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하는 만남이 있고 원하지 않는 만남이 있다. 이미 아는 사람끼리 약속을 하거나, 모르더라도 사업상 만나는 것은 원하는 경우다. 이런 만남은 기약(期約)적이고 필연적이다.
우발적인 만남은 원하지 않는 만남이다. 거의 대부분의 만남은 우연하게 시작된다. 부모와 자식 간의 만남, 형제 간의 만남, 친구와의 만남, 부부 간의 만남 모두 다 그 시작은 우연이다.
모임이 일정하게 안정되면 새로운 만남이나 변화를 꺼린다. 유유상종(類類相從)의 관성이 있다. 남자들끼만 있는 모임에 여자가 새로 들어오는 것을 꺼리고, 여자들끼리만 있는 모임에 남자가 새로 들어오면 꺼린다. 군자는 군자들끼리, 소인은 소인들끼리 만난다. 독서 모임이든 각종 동호인 모임도 그런 경향성이 있다.
천풍구(天風姤䷫)는 만남이다. 우연(偶然)한 만남이다. 양효(陽爻)만으로 된 중천건(重天乾䷀)에 음효(陰爻) 하나가 밀고 들어온 형상이다. 유(柔)가 강(剛)을 만나는 것이다. 남자가 원해서가 아니라, 여자가 주도해서 이루어지는 만남이다. 남자들만 있는데 여자 하나가 들어온 것이다. 군자들만 있는데 소인 하나가 들어온 것이다. 주역에서는 이를 부정적인 변화를 예고한 것이라 해석한다. 다분히 남성 위주의 남녀 차별적 사고다. 괘사도 ‘여자가 강성하니 여자를 취하지 말아야 한다’고 되어 있다. 남자들 여섯 있는데, 하나를 밀어내고 들어간 여자는 센 여자다. 센 여자가 들어오면 남자는 약해진다. 남자들의 질서가 장구할 수 없게 될 추세다.
원하지 않는 나쁜 만남도 이루어질 수밖에 없다. 살아가면서 우연적으로 만나는 나쁜 만남들이 많다. 하지만 양과 음의 만남, 남과 여의 만남은 필요하다. 천지 만물이 음양의 만남으로 만들어지지 않는가. 남녀의 감응과 교합을 뜻하는 택산함(澤山咸䷞)의 알맹이 호괘도 천풍구(天風姤䷫)이다.
남자들만 있는데, 센 여자 하나가 밀고 들어왔을 때 어떻게 할까. 효사(爻辭)를 보자.
초육은 쇠말뚝에 매면 바르게 함이 길하고, 가는 바를 두면 흉함을 보리니 마른 돼지가 뛰고 또 뛸 것만 생각한다.
구이는 꾸러미에 고기가 있으면 허물이 없으리니, 손님에게는 이롭지 아니하다.
구삼은 볼기에 살이 없은 그 행함을 머뭇거리니, 위태하게 여기면 큰 허물이 없다.
구사는 꾸러미에 고기가 없으니 흉함이 일어난다.
구오는 박달나무로써 오이를 쌈이니, 빛나는 것을 머금으면 하늘로부터 떨어짐이 있다.
상구는 그 뿔에서 만나기 때문에 인색하니, 허물할 데가 없다.
처음에는 쇠말뚝에 매어 놓듯이 구속하고 견제하여 조용히 있도록 만든다. 그 다음에는 각자 지위에 역량에 따라 포용하려고 한다. 양효 중에 바른 자리에 있으며 득중(得中)하여 강한 구오가 초육을 제지하고 포용한다. 원하지 않는 만남에 대처하는 방법은 결국 주체적인
포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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