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역으로 글쓰기/글쓰기로 자강불식하는 주역(두마리)

쉽고 간단함

by 두마리 4 2023. 10. 26.

계사상전(繫辭傳)은 주역(周易) 해설서 중의 하나다. 이런 말이 나온다.

 

()은 쉽게 알고 곤()은 간단하게 이룬다. 쉬우면 알기 쉽고 간단하면 따르기가 쉽다. 알기 쉬우면 친함이 있고 따르기 쉬우면 공()이 있다. 친함이 있으면 오래갈 수 있고, ()이 있으면 크게 할 수 있다.”

 

하늘은 얼마나 쉬운가. 공전(公轉)에 따라 사시사철이 바뀌고 일 년이 지나면 다시 일 년이 시작된다. 자전(自轉)에 따라 밤낮이 매일 바뀐다. 이 얼마나 쉬운가. 이것이 어려워 어떻게 될지 모르는 사람이 있는가.

 

땅은 얼마나 간단하게 이루는가. 콩 심은 데 콩 나고 팥 심은 데 팥 난다. 그냥 내버려둬도 씨앗이 떨어져 싹이 나고 꽃이 피고 열매 맺고, 잎과 열매가 다시 떨어진다. 이 모든 것이 얼마나 간단하게 이루어지는가.

 

하늘과 땅이 이루는 자연은 알기 쉽고 간단하다. 자연은 따르기가 쉽다. 자연은 친하기 쉽고, 그에 따르는 만큼 공()이 생긴다. 자연과의 친함은 오래갈 수 있고 공()이 있으면 크게 할 수도 있다. 그래서 하늘과 땅은 수십억 년 동안 자강불식(自彊不息)한다. 천장지구(天長地久)하다.

 

사람도 쉽고 간단해야 알기 쉽고 따르기 쉽다. 그래야 오래 가고 공()이 생긴다. 하지만 사람은 어렵고 복잡한 것을 끊임없이 추구한다. 어쩌면 어렵고 복잡한 것으로 끊임없이 분별하고 구분지어 차등을 만들어 낸다. 그래서 인간은 서로 친하기도 따르기도 쉽지 않다.

 

주역(周易)에서 1 2 3 4 5를 생수(生數)라 하고, 6 7 8 9 10을 성수(成數)라 한다. ()는 몇 개가 필요할까. 사실 하나면 족하다. 1만 있으면 된다. 1 아닌 것은 0이다. 2 3 4……다른 수들은 아무리 커지거나 작아져도 ‘1’‘0’으로 처리할 수 있다. 가장 쉽고 간단하다. 그래서 가장 빠르다. 컴퓨터가 정보를 이진법으로 처리하는 이유를 알겠다.

 

세상만물을 가장 쉽고 간단하게 기호로 처리한 것이 양()과 음()이다. 이 두 개의 기호로써 세상만물의 변화와 추이를 나타낸 것이 주역(周易)이다. 양과 음, 밤과 낮, 긴 것과 짧은 것, 높음과 낮음, 삶과 죽음…… 둘 사이에는 무수히 여러 가지 상태가 있다. 하지만 두 가지 대립적인 표현이어야 쉽고 간단해진다. ‘맛있다맛없다’. 이 얼마나 쉽고 간단한가.

궁하면 변해야 하고 변하면 통하고 통하면 오래 간다. 쉽고 간단해야 오래 간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