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화명이괘(地火明夷卦䷣)
명이(明夷)는 ‘밝은 게 상함’이다. ‘상처받은 밝음’이다. 위에 땅[地]인 곤(坤)괘가 있고, 아래에 해[火]인 리괘(離卦☲)가 있다. 해가 땅 밑에 있는 형상이다. 밝음이 땅속으로 들어가 그 밝음이 가려져버린 모습이다. 어둡고 혼란한 암흑의 시대이다. 이럴 때엔 ‘밝음을 그믐으로 한다’. ‘그믐을 써서 밝힌다’. 자신의 재능이나 명성, 지혜를 겉으로 드러내지 않는다. 밝지 않은 것이 밝음이 되는 때이다.
명이괘(明夷卦䷣)는 은나라 말기 주(周)나라 초기의 시대적 배경을 바탕으로 괘사와 효사가 이루어졌다는 게 일반적이 해석이다. 은나라 말 주(紂)왕이 폭정을 할 때 간(諫)하는 세 사람의 현인(賢人)이 있었다. 미자(微子), 비간(比干), 기자(箕子). 미자는 최선을 다하다가 피신했다. 비간은 계속 간언하다 죽여져 심장을 해부당했다. 기자는 미친 척하면서 총명함을 숨기고 살았다.
이때 주왕(紂王)이 유리옥(羑里獄)에 가둔 서백창(西伯昌)[주문왕(周文王)]은 주역(周易) 64괘의 괘사(卦辭)를 지었다는 얘기가 있다.
한편, 주무왕(周武王)이 아버지 주문왕(周文王)의 위패를 앞세우고 동쪽으로 은나라 주왕(紂王)을 치러 갈 때, 고죽국의 왕위를 서로 양보한 백이와 숙제는 무왕의 말고삐를 붙잡고 간언했다.
“아버지가 돌아가셨는데 장례도 치르지 않고 바로 전쟁을 일으키는 것을 효(孝)라고 할 수 있습니까? 신하 신분으로 군주를 죽이는 것을 인(仁)이라고 할 수 있습니까?”
무왕이 은나라의 어지러움을 평정하자 천하가 주(周)나라를 종주(宗主)로 삼았다. 백이와 숙제는 이를 부끄럽게 여기고 주(周)나라 곡식을 먹지 않고 수양산으로 들어가 고사리만 뜯어 먹다가 죽었다고 한다.
은나라 주왕(紂王)의 폭정으로 암흑의 시대가 되었을 때 서백창은 감옥에 갇혀 주역 64괘의 괘사를 지었다. 주왕(紂王)의 서형(庶兄)인 미자는 신주(神主)를 훔쳐 달아나 송나라의 시조가 됐다고 한다. 주왕의 삼촌인 비간은 계속 간하다가 죽임을 당했다. 당숙인 기자는 미친 척하며 살아남아서 주무왕에게 홍범구주(洪範九疇)를 남겼다고 한다. 고죽국 군주의 아들인 백이와 숙제, 숙제에게 왕위를 물려주려고 했던 아버지가 죽자 숙제는 형인 백이에게 왕위를 양보하고 백이는 숙제에게 왕위를 양보하다 둘 다 모두 도망하여 둘째가 왕위를 이었다. 이 백이와 숙제는 주무왕에게 신하가 왕을 쳐서는 안 된다고 간하다고 굶어죽었다.
어둡고 혼란한 시대에는 어떻게 해야 할까?
명이괘(明夷卦䷣)의 괘사(卦辭)는 다음과 같다.
明夷(명이) 利艱貞(리간정).
명이(明夷)는 어렵게 여기고 바르게 함이 이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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