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화가인괘(風火家人卦䷤)
괘이름 ‘가인(家人)’은 가족, 가정생활이다. 가족이 해체된 면도 있고, 1인 가구도 많지만 여전히 가정은 국가 공동체의 가장 기초적인 단위이다. 불안한 가정이 많아지면 나라 전체의 위태로움도 커질 수밖에 없다.
가인괘의 괘상을 보자. 가인괘(家人卦䷤)는 위에는 손괘(巽卦☴) 바람[風]이 있고, 아래에는 리괘(離卦☲) 불이 있다. 불로부터 바람이 불어나오는 모습이다. 안으로부터 밖으로 나오는 모양이다. 가정이 있으면 가정부터 제대로 되어 있어야 남자든 여자든 사회 활동을 안정적이고 일관되게 할 수 있다. 가인괘에 수신제가치국평천하(修身齊家治國平天下)도 들어 있다. 손괘(巽卦☴)는 장녀를, 리괘(離卦☲)는 중녀를 상징한다. 집안에서는 여자가 중요하다. 중녀가 장녀를 잘 따르면 나머지 딸들은 그 질서에 순응하게 되어 집안이 화목하게 된다. 외괘의 중간인 5효가 양(陽)으로 남자를 뜻하고, 내괘의 중심인 2효가 음(陰)으로 여자를 뜻한다. 위와 밖으로는 남자가 중심이 되고, 아래와 안으로는 여자가 중심이 돼야 화목하고 안정적인 가정이 된다는 뜻이다. 손괘(巽卦☴) 전체를 집안의 남자들, 리괘(離卦☲) 전체를 집안의 여자들로 해석하기도 한다.
가정에서 누구의 역할이 가장 중요할까. 가인괘(家人卦䷤)의 괘사(卦辭)를 보자. 家人 利女貞. ‘여자가 바르게 함이 이롭다’는 뜻이다. 물론 한 집안이 잘 되려면 남자들 즉 아들, 아버지, 할아버지도 잘 해야 한다. 그렇지만 집안 일에서 더 중요한 쪽이 여자라는 뜻이다. 지금은 옛날과 많이 달라졌지만, 여전히 집안에서 중심이 여자인 경우가 많다. 단전에서 ‘여자는 안에서 바르게 하고, 남자는 밖에서 바르게 한다’라고 말한다. 또 부모는 엄한 임금처럼 해야 된다고 말한다. 또 아비는 아비답고, 자식은 자식답고, 형은 형답고, 아우는 아우답고, 지아비는 지아비답고, 지어미는 지어미다워야 집안의 도가 바르게 된다고 말한다. ‘~답다’는 것은 ‘바르다’는 말 만큼이나 상대적이고 고정돼 있지 않다. 하지만 ‘답게’ 하고, ‘바르게’ 하는 것은 그 시대 문화에 따라 어느 정도는 일반화되어 있다.
가인괘(家人卦䷤)의 효사(爻辭)를 보자
초구는 집에 있어서 (규범을) 익히면 후회가 없으지리라.
육이는 이루는(제멋대로 하는) 바가 없고, 중괘를 하면(집안에서 부인의 도리를 다하면/ 집안 사람들의 음식을 주관하면) 바르고 길할 것이다.
구삼은 엄숙하게 하니 위태하여 뉘우치나 길하니 부녀자가 희희덕거리면 끝내 부끄러움을 당할 것이다.
육사는 집안을 부유하게 하니 크게 길하다.
구오는 왕이 집을 지극히 하니(감격시키니) 근심할 것 없이 길하다.
상구는 믿음을 두고 위엄 있게 하면 마침내 길하다.
외괘는 집안의 남자들이 마땅히 해야 할 일을 말하는 것 같다. 집안의 남자들(아들, 아버지, 할아버지)은 집안을 부유하게 하고, 왕처럼 집을 지극히 하여 감격시키며, 믿음을 두고 위엄있게 해야 하는 것이 남자의 덕목이었다. 내괘는 집안의 여자들이 마땅히 해야 할 일을 말하는 것 같다. 집안의 여자들(딸, 어머니, 할머니)은 규범을 익히고, 음식을 잘 하며, 희희덕거리지 않고 엄숙해야 하는 것이 여자의 덕목이었다. 지금은 남녀의 기대역할이 옛날과 다르지만 그래도 수긍할 많한 점들이 있다. 어떤 공동체든 위계나 질서는 있을 수밖에 없고 그래야 유기적이고 효율적이 되는 면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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