 상극이다. 음은 모두 홀수 자리에, 양은 모두 짝수 자리에 있어 바르지 못하다.

 

괘 이름 미제(未濟)’건너지 않음이고, ‘미완성이다. 이게 어떤 의미인지 파악하기 위해서는 미제괘(未濟䷿)와 관련 있는 다른 괘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미제괘(䷿)는 감괘()와 리괘()가 겹쳐져 있고, 양효()와 음효()가 각각 3개이다. 감괘 두 개로 이뤄진 것이 상경(上經) 29번 째인 중수감괘(重水坎卦䷜)이다. 중수감은 수렁이고 지속적인 역경이다. 리괘() 두 개로 이뤄진 것이 상경(上經) 마지막 괘인 중화리괘(重火離卦䷝)이다. ()달라붙는 집착’, ‘찬란함’, ‘걸출함이다. 중화는 불[]이 두 개이니 밝고 찬란하고 걸출함을 상징하는 것은 쉽게 이해가 된다. 또한 ()’나누고 떠남이다. 그런데 ()’붙음의 뜻도 있다. ‘붙음떠남의 뜻이 한 글자에 동시에 있다니! 도올 김용옥이 불이 붙는다는 말을 예로 들었다. 달라붙어 생각하다 불현 듯 떠오른 좋은 예가 아닐까?(‘불현 듯은 내가 참 좋아하는 우리말 표현이다) 불은 나누고 떠나게 하는 기운인데, 그렇게 하려면 먼저 붙어야한다. 집요하게 달라붙어파고드는 사람이 명석(明晳)’하고 걸출한 사람이 되는 게 아닌가. 아무튼 상경(上經)수렁에서 벗어나 찬란하게 빛나면서 마무리 되는데, 하경(下經) 마지막은 완성에서 미완성으로 마무리 되는 게 묘하다.

 

미제괘(未濟卦䷿)의 부모괘는 천지비괘(天地否卦䷋)이다. 천지비괘는 막힘이다. 기제괘(旣濟卦䷾)의 부모괘는 지천태괘(地天泰卦䷊)이다. 지천태괘는 태평’, ‘자유’, ‘평안이다. 네 괘 모두 양효와 음효가 각각 3개인데, 부모괘에 비해 미제괘와 기제괘는 음양이 섞여 움직이는 모습으로 역동성이나 가변성이 더 크다. 미제괘는 부모괘의 막힘을 바탕에 깔고 있지만 역동적으로 변하고 있는 상황 중의 미완이다. 기제괘는 부모괘의 태평을 바탕에 깔고 있지만 역동적으로 변하고 있는 상황 중의 완성이다.

 

미제괘(未濟卦䷿)의 착·종괘, 배합괘, 도전괘, 역위생괘, 호괘는 모두 기제괘(旣濟卦䷾)이다. 기제괘(旣濟卦䷾)의 착·종괘, 배합괘, 도전괘, 역위생괘, 호괘는 모두 미제괘(未濟卦䷿)이다. 기제가 변하면 미제, 미제가 변하면 기제가 된다. ‘완성속에 미완성이 있고, ‘미완성속에 완성이 있어 그 국면이 변하는 상황이다.

 

수뢰둔괘(水雷屯卦䷂)새로운 시작의 어려움, 고통이다. 화수미제괘(火水未濟卦䷿)미완으로 새로운 시작의 의미가 있다. 무엇이 다를까? 수뢰둔은 중천건괘(重天乾卦䷀), 중지곤괘(重地坤卦䷁) 다음 세 번째의 괘이다. 즉 건괘의 하늘과 곤괘의 땅이 처음으로 교제하여 만물이 처음으로 생성되는 어려움, 고통, 혼돈이다. 미제(未濟)는 기제(旣濟)완성다음에 오는 새로운 시작이다. 늘 끊이지 않는 의문이 또 떠오른다. 모든 완성이나 끝남은 동시에 새로운 시작이나 미완이지 않은가. 흔히 졸업은 새로운 시작이라고 말한다. 고교 졸업으로 말하면 고등학교는 끝남이고, 그 후의 대학이든 취업은 새로운 시작이다.

 

모든 끝은 새로운 시작일까. 출생으로 인한 삶의 시작은 태아의 완성 다음에, 태아는 부모의 생식 세포의 완성과 그것이 합쳐진 다음에, 생식 세포는 무엇의 완성 다음에 생긴 것인가. 천지 창조도 그 이전의 무엇이 완성된 뒤에 비롯된 것인가. 태초의 시작은 아무것도 없는 무()나 공()에서 시작되었는가. 그것도 그 무엇의 끝남 다음에 시작된 것인가. 무엇의 끝과 시작이 있어야 된다는 것 자체가 인간의 한계 아닌가.

 

이제 화수미제괘(火水未濟卦䷿)아직 건너지 않음미완성을 생각해 보자. 뭔가 완성되었다고 생각했는데, 상황이 바뀌거나 문제가 생겨 다시 미완의 상태로 돌아갔다고 가정해보자. 어떻게 해야 할까?

 

형통하니 어린 여우가 거의 건너가서 꼬리를 적시니 이로울 바가 없다.” 미제괘는 전체적으로 형통하다. 다만 형통함이 작을 수도 있다. 또는 어린 여우처럼 경험이나 능력이 부족한 상태에서 섣불리 일을 도모하면 이로움이 없거나 부끄럽게 될 수 있다.

 

대상전에서는 변물거방(辯物居方)’하라고 했다. 먼저 미완(문제)의 상황을 보고 선악, 손익, 옳고 그름, 방향 등을 분석하여 관련된 사물이나 요소들을 잘 배열하여 정리해야 하리라. 어린 여우처럼 뭔가 능력이 부족하고 미비할지라도, 건너려다 꼬리만 적시는 꼴이라 이로움이 없을지라도, 완성해보려고 노력하는 것은 형통하다. 능력이 모자라고 여건이 갖춰지지 않은 상태에서 해결하려고 하면 부끄러움을 당할 수도 있다. 수레를 뒤로 당기듯이 함부로 나서지 않는 것이 바르고 길하기는 하다. 또한 아직 건너지 못하는 상황에서 건너려는 것은 흉할 수 있다. 부끄러움을 당하고 흉할 수도 있지만, ‘건너려고시도하고 노력하다 보면 맷집과 요령, 능력이 커지고 여건도 변한다. 그러다 때가 되면 미완에서 벗어나 다시 밝고 빛나는완성인 기제로 나아갈 수 있다. 기제(旣濟)의 상태가 되더라도 절제를 해야 한다. 언제든지 미제(未濟)로 변할 수 있으므로!

 

<참고 문헌>

[주역전해], 김경방 여소강, 심산

[도올주역강해], 도올 김용옥, 통나무

[대산주역강해], 대산 김석진, 대유학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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