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은 퇴비도 비닐 포대에 담겨 비료처럼 판매된다. 옛날에는 농사를 짓는 사람들이 자기가 쓸 퇴비는 모두 만들었다. 집집마다 거름을 장만하는 두엄간이 한 개 이상씩 있었다. 두엄을 만드는 일차적인 방법은 가축을 이용하는 것이었다.
가축이 많았다. 소, 돼지, 염소, 닭, 토끼 등이 집집마다 대부분 있었다. 이 가축들이 싸는 똥은 퇴비가 된다. 돼지와 소를 이용하여 만드는 거름이 가장 많았다. 소마구(외양간)와 돼지마구(돼지우리) 바닥에 짚이나 건초 등을 매일 저녁 이불 깔 듯이 깔아준다. 똥만 퍼내고 바닥을 물로 씻어낼 수도 있지만 그러면 퇴비의 양이 얼마 되지 않는다. 소와 돼지들은 깔아준 건초 위에 잠을 자고, 그 위에 똥과 오줌을 싼다. 오줌은 경사지게 하여 흘러나가게 하거나 한 군데로 모이게 하여 퍼낸다. 깔아준 건초에 똥이 묻어서 층층이 쌓여서 두께가 두꺼워지면 마굿간을 친다. 소를 밖으로 몰아내고 입구에 리어카를 갖다대어 똥과 범벅이 된 퇴비 재료를 쇠스랑으로 찍어내어 두엄간으로 옮긴다. 퇴비를 많이 만들려면 건초를 자주 많이 깔아줘야 한다.
두엄간에 옮긴 퇴비는 골고루 썩도록 일정 기간이 지나면 전체적으로 파서 뒤집는다. 잘 썩고 있는 퇴비는 냄새가 좋고 열기도 후끈하다. 발효가 잘 된 두엄 더미와 그 바닦에는 지렁이가 엄청 많다. 두엄간에 퇴비가 많이 쌓이면 논밭으로 가져가서 보관을 한다. 논밭 귀퉁이에 두엄간을 만드는 경우도 있고, 아니면 비닐로 덮어서 농사철이 될 때까지 썩히면서 보관을 한다.
산에서 풀을 베어와서 두엄을 더 만들기도 한다. 집에서 가축들을 이용하여 만드는 거름만으로는 부족하기 때문이다. 베어 온 풀을 짐짝채로 조금 시들게 내버려두었다가 작두로 썰어서 약간의 흙과 함께 층층이 쌓아서 두엄 더미를 만든다. 그 두엄 더미 위에다 한 두 번 분뇨를 쏟아붓고 비닐로 덮어서 발효를 시킨다. 이 두엄 또한 중간에 두어 번 뒤집어서 골고루 썩게 한다. 두엄 더미 밑에는 늘 지렁이가 많다. 땅이 비옥하다는 증거다. 어쩌다 한 번씩 큰 구렁이가 또아리를 틀고 있는 경우도 있다. 따뜻하기 때문이다.
지렁이의 총 무게가 땅 속 생물의 80퍼센트를 차지한다고 한다. 지렁이가 배설한 똥이나 지렁이가 파놓은 자잘한 구멍들은 땅을 비옥하게 만든다고 한다. 그래서 지렁이를 지룡(地龍)이나 토룡(土龍)이라 하는가.
비가 오면 숨을 쉬기 힘들어 지렁이가 땅 밖으로 나온다고 한다. 비가 그치면 지렁이는 말라 죽기 전에 땅속으로 들어가야 한다. 아스팔트나 시멘트 바닥은 지렁이가 꿈틀거려 지나가기엔 너무나 광활하고 아득하다. 입술에 바르는 루즈의 원료가 되는 번들거리는 지렁이 껍질의 기름도 타는 듯한 열기를 견디기에는 역부족이다.
지렁이도 밟으면 꿈틀한다는 말은 지렁이 갈빗대만큼이나 말도 안 되는 소리다. 지렁이는 밟으면 거의 꿈틀도 못해보고 터져 죽는다.
*이미지: 지렁이는 땅속에 있는데 안 보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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