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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역으로 글쓰기/글쓰기로 자강불식하는 주역(두마리)

5. 수천수괘(水天需卦䷄) 기다림의 때와 태도는...

by 두마리 4 2023. 8. 1.

, 有孚, 光亨, 貞吉, 利涉大川(, 유부, 광형, 정길, 이섭대천) , 믿음이 있으면 광명하고 형통하여 바름을 지키면 길하니 큰 내를 건너는 것이 이롭다.

단왈: 수는 기다림이니 험난함이 앞에 있다. 강건하여 험난함에 빠지지 않으니 그 뜻이 곤궁하지 않을 것이다. ‘수는 믿음이 있으면 광명하고 형통하여 올바름을 지키면 길하다는 것은 천위(天位)에 위치하고 중정(中正)하기 때문이다. ‘큰 내를 건너는 것이 이롭다는 것은 가면 공이 있다는 것이다.

상왈, 구름이 하늘 위에 있는 것이 수괘이다. 군자가 수괘의 상을 보고서 먹고 마시며 잔치를 베풀고 즐긴다.

 

初九, 需于郊, 利用恒, 无咎(초구, 수우교, 리용항, 무구.) 초구, 교외에서 기다림이니, 상도(常道)를 잃지 않으면 이로우니 허물이 없을 것이다.

상왈, ‘교외에서 기다린다는 것은 위험을 무릅쓰고 가지 않는 것이다. ‘상도(常道)를 잃지 않으면 이로우니 허물이 없다는 것은 아직 상도를 잃지 않았기 때문이다.

 

九二, 需于沙, 小有言, 終吉.(구이, 수우사, 소유언, 종길) 구이, 모래에서 기다림이니 조금 말이 있으나 끝내는 길할 것이다.

상왈, ‘모래에서 기다린다는 것은 여유가 가운데 있는 것이다. 비록 조금 말이 있으나 길하게 마칠 것이다.

 

九三 需于泥, 致寇至.(구삼, 수우니, 치구지) 구삼, 진흙에서 기다림이니 도적을 불러들일 것이다.

상왈, ‘진흙에서 기다린다는 것은 재앙이 밖에 있는 것이다. 나로부터 도적을 불러들였으니 공경하고 삼가면 실패하지 않을 것이다.

 

九四, 需于血, 出自穴.(구사, 수우혈, 출자혈) 육사, 피에서 기다림이니 구멍에서 나온다.

상왈, ‘피에서 기다린다는 것은 순종하여 따르는 것이다.

 

九五, 需于酒食, 貞吉(구오, 수우주식, 정길) 구오, 술과 음식에서 기다리니 올바름을 지키면 길할 것이다.

상왈, ‘술과 음식에서 기다리니 올바름을 지키면 길하다는 것은 중정(中正)하기 때문이다.

 

上六, 入于穴, 有不速之客三人來, 敬之終吉(상육, 입우혈, 유불속지객삼인래, 경지종길) 상육, 구멍에 들어감이니 부르지 않은 손님 세 사람이 올 것이니 그들을 공경하면 끝내 길할 것이다.

 

수괘(需卦)는 기다림이다. ‘자양(字養)’, ‘양육(養育)’의 의미도 있다. 기다리면서 할 수 있는 것은 양육이다. 양육에 필요한 것은 음식이다. ()에는 음식의 의미도 있다. 불시지수(不時之需)제때가 아닌 때에 먹게 된 음식을 말한다. 실력이 부족하면 기다리는 동안에 실력을 길러야 한다. 실력이 충분해도 기다리는 동안 아무 것도 안 해서는 안 된다. 음식을 먹고 술을 마시면서 단합과 사기(士氣)를 유지해야 한다.

 

기다림은 언제 필요한가. 큰 내를 건널 때 기다림이 필요하다. 큰 내는 큰 험난함이다. 험난함이 클수록 그것을 극복했을 때의 이로움은 크다. 큰 험난함 앞에서는 그것을 건널 만한 실력이 있는가 다시 한 번 진단해봐야 한다. 상황이나 조건이 건너기 적절한가를 점검해야 한다. 사람도 어떤 사람인지 파악이 안 되면 기다리면서 한 동안 지켜봐야 한다.

 

하늘 위에 구름이 있고, 얼마 지나지 않아 비가 반드시 비가 올 상황이면 기다려야 한다. 이러한 때 기다리지 않고 우물을 판다거나 멀리 가서 물을 길러 온다면 헛고생만 하는 것이다.

 

사마의는 제갈량과 전쟁을 벌이지 않고 기다렸다. 믿을 만한 사람이 모두 죽자 제갈량은 모든 일을 자신이 관여하지 않을 수 없었다. 사마의 입장에서는 섣불리 전쟁을 벌였다가는 이기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기다리면 제갈량이 머지않아 과로사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기다림의 자세는 어떠해야 하는가. 수괘(需卦)에 나오는 기다림의 태도를 추려보자. 믿음이 있어야 한다. 바름을 지켜야 한다. 강건해야 한다. 중정(中正)해야 한다. 상도(常道)를 잃지 않아야 한다. 여유가 있어야 한다. 공경하고 삼가야 한다. 이 모든 태도를 가지려면 실력이 있어야 한다.

 

검도를 하면 고수는 중단을 잡고 유지하며 거의 움직이지 않고 공격의 때를 기다린다. 상대가 공격하려는 그 순간 빈 틈을 공격한다. 수가 비슷하면 먼저 움직이는 쪽이 먼저 허점을 보여서 지게 된다. 실력이 모자라는데 기다리면 공격도 한 번 못해 보고 진다.

 

씨앗을 심어놓으면 그 다음에는 기다려야 한다. 기다리면 씨앗은 땅속에서 싹이 트고 땅을 뚫고 올라온다. 기다리지 못하고 땅을 파보거나 새싹이 힘들까봐 덮고 있는 흙덩이를 덜어내고 하면 싹은 오히려 말라죽어버린다.

 

기다리면 안 좋은 일들도 많다. 불이 나서 집이 타고 있는데 기다리면 되겠는가. 아이가 강물에 빠져 떠내려 가고 있는데 기다리면 좋을 것인가. 상처난 부위가 곪아 썩고 있는데 기다리면 될 것인가.

 

문제는 기다려야 할지 바로 실행해야 할지 애매할 때다. 애매할 때는 일단 멈춰야 한다. 멈추면 사태의 본질이 보인다. 짧은 순간이라도 기다리면 사물의 진상(眞相)이 보인다. 수괘에서는 험난함에 부딪쳐서 방해를 받을 때는 기다리면서 실력을 길러라고 말한다.

 

험난함을 실체를 잘 모르거나 실력이 모자라면, 험난함으로부터 멀찌감치 성밖에 있는 것처럼 떨어져서 기다려야 한다. 또 항상성(恒常性)을 잃지 말아야 한다. 험난함의 성격이 파악되고 실력이 갖춰지는 만큼 좀더 접근해야 한다. 험난함이 물이라면 모래펄, 진흙과 같은 거리 간격으로 다가가야 한다. 이는 마치 험난함을 불러들이는 것과 같다. 이럴 때 그 험난함 대상에 대해서 피를 나누듯이 음식과 술을 대하듯이 순리를 따르면서 공경하고 경계하는 태도를 가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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