뢰천대장(雷天大壯䷡)
사람들은 대체로 큰 것을 더 좋아한다. 과일도 곡식도 가축도 큰 것이 더 상품(上品)이다. 크다고 좋은 것만이 아니고, 작은 것은 더 좋을 경우도 많은데 사람들은 더 큰 것을 추구한다. 큰 것이 절대적으로 좋은 것이 아니라는 것은 계속 확장해보면 대번에 알 수 있다. 사과나 배가 큰 것이 좋다고 한 알이 축구장 만해도 좋아하겠는가. 사람도 키 큰 사람을 좋기로서니 3미터 넘는 장신을 좋아하겠는가.
큰 것을 좋아하게 된 연유(緣由)는 알겠다. 똑 같은 품종이고 거의 똑 같은 환경에서 자랐다면 큰 것이 생장이 탈이 없었던 것이라 추측할 수 있다. 영양가든 맛이든 큰 것이 더 우월하다고 보는 것이 합리적이다. 괜히 석과불식(碩果不食)이란 말이 나온 게 아닐 것이다. 또 아름다움 미(美)에 큰 대(大)가 들어있는 것이 아니리라.
주역에서 뢰천대장(雷天大壯䷡)은 크고 장성함을 의미한다. 하늘에서 크고 장성함이라면 중천건(重天乾䷀)만 한 것이 있을까. 땅에서 크고 장성한 것이 중지곤(重地坤䷁)만한 것이 있을까. 하지만 중천건이나 중지곰은 단지 크고 장성함만을 상징하기엔 그것이 포괄하는 바가 너무나 광대하다. 하늘(☰)의 기운과 땅(☷)의 기운을 바탕으로 하면서 그것이 어우러졌을 때 가장 크고 장성한 것이 무엇이겠는가.
하늘과 땅이 어우러진 천지비(天地否䷋)나 지천태(地天泰䷊)는 천지의 기운이 맞닿기는 했지만 역동성이 없다. 뢰천대장(雷天大壯䷡)은 양강(陽剛) 네 개의 효가 치밀어 올라가는 힘이 있는데다 상괘(上卦)가 진뢰(震雷☳)로 요동치며 움직이는 힘이 있다. 또 양강(陽剛)이 여섯 개 중에 네 개가 되었을 때 가장 힘이 크고 장성할 때다.
‘대장(大壯)’은 ‘씩씩하고 힘참’, ‘장성(壯盛)’, ‘장대(壯大)’다. 대장괘(大壯卦䷡)에서 양효(陽爻)가 크고 무성(茂盛)하고 강건(剛健)함을 상징한다. 세(勢)나 기운이 크고 장성할 때 어떻게 해야 할까. 바르게 해야 이롭다. 크고 장성하여 그 힘이 다른 것들을 압도하고 지배한다면 절제하기 쉽지 않고 바르게 하기도 쉽지 않다. 불완전한 인간이기 때문에 그렇다. 그래서 성(盛)하면 쇠(衰)하고 차면 기우는 순리를 벗어나기 힘들다. 크고 장성할수록 바르게 해야 이롭다. 이 말은 크고 장성하면 바르게 하기가 어렵다는 의미다.
크고 장성할 때 군자는 예(禮)가 아니면 밟지 않는다고 했다. 이는 예가 아니면 보지도 말고, 예사 아니면 듣지도 말고, 예가 아니면 말하지 말고, 예가 아니면 움직이지 말라는 말이기도 하다. 그만큼 크고 장성할 때는 예를 지키기 힘들기 때문이리라. 힘이 있는데도 힘으로 억박지르지 않으면 군자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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