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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의 파동

제초(除草) 시중(時中)

by 두마리 4 2023. 6. 21.

제초(除草) 시중(時中)

 

늦게 씨를 뿌려 이제 겨우 싹이 올라온 비트 두둑에는 잡초가 거의 없다. 한두 개 눈에 띄는 잡초도 너무 작아서 손에 잡히지도 않는다. 비트가 좀 더 자란 후에 잡초를 뽑아도 되겠다.

 

2주 전에 북을 한 번 한 대파는 잡초와 크기가 비슷했다. 2주 전에는 잡초가 작아 손에 잡히지도 않았었다. 지금 잡초를 뽑지 않으면, 잡초가 대파보다 더 커져버려 대파가 제대로 자라지 못한다. 또 잡초를 뽑다가 대파도 같이 뽑히는 경우가 많다. 비가 온 뒤 얼마 지나지 않아 땅이 딱딱하게 굳어지기 전이라 잡초도 잘 뽑힌다. 대파를 온전하게 보전하면서 대파 사이에 있는 잡초를 말끔하게 제거했다. 퇴비를 하고 다시 북을 돋웠다.

 

아피오스가 올라온 비닐멀칭 구멍에 잡초도 같이 자라고 있다. 처음에는 아피오스 줄기는 상하지 않게 쉽게 잡초를 제거할 수 있었다. 2주 동안 밭에 안 온 사이에 키우는 아피오스는 조금 자란 반면에 안 키우는 잡초는 엄청나게 무성해졌다. 잡초를 무리하게 제거하다 아피오스도 같이 뽑혔다. 잡초 뿌리와 아피오스가 엉겨 있어 잡초 제거를 포기했다. 고랑과 고랑 사이에 무성하게 자란 잡초도 너무 커버려 낫으로 베었다.

 

양파는 수확철이다. 양파 두둑에 잡초가 없으면, 양파는 거의 줍다시피 수확한다. 올해는 양파 두둑에 잡초가 많다. 얼마 있지 않아 양파를 수확할 거라고 몇 주 전부터 잡초를 제거하지 않았다. 물론 양파 줄기도 말라서 없어져 잡초와 경쟁하는 상태는 아니다. 잡초가 너무 억세게 자라 두 손으로 잡고 씨름하듯이 잡아당겨도 뽑히지 않는 게 있다. 판이 아예 뒤집어진 지 오래다. 양파밭이 아니라 잡초밭이 돼버렸다. 잡초를 다 뽑아내고 다시 판을 뒤집어 엎어 밭을 만들려니 허리가 휘청할 정도로 힘이 든다. 잡초가 없을 때 비해 양파 수확이 10배는 더 힘들다.

 

사람의 일도 이와 비슷하리라. 처음에는 나쁜 버릇인지 아닌지도 헷갈리고 눈에 잘 띄지도 않는다. 대수롭지 않게 여겨 무심하거나 방심한 몇 년 사이 고치기 어려운 고질(痼疾)이 돼버린다.

 

보편적으로 용납하기 어려운 나쁜 행동이나 버릇은 싹수가 보일 때 발본색원해야 한다. 세 살 버릇 여든까지 간다. 나쁜 버릇이 굳어지고 커질수록 그것을 제거하거나 바꾸는 데도 힘이 든다. 고칠 수 있는 정도의 버릇도 타이밍이 중요하다. 적절한 상황을 잘 선택해야 한다. 오래된 나쁜 습관은 나쁜 것만 가려서 제거하기도 어렵다. 아주 섬세하고 날카로운 칼로 조심스럽게 제거를 해야 한다. 자칫 실수라도 하면 삶이 전체적으로 무너질 수도 있다. 너무 커지고 굳어져버린 나쁜 버릇은 그냥 그대로 안고 살 수밖에 없는 경우도 있다.

 

잡초라고 생각했던 참비름, 쇠비름이 정작 키우려고 했던 채소보다 더 맛있거나 비싼 나물이 되는 경우도 있다. 고쳐야 할 나쁜 버릇이라고 여겼던 행동이 독특한 취미가 되고, 훌륭한 돈벌이로 발전하는 경우도 있다. 사람의 나쁜 버릇을 고치는 것은 잡초 제거보다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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