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렵고 험난함의 때와 쓰임

수산건괘(水山蹇卦䷦)

 

수산건괘(水山蹇卦䷦)의 괘이름 건(蹇)은 무슨 뜻인가. ‘건(蹇)’은 ‘절뚝발이’이다. 잘 걷지 못한다는 뜻이 있으니 어려움, 곤란, 난국(難局), 험조(險阻)함을 의미한다. 험조(險阻)함은 ‘지세가 가파르거나 험하여 막히거나 끊어져 있음’이다.

 

수산건괘(水山蹇卦䷦)의 괘상(卦象)을 보자. 괘의 모양을 보면 위에는 감(坎☵)이 있고, 아래에는 간(艮☶)이 있다. 감(坎)은 험함이고 간(艮)은 그침이다. 앞으로 험한 강물이 있고, 뒤로는 높은 산이 가로막고 있는 형상이다. 이른바 산전수전(山戰水戰) 다 겪어야 하는 험난함이다. 건괘(蹇卦䷦)의 역위생(착종)괘인 산수몽(山水蒙)과도 비슷하다. 몽괘는 험난함[坎☵]이 안에 있고, 밖에서 그친다[艮☶]. 밖으로는 막힌 상황에서 어려움을 견디면서 깨우치고 길러나가는 상이다. 산속에서 샘물이 흘러나오는 모양이다.

 

수산건괘(水山蹇卦䷦)의 괘사(卦辭)를 보자. 蹇 利西南 不利東北 利見大人 貞吉. ‘건(蹇)은 서남쪽이 이롭고 동북쪽은 이롭지 않으며, 대인을 봄이 이로우니, 바르게 하면 길하다.’

 

후천팔괘도로 보면 서남쪽은 곤(坤☷)의 땅으로 순조롭고 평이한 지역이다. 따라서 어려울 때는 순조롭고 평이한 방향이 이로운 쪽이다. 단전에서는 중(中)을 얻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곤(坤☷)이 중(中)을 얻으면 감(坎☵)이 된다. 동북쪽은 간(艮☶)의 산으로 험난한 곳이다. 어려울 때 험난한 쪽으로 가면 이롭지 않다. 어려울 때는 그것을 벗어날 방도나 지혜를 알려줄 대인을 만나 가르침을 받는 것이 이롭다. 어려울 때일수록 바르게 해야 길함은 말할 것도 없다. 대상전에서는 어려움을 벗어나는 방법으로 ‘자기 몸을 반성하고 덕을 닦아야’ 한다고 말한다.

 

수산건괘(水山蹇卦䷦)의 효사(爻辭)를 보자.

 

초육은 가면 어렵고 오면 명예롭다.

육이는 왕과(의) 신하가 어렵고 어려운 것이 자기 때문이(몸의 연고/자기 몸뚱이 하나를 위함이) 아니다.

구삼은 가면 어렵고 오면 돌아오리라.

육사는 가면 어렵고 오면 이어지리라(연합할 것이다).

구오는 크게 어려움에 벗이 오도다.

상육은 가면 어렵고 오면 큼이라. 길하니 대인을 봄이 이롭다.

 

어려울 때의 처세를 말하고 있다. 여섯 효 모두 가면 어렵다고 말한다. 어려울 때는 그칠 줄 아는 지혜가 필요하다는 뜻이다. 어려움을 극복할 때 가장 중심의 자신의 역량이다. 외부의 조건이 변하여 때가 올 때가 자신을 반성하고 덕을 길러 힘을 비축해야 한다. 또 어려울 때는 벗의 도움이 필요하고 연합하고 연대하면 벗어날 힘이 커진다.

 

어려울 때는 공간 시간 모두 중(中)을 얻어야 한다. 또 음양(陰陽) 모두 자신의 지위에 맞는 정(正)을 얻어야 한다. 주변의 도움을 받을 수 있는 비(比)를 얻고 떨어져 있는 힘이라도 응(應)함이 있어야 한다. 단전에서 ‘건(蹇)의 때와 쓰임이 크다’고 말했다. 어려움과 험난함은 자신을 반성하게 하고 덕(德)을 기르게 하며 재능과 역량을 길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