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비괘(天地否卦䷋)는 지천태괘(地天泰卦䷊) 다음에 오는 괘다. 비(否)는 아님, 부정, 막힘, 비색함이다.
괘의 모양을 보면 위ㆍ바깥에 건괘(乾卦☰)가 있고, 아래ㆍ안에는 곤괘(坤卦☷)가 있다. 하늘의 기운은 위에만 있고, 땅의 기운은 아래에만 있다. 통하지 않음, 사귀지 않음이다. 인간사로 보면 암울하고 밤과 같은 난세(亂世)다. 소인들만 나서서 설치는 시대다. 대인(大人)과 군자가 바르게 하면 오히려 소인들이 가두고 죽이고 박해를 한다. 대인과 군자가 바르게 하는 것이 이롭지 않는 시대 상황이다. 따라서 군자는 관료에 나서지 않고 검소함과 덕(德)으로써 재앙을 피한다.
태괘(泰卦䷊)을 말아서 뒤집은 도전(倒顚)한 괘가 비괘(否卦䷋)다. 잡괘전(雜卦傳)는 “비괘(否卦)와 태괘(泰卦)는 그 종류가 모두 반대이다”라고 했다. 또 서괘전(序卦傳)에는 “태(泰)는 통(通)함이다. 사물이 끝까지 통할수 없기 때문에 비괘(否卦)로 받았다”라고 했다. 통하는 것은 막히는 쪽으로 변하고, 막힌 것은 통하는 쪽으로 변한다. 태괘(泰卦)의 육효에는 인색함ㆍ부끄러움[吝]이 나온다. 반면에 비괘의 효사에는 길(吉)함이 두 번, 형(亨)통함이 두 번, 허물 없음의 무구(无咎)와 뒤에는 기뻐한다는 후희(後喜)가 각각 한 번씩 나온다.
否之匪人(비지비인), 不利君子貞(불리군자정), 大往小來(대왕소래). 비(否)는 사람의 도가 아니니, 군자의 바름이 이롭지 않으니 큰 것이 가고, 작은 것은 온다.
위와 아래가 통하지 않아 막혀 있으니, 사람이 사람다울 수 없는 상황이다. 이러한 때에는 바르게 하려고 하면 이롭지 않다. 인간같지 않은 소인배 무리가 득세하고 권력을 쥐고 함부로 휘두르기 때문이다. 대인은 가서 나오지 않고 소인은 와서 설치게 된다. 큰 것은 건괘(乾卦☰), 작은 것은 곤괘(坤卦☷)를 의미하기도 한다.
괘의 변화로 보면 중천건(重天乾䷀)에서 천풍구(天風姤䷫), 천산둔(天山遯䷠), 천지비괘(天地否䷋), 풍지관(風地觀䷓), 산지박(山地剝䷖), 중지곤(重地坤䷁) 순으로 음(陰)이 자라나는 과정 중의 하나로 볼 수 있다. 득세하고 실권을 진 소인이 자라남에 따라 군자는 힘을 잃고 밖으로 쫓겨나는 추이 중의 한 지점으로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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