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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의 파동

전통시장-희미한 옛사랑의 그림자

by 두마리 4 2023. 7. 31.

전통시장. 사전에 안 나오는 말이다. 재래시장(在來市場)이 사전에 나오는 말이다. 예전부터 있어 오던 시장을 백화점 따위의 물건 판매 장소에 상대하여 이르는 말이다. 마땅히 계승해야 된다는 인식을 심어주기 위해 전통시장이라고 불렀을까. 아무튼 재래시장을 전통시장이라고 부르면서 전통시장 활성화ㆍ현대화 또는 스마트전통시장, 디지털전통시장이란 말도 생겨났다.

 

울산 중구에는 전통시장과 전통 상가가 많다. 전통시장이 18개다. 신중앙시장, 성남프라자, 선우시장, 병영시장, 역전시장, 우정시장, 학성종합시장, 태화종합시장, 신울산종합시장, 학성새벽시장, 중앙전통시장, 구역전시장, 서동시장, 옥골시장, 구역전전통시장, 반구시장, 우정전통시장, 웰컴시티. 전통상점가는 5군데다. 젊음의거리, 태화십리대밭먹거리 단지, 중앙길상가, 보세거리, 학성가구거리.

 

중구에 재래시장은 많은 것은 원래의 도심이기 때문이다. 90년대까지만 해도 장사가 잘 됐다고 말했다. 지금은 그나마 잘 되는 점포의 매출액이 그때에 비해 반토막 났다고 말한다. 처음에는 울산 시민들이 대부분 중구에 있는 시장에 와서 장을 봤으리라. 지금은 중구에 사는 사람조차 중구에 있는 전통 시장에 잘 가지 않는다. 점포 주인들은 하나같이 주변에 대형 마트가 들어서면서 매출액이 뚝 떨어졌다고 말했다.

 

7평짜리 점포가 84개인데, 현재 영업 중인 점포는 9개에 불과한 전통시장에 갔다. 상가 전체 면적은 588평이리라. ‘자 형으로 3면은 도로를 끼고 있다. 1층이 상가이고 2층부터 5층까지는 아파트였다. 주상복합이다. 아파트도 남쪽 한 면은 비어 있고 도로를 끼고 있는 동ㆍ북ㆍ서편으로 지어져 있었다. 9개 점포 중 대여섯 집은 33년 전 처음 시작할 때 장사를 시작한 사람들이었다. 지금은 안 돼도 달리 새로 시작할 것도 없고, 그럴 나이도 아니라서 장사를 하고 있다고 했다. 70 중반은 돼 보였다. 장사가 잘 되던 시절에 아들 딸 잘 키웠고, 지금은 장사가 안 되도 별 상관없이 딱히 할 일이 없으니 영업을 하고 있는 듯했다.

 

도로를 끼고 있는 3면의 점포만 뭔가를 하고 있었다. 이발소, 축산유통, 인테리어사무실, 닷찌횟집, 김밥토스트, 실비식당 등. 지하에는 자동차 시트 일부를 박음질하는 공장이 있었는데, 두 사람만 일을 하고 있었다. 안 쓰는 재봉틀이 많았다. 손놀림이 거의 자동에 가까운 중년 여성 두 분이 일하고 있었다. 수당을 물으니 비밀이라며 최저 시급보다 조금 더 받는다고 말했다. 이발소 주인도 손님이 많으냐고 물으니 없다고 말하는데, 70 중반은 넘어 보였고 원년 멤버가 아닐까 싶었다. 닷찌횟집은 젊은 사람은 최근에 들어왔는데, 문을 열지 않는 날이 많다고 했다. 저녁 8시 넘으면 다니는 사람이 없다고 말했다.

 

2층으로 올라가는 아파트가 있었다. 엘리베이터가 없었다. 계단을 올라가니 세대별 우편물함이 나무로 짜여져 있었다. 관리실이 있고, 그 앞 중앙에는 화단이 만들어져 있었다. 향나무, 무궁화, 음나무, 라일락, 단풍나무 등 비교적 작은 나무들이 있었다. 가지, 고추 등도 있었다. 봉숭아, 나리, 맨드라미, 채송화, 각종 화분 등이 있었는데 놀라울 정도로 깔끔하게 관리되고 있었다.

 

엘리베이트 없는 아파트를 본 지 오래다. 지금도 이런 아파트가 있는 것에 솔직히 좀 놀랐다. 너무나 깔끔하게 관리되고 있는 것에 또 한 번 놀랐다.

 

재래시장을 현대화ㆍ디지털화ㆍ스마트화하면 그게 재래시장일까. 어쨌든 시대가 변하니까, 온라인 판매망을 구축해서라도 활성화하고 부활시켜 봐야 되지 않을까 하는 데는 동의를 한다. 지금도 전국적으로 보면 장사가 잘 되는 전통시장들이 있다. 사람들은 편한 것만 좋아하는 것은 아니다. 불편하고 덥고 추워도 사람들이 모여서 왁자지껄하고 그 속에서 생생하게 느껴지는 그 무엇을 좋아하는 면이 있다. 편하고 스마트하게 하는 것만이 재래시장을 살리는 방법은 아닌 것 같다. 불편하더라도 많은 사람들이 모여서 흥성거리고, 살아있는 사람들의 땀냄새와 서툴고 거친 말투와 몸짓이 살아 숨쉬는 공간이라서 사람들이 모이는 곳으로 만들어야 몇 개의 전통시장이라도 활성화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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