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어떤 성격인가. 어릴 때의 뚜렷하게 구별되는 장점과 단점이 있었다. 그런데 나이가 들수록 이런 것 같기도 하고, 저런 것 같기도 하다. 나의 어떤 말과 태도가 어떤 나답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하다.
MBTI 검사를 해봤다. 검사 결과 전략가 INTJ-A로 나왔다. 에너지는 외향 48%, 내향 52%다. 정신은 직관 57%, 현실 43%다. 본성은 사고 63%, 감정 37%다.
전술은 계획 76%, 탐색 24%다. 자아는 확신 56%, 민감 44%다. 검사 항목 ‘동의’와 ‘비동의’의 사이에서 오락가락 이쪽인 것 같기도 하고 저쪽인 것 같기도 했다. 이쪽 저쪽도 아닌 딱 중간인 것 같기도 했다.
딱 중간을 모두 선택하면 어떤 유형이 나올까? 연예인 ESFP-T 유형이 나왔다. 넘치는 에너지와 열정으로 주변 사람을 즐겁게 하는 성격의 유형이란다. 에너지는 외향 53% 내향 47%, 정신은 직관 47% 현실 53%, 본성은 사고 49%, 감정 51%, 전술은 계획 49% 탐색 51%, 자아는 확신 49%, 민감 51%로 나온다. 모든 항목에서 딱 중간만 선택했는데 50%: 50%로 나오지 않는다. 50:50은 실존 가능하지 않은 이상적 유형임을 MBTI를 개발한 사람도 알았을 것이다.
중용(中庸). 지나치거나 모자라지 아니하고 한쪽으로 치우치지도 아니한, 떳떳하며 변함이 없는 상태나 정도. 중용은 물리적인 중간은 아니라고 했다. 중용이 물리적인 중간이 되기도 하는 게 아닐까. 인간은 대부분 최고나 최초를 욕망한다. 하지만 성적이든, 재산이든, 신장(身長)이든 딱 중간이 제일 좋을지도 모른다. 지나친 모험도 필요 없고, 좀처럼 오해와 시샘도 생기지 않아 아래 위로 가까이 할 수 있는 폭이 가장 넓은, '중간'이 가장 나을지도 모른다.
중간은 최고를 의미하기도 한다. 과녁에 적중(的中)하는 것은 최고다. 활시위를 당겼다가 너무 빠르지도 너무 늦지도 않은 딱 중간 시점에 시위를 놓은 것은 최고다. 고백을 할 때나 사과를 할 때나 어떤 결단을 할 때, 너무 늦지도 너무 빠르지도 않는 적중은 최고의 순간이다. 공간에 있어서도 여기도 아니고 저기도 아닌 딱 적절한 지점은 최고의 적중이다. 이 적중은 정해져 있지 않고 상황에 따라 변한다.
성격이나 인격에 장단점은 없는 게 아닐까. 똑같은 성격도 상대에 따라 상처를 줄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이럴 수도 있고, 저럴 수도 있는 중간 상태에 있다가 상대나 상황에 따라 외향과 내향을, 직관과 현실을, 사고와 감정을, 계획과 탐색을, 확신과 민감 사이를 자유자재로 오갈 수 있어야 하지 않을까. 그럴 수 있고, 그래야 하는 사람이 현대 사회에선 연예인이다.
주역에서 딱 중간이었다가 이렇게 변하기도 하고 저렇게 변하기도 하는 괘는 뭘까? 수화기제괘(水火旣濟卦䷾)와 화수미제괘(火水未濟卦䷿)가 아닐까. 기제와 미제 모두 음효와 양효가 어느 한 쪽으로 치우치지 않고 반반으로 고르게 뒤섞여 있다. 기제는 완성이고, 미제는 미완성이다. 상황에 따라 외향/내향, 직관/현실, 사고/감정, 계획/탐색, 확신/민감 중 어느 쪽으로 움직이고 그에 따라 완성이나 미완성 쪽으로 변화하지 않을까.
*이미지: 두더지가 흙을 파면서 땅 속으로 지나간 자리, 불룩하게 흙이 솟아 있다. 두디쥐를 두더지로 바꾼 것은 현실 발음을 따라간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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