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택규괘(火澤睽卦䷥)
괘이름 ‘규(睽)’는 어긋남, 반목(反目)이다.
규괘의 괘상(卦象)을 보자. 화택규괘(火澤睽卦䷥)는 리괘(離卦☲) 화(火)가 위에 있고, 태괘(兌卦☱) 택(澤)이 아래에 있다. 리괘인 불은 위로 타오르고 태괘인 못은 아래로 적셔 준다. 위에 있는 위로 향하고 아래에 있는 것은 아래로 향하니 어긋나는 모습이다. 위에 있는 하늘은 위로만 올라가고, 아래에 있는 땅은 밑으로만 내려가 서로 소통이 안 되는 천지비괘(天地否卦䷋)와 성격이 유사하다. 다만 비괘(否卦䷋)가 원천적으로 꽉 막힌 형국인데, 비해 규괘(睽卦䷥)는 화합의 역동성이 내재되어 있다. 리(離☲)는 중녀(中女)이고 태(兌☱)는 소녀(少女)로 같이 살지만 서로 반목하는 상을 나타내며 결국 서로 다른 집으로 시집가게 되는 어긋남의 상이다.
왜 여자 둘로서 반목(反目)의 형상을 나타냈을까. 화택규괘(火澤睽卦䷥)를 말아서 뒤집은 도전괘가 가인괘(家人卦䷤)다. 가인괘의 중심이 여자이니 규괘의 어긋남도 여자로 상을 취한 듯하다. 남성 중심의 사고 방식으로 볼 수도 있겠다.
규괘의 괘사를 보자. 暌 小事吉. ‘규는 작은 일에 길하다’ 단전에서는 ‘기뻐하고 밝음에 붙어 있으며 유(柔)가 나아가 위로 올라가서 중(中)을 얻고 강(剛)에 응하니 이 때문에 작은 일은 길하다’라고 풀이한다. 또 ‘천지가 어긋나도 그 일은 같으며, 남녀가 어긋나도 그 뜻은 통하며, 만물이 어긋나도 그 일은 비슷하다. 규의 때와 쓰임이 크다’라고 말한다. 상전에서는 군자는 이를 보고서 같지만 다르게 한다고 주를 달고 있다.
규괘이 효사를 보자.
초구는 뉘우침(후회)가 없어지니 말을 잃고 쫓지 아니해도 스스로 돌아오니 나쁜 사람을 만나도 허물이 없다.
구이는 주인을 골목에서 만나면 허물이 없을 것이다.
육삼은 수레가 뒤에서 끌어당기고 소가 앞에서 가로막으며 사람이 머리를 깎이고 코를 베이니 처음은 없으나 마침은 있다.
구사는 어긋나서 외로운데 훌륭한 남편을 만나 서로 믿으니 위태로우나 허물은 없다.
육오는 뉘우침(후회)가 없어질 것이니, 그 종친이 살을 깨물면 가는데 무슨 허물이 있겠는가.
상구는 어긋나 외로워서 돼지가 진흙을 뒤집어쓰거나 귀신을 실은 수레를 보니 먼저는 활을 당기다기 뒤에는 활을 벗어 놓는다. 적이 아니라 혼인할 짝이니 비를 만나면 길할 것이다.
1~3효는 모두 어긋나 기다리는 바가 있다. 4~6효는 모두 돌아가서 응하는 바가 있다. 내괘에서는 어긋나지만, 외괘에서는 발전하여 합쳐진다.
어긋남은 작은 일에 길하다는 말이 의미심장하다. 작은 일은 어긋나야 길하다는 말이 아닐까. 단전에서 어긋남으로 천지(天地), 남녀(男女), 만물(萬物)을 들고 있다. 하늘과 땅이 어긋나지만 합쳐져 온전한 세상을 이룬다. 남자와 여자가 어긋나지만 합쳐져 온전한 인간을 이룬다. 사물들이 어긋나지만 서로 유기적인 사슬로 연결되어 하나의 생태계를 이룬다.
담장 쌓기처럼 돌 하나하나는 어긋나야 전체적인 담은 강하고 아름답게 조화를 이룬다. 사람이나 온갖 사물도 각각의 개체는 자유롭고 달라야 전체적으로 건강하고 아릅다. 기온의 변화, 비, 바람, 번개 등은 어긋나고 불규칙적이고 일관성이 없지만, 지구 전체로 보면 늘 조화를 이루는 것과 같지 않을까. 어긋남의 때와 쓰임이 크다는 말에 공감이 된다.
규괘의 ‘어긋남’을 보고 군자는 ‘같지만 다르게 한다’고 말한다. 『논어』에 나오는 군자(君子) 화이부동(和而不同), 소인(小人) 동이불화(同而不和)와 상통한다. 또 『중용』에 나오는 화이불류(和而不流)라는 말과도 맥락이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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