蠱 元亨 利涉大川
先甲三日 後甲三日
初六 幹父之蠱 有子 考 无咎 厲 終吉
九二 幹母之蠱 不可貞
九三 幹父之蠱 小有悔 无大咎
六四 裕父之蠱 往 見吝
六五 幹父之蠱 用譽
上九 不事王侯 高尙其事
‘고(蠱)’는 ‘뱃속벌레’ ‘요염’ ‘저주’의 뜻이 있다. 기생충 때문에 배가 불러 오면서 아픈 증상을 고창(蠱脹)이라 한다. 아름다움이나 매력 같은 것에 홀려서 정신을 못 차리는 것을 고혹(蠱惑)이라 한다. 무술(巫術)로써 남을 저주하는 것을 무고(巫蠱)라고 한다. 인간 사회로 보면 ‘고(蠱)’는 ‘부패’와 ‘나쁜 일’을 상징한다.
고(蠱)에 상반되는 듯한 ‘벌레먹음’과 ‘아름다운 매력’의 뜻이 왜 같이 있을까. 벌레먹은 사과가 맛있다. ‘벌레’를 주체로 보면 먹고 싶은 사과는 다른 사과보다 더 아름답고 매력이 있다. 인간 사회의 부정부패(不正腐敗)도 그것을 저지르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달콤하고 매력적인 것이다.
벌레먹고 썩어빠짐인데 왜 괘사(卦辭)에는 크게 형통한 ‘원형(元亨)’일까. 썩지도 않으면서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것이 더 문제다. 썩으면 그 부위로 도려낼 수 있다. 썩은 상태는 더 좋아질 가능성만 있다. 부패를 척결하고 건강하게 치유하는 것은 큰 강물을 건너는 것처럼 험난한 일일 수 있다. 하지만 그렇게 함으로써 얻는 것은 크다.
고괘(蠱卦䷑)는 택뢰수괘(澤雷隨卦䷐) 다음에 오는 괘다. 수괘(隨卦䷐)는 기쁜 마음으로 사람들을 따른다는 뜻이다. 서괘전(序卦傳)에는 기쁜 마음으로 따르다 보면 벌레먹어 썩어빠지는 일이 생기게 되어 수괘 다음에 고괘가 왔다고 한다.
산풍고괘(山風蠱卦䷑)는 산[간(艮☶)] 아래 바람[손(巽)☴]이 있는 모습이다. 산에 바람이 막혀서 좀 먹고 썩는 상이다. 또는 낮은 데서 부는 바람이 산에 막혀서 어지럽혀진 모습이다. 고괘(蠱卦䷑)의 벽괘(碧卦)는 지천태괘(地天泰卦䷊)다. 태괘(泰卦䷊)에서 초효의 양강(陽剛)이 육효로 올라가고, 육효의 음유(陰柔)가 초효로 내려오면 고괘(蠱卦䷑)가 된다. 천하가 태평하여 방심하다 보면 반드시 사회가 좀먹고 병들게 된다.
선갑삼일(先甲三日) 後甲三日(후갑삼일). “일을 하기 전에 여러 날을 생각하고, 일을 하고 나서 여러 날을 살핀다” 로 해석하기도 한다. 또는 “갑을 중심으로 먼저 사흘하며 갑을 중심으로 뒤에 사흘한다”고 풀이하기도 한다. 십간(十干)의 갑(甲)으로 보면 선갑삼일은 ‘신(辛), 임(壬), 계(癸)’이다. 또 후갑삼일은 ‘을(乙), 병(丙), 정(丁)’이다. 신(辛)은 생물이 열매를 맺어 완전히 새로워진다는 ‘새로울 신(新)’ 자에 따와서 새롭게 이룬다는 뜻이다. 임(壬)은 ‘임신할 임(姙)’ 자라 모든 생물을 임(壬)의 수액으로 포태한다는 뜻이다. 계(癸)는 헤아리고 분별하는 ‘헤아릴 규(揆)’ 자에서 따왔으니, 임수(壬水)로 잉태한 남녀(암수)를 헤아린다는 뜻이다. 을(乙)은 뿌리 내린 갑(甲)이 꼬불꼬불(乙乙) 싹이 돋아난다는 뜻이다. 병(丙)이라는 것은 싹이 터 나온 것이 밝게 나타난다는 ‘빛날 병(炳)’ 자에서 따왔으니 완연히 몸을 드러낸다는 뜻이다. 정(丁)은 병(丙)으로 드러낸 생물이 정녕(丁寧)하고 장실(壯實)해서 실하고 분명해진다는 뜻이다. 부패한 것을 다스리기 위해서는 일을 하기 전과 일을 하고 난 후로 면밀하게 계획을 세워 신중하게 준비하고 모든 선택의 가능성을 따져보고, 후폭풍까지 고려하여 마무리해야 된다는 뜻이다.
벌레먹고 부패한 시대에 군자라면 어떻게 할 것인가. 진민(振民) 육덕(育德)해야 한다. 손괘(巽卦☴)의 상을 보고 바람으로 움직이듯이 백성을 떨쳐일어나게 하고, 간괘(艮卦☶)의 상을 본받아 덕을 길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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