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소월의 ‘눈’을 읽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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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하얀 흰 눈, 가비얍게 밟을 눈,
재 같아서 날릴 듯 꺼질 듯한 눈,
바람엔 흩어져도 불길에야 녹을 눈,
계집의 마음, 님의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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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은 눈을 보며 그 소녀를 생각한다
그 소녀는 하얗다 새하얗다 게다가 또 희다
누가 조금만 건드려도 금방 얼룩이 질 것 같다
누군가 아주 가볍게 밟아도 꿈틀 못하고 밟힐 것 같다
재처럼 너무나 미미하여 한 줌 바람에도 흩어져 없어질 것 같다
보일 듯 말 듯 있는 듯 마는 듯한 불씨는 다 날리기 전에 꺼질 듯하다
바람이 불면 바람보다 먼저 흩어질 그 소녀
그 소녀를 생각하는
소년의 마음은 불길 같아서
그 불길에만 녹았으면 좋으련만
소년이 알 수 없는 소녀의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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