師, 貞, 丈人, 吉无咎.
初六, 師出以律, 否臧凶.
九二, 在師中, 吉无咎, 王三錫命.
六三, 師或輿尸, 凶.
六四, 師左次无咎.
六五, 田有禽, 利執言, 无咎. 長子帥師, 弟子輿尸, 貞凶.
上六, 大君有命, 開國承家, 小人勿用.
사(師)는 ‘군대’, ‘장수’, ‘현장 전문가’, ‘스승’이다. 사(師)를 파자한 해석으로 왼쪽 글자 모양은 군대가 출정을 할 때 제사용으로 쓰는 제육(祭肉) 묶음이고, 오른쪽의 글자는 그 제육을 매달고 가는 큰 칼의 모습으로 해석하기도 한다. 또는 언덕 주변에 물이 에워싸 저지대가 물에 잠겨 있는 모양으로 군사가 언덕 주위에 진을 친 형상으로 보기도 한다.
사괘(師卦䷆)의 괘상을 보면 감괘(坎卦☵)인 물이 아래에 있고, 곤괘(坤卦☷)인 땅이 위에 있다. 땅속에 물이 있는 모습이다. 땅은 농사를 의미하고 수(水)는 병사를 의미한다. 평상시에는 농사를 짓고 있던 농부들이 전쟁을 준비할 때가 되면 병사가 되어 훈련을 받는다. 병농일치다. 땅속에 숨어있는 물처럼 농부 속에 병사가 숨어있다. 구이(九二)가 양효이고, 나머지 다섯 효는 음효다. 강건하고 득중(得中)한 구이가 무리를 통솔하는 모습이다. 땅은 순조로움이고 물은 험난함이다. 험난한 길을 순조롭게 가는 상이다. 병사를 모으고 훈련을 시켜서 출정하는 것은 험난한 일이다. 하지만 병사들이 군대의 규율에 순조롭게 따르게 장수의 통제에 복종해야 군대로서 힘을 발휘할 수 있다.
군대는 바르게 해야 한다. 그렇게 해야 규율도 서고 전쟁이 났을 때 전투력도 강하다. 군대 내에 불합리하고 부정부패한 면이 많아지면 하극상이나 총기난사 사건이 일어난다. 막상 전투가 벌어졌을 때 각자 살길을 도모하는 오합지졸이 될 수도 있다. 병사를 통솔하는 장수는 장인(丈人), 즉 전문가여야 한다. 장인은 재능ㆍ인품ㆍ사업이 모두 많은 사람으로 경외(敬畏)되는 사람이다. 이순신, 제갈량, 손자와 같이 병사들을 압도하는 전문적인 능력과 인품이 있어야 한다. 그래야 병사들이 믿고 명령에 따르며 목숨 걸고 전쟁에 나선다.
‘초육, 군대를 출동시키는데 규율로써 하니, 규율을 잃으면(아름답지 않으면) 흉하다.’ 군대에서 규율은 기본이고 상도(常道)다. 규율이 없으면 군대라고 할 수 없다. 사기열전에 손자(손무)와 오기가 나란히 나온다. 손무는 오나라 왕 합려 요청을 받고 궁중 미녀 180명을 병사로 삼아 지휘해 보인다. 명령을 잘 따르지 않는 궁녀 병사들에게 손무는 그 중요성을 세 번 거듭 설명한다. 그래도 명령에 복종하지 않자 대장으로 삼은 궁녀 두 명을 그 자리에 바로 목을 쳐버린다. 그 다음부터 궁녀들은 자로 잰 듯 먹줄을 긋듯 정확하게 명령을 수행한다. 오기는 가장 낮은 병사들과 똑같이 의식주와 행군을 같이 함으로 명령에 복종하게 만든다. 초육은 양의 자리에 있는 음효이고 맨 아래에 있다. 부중부정(不中不正)하다. 군대 계급으로 치면 졸병이고, 군대 전체로 보면 초기 단계다. 규율을 세우고 질서를 잡는 것이 중요한 때다.
‘구이, 군대에서 중도를 얻어서 길하고 허물이 없으니 왕이 세 번이나 명을 내렸다.’ 구이는 괘 전체에서 유일한 양강(陽剛)의 효다. 또 내괘의 중앙을 차지하고 있다. 군주의 위임을 받아 군대를 지휘하는 장수의 자리다. 군대에서 중을 얻었다는 것은 규율을 엄정하게 세우고 바르게 통솔했다는 것이다. 왕의 명을 세 번 받았다는 것은 왕으로부터 총애와 신임을 받았다는 것이다. 장수가 군대를 이끌고 전장에 나가면 왕은 장수가 반란을 일으킬까 두렵고, 장수는 자신의 가족이나 권력의 기반이 무너질까 두려울 수 있다. 역사적으로 반란이나 권력 찬탈에는 군대와 장수가 끼어 있다.
‘삼육, 군대가 혹 여러 사람이 주장하면 흉할 것이다’ 육삼은 양의 자리에 있는 음이며, 중앙을 차지한 것도 아니어서 부중부정(不中不正)하다. 능력은 없으면서 의지만 강하여 권력을 장악하고 밀어부치기만 하려다 망하는 것과 비슷하다. 명령 체계에서 최고 명령권자가 여럿이면 전투력이 떨어지고 병사들은 혼란스럽게 된다. ‘여시(輿尸)’를 시체를 수레에 싣다의 뜻으로 해석하기도 한다. 전쟁에서 능력도 없으면서 나아가려고만 하면 시체만 수레에 싣듯이 패하게 된다는 뜻이다.
‘육사, 군대가 후퇴하여 머무르니 허물이 없다’ 음효가 음의 자리에 있어 자리는 바르나, 부중(不中)하다. 전진하여 승리할 힘은 없다. 작전상 후퇴가 필요한 때다. 진퇴를 잘 가려 신중하게 행동해야 한다.
‘육오, 밭에 짐승이 있으면 잡는 것이 이로우니 허물이 없다. 장자가 군대를 거느렸으나 제자들이 여럿이 주장하면 바르더라도 흉할 것이다’ 육오는 군주의 자리에 있고 구이와 정응(正應)하나 부드러운 음효이다. 장수를 부리는 군주가 결정할 일은 두 가지이다. 하나는 전쟁을 일으키는 것이 정당한가이다.. 다른 하나는 전쟁 상황에서 누구의 말을 들을 것인가이다. 밭에 짐승이 들어오면 잡는 것이 이롭듯이 외적이 침입했으면 당연히 군사를 일으켜 물리치는 것이 정당하다. 전쟁 상황에서는 여러 신하들이 옳은 말을 하더라도 전쟁터에 나가 있는 장수의 말을 신뢰해야 한다.
‘상육, 대군이 명을 내려 제후를 봉하고 경대부를 삼을 적에 소인은 쓰지 말아야 한다’ 상육은 맨 위에 있는 마지막 효다. 전쟁이 끝나고 논공행상을 해야 되는 때다. 소인이라도 전쟁에서 공을 세울 수는 있다. 그 공에 대해 보상은 해주되 소인을 등용시켜 제후나 관료로 써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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