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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역으로 글쓰기/글쓰기로 자강불식하는 주역(두마리)

화뢰서합괘(火雷噬嗑卦䷔)(1)

by 두마리 4 2023. 4. 20.

화뢰서합괘(火雷噬嗑卦䷔)(1)

 

서합(噬嗑)괘의 ()’씹다’, ‘깨물다’, ‘()’입 다물다의 뜻이다. 서합(噬嗑)은 씹어 (합하여) 입을 다무는 것이다. 음식물을 씹기 전에 씹을 만한가 그렇지 않은가를 잘 살펴야 한다. 잘 씹을려면 아래턱과 윗턱, 그리고 이빨이 튼튼한가를 생각해야 한다. 씹지 않는 것보다, 대충 씹는 것보다 오래 잘 씹어야 음식물들끼리, 또는 소화 효소와 잘 섞인다. 잘 씹어야 걸리지 않고 잘 넘어가고 건강에도 좋다.

 

서합(噬嗑)은 형통하니 옥()을 씀이 이로우니라씹어서 입을 다무는 것은 처벌이나 형벌을 의미하는 비유일 수 있다. 가정이든 학교든 기업이든 국가든 일정한 규모의 공동체가 운영되는 데는 처벌이 없을 수 없다. 처벌의 일차 목적은 교화(敎化)나 교도(矯導). 감옥(監獄)을 교도소(矯導所)로 바꾼 이유다. 처벌의 궁극적인 목적은 화합(和合)이다. 공동체로부터 분리하여 제거하는 사형(死刑)마저도 그 목적은 나머지 구성원들의 화합에 있다. 처벌의 기준은 법이다. 현대 사회는 철저한 법치주의다. 법을 만드는 입법(立法), 법을 적용하여 적법과 위법을 확정하는 사법(司法), 입법과 사법을 제외한 국가의 통치 작용인 행정(行政)의 근본 목적은 공동체 구성원의 화합에 있다.

 

화뢰서합괘(火雷噬嗑卦䷔)을 모양을 보자. 아래는 움직이는 진괘(震卦), 위에는 밝은 리괘(離卦)가 있다. 아래에 우레가 있고 위에 번개가 있는 모습이다. 강유(剛柔)가 세 개씩 나뉘어 있는데, 속에 강효 하나가 걸려 있는 모습이다. 아래턱과 윗턱 사이에 물건이 끼어 있는 모양이다. 씹어 합쳐야 입을 다물 수 있다. 우레와 번개도 합쳐야 빛이 난다.

 

화뢰서합괘(火雷噬嗑卦䷔)가 말려 뒤집힌 도전괘(倒顚卦)는 산화비괘(山火賁卦䷕). 비괘(賁卦)꾸밈’, ‘장식이다. 잘 씹어야 화합이 잘 되듯이, 불과 산이 서로 잘 꾸며야 아름답다. 화뢰서합괘(火雷噬嗑卦䷔)에서 효의 음양을 바꾼 배합괘는 수풍정괘(水風井卦䷯). 정괘(井卦)는 땅 속의 물을 퍼올려서 나눠 마시고 상부상조하듯이 인간의 잠재력이나 공동체의 인간 관계를 잘 끌어내서 잘 활용되게 하는 것이다. 처벌로 교화하여 다시 사회에 화합시키는 서합괘와 상통한다. 화뢰서합괘(火雷噬嗑卦䷔)의 속에 있는 효(234/345)로 재구성한 호괘는 수산건괘(水山蹇卦䷦). 건괘(蹇卦)어려움이다. 서합의 처벌도 알맹이는 어려움이다. 어려움을 겪게 하여 교화시켜 화합하고자 함이다.

 

초구, 형틀을 신겨서 발을 멸함이니 허물이 없느니라형틀을 신겨서 발을 멸한다는 것은 비유다. 처음에는, 어릴 때는 마음대로 행하지 못하게 하면 허물이 없다. 공동체가 크든 작든 사회에서 살아간다면 애나 어른이나 본능대로 하고 살 수는 없다. 인간성의 본질은 본능적 충동이다. 충동 자체는 선하지도 악하지도 않다. 이기적 충동이 이타적이 될 수도 있다. 잔인한 충동이 연민으로 바뀔 수도 있다. 세 살 버릇 여든까지 간다는 말이 있다. 한 사회에서 살아가려면 기본적으로 필요한 예의, 도덕, 배려와 같은 인성이 요구된다. 이러한 인성은 어릴 때 마음대로 행하지 못하게 함으로 형성된다. 어리다고 귀엽다고 내버려두면 어느 순간 부모도 감당이 안 되는 아이가 되버린다. 하고 싶은 것을 자유롭게 하게 해서 창의력을 계발하는 문제와는 별개다. 화뢰서합괘(火雷噬嗑卦䷔)의 초구가 움직이면 화지진괘(火地晉卦䷢)가 된다. 진괘(晉卦)전진’, ‘빛남이다. 어릴 때 마음대로 행하지 못함으로써 사회 생활에 필요한 인성이 바르게 형성된 아이는 순조롭게 전진하고 빛나는 성장을 하게 된다.

 

육이, (부드러운 고기)을 씹되 코를 멸하니(코가 보이지 않으니) 허물이 없느니라’ ‘씹는는 것은 처벌하는 자의 입장이다. 살을 씹는다는 것은 처벌을 받는 사람이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처벌을 순순히 받아들이는 것이다. 코를 납작하게 엄벌해도 허물이 없다. 화뢰서합괘(火雷噬嗑卦䷔)의 육이가 움직이면 화택규괘(火澤睽卦䷥)가 된다. 규괘(睽卦)반목(反目)’이다. 죄를 인정하지 않으면 처벌도 쉽지 않고 반목과 갈등이 유발된다.

 

육삼, 말린 고기를 씹다가 독을 만나니, 조금 인색하니(부끄러우나) 허물이 없으리라’. ‘말린 고기를 씹는 것은 부드러운 살을 씹는 것에 비해 힘들다. 턱 힘도 좋아야 하고 이빨도 튼튼해야 한다. 꼼꼼히 오래 씹어야 한다. ‘독을 만난다는 것은 처벌이나 형벌 과정에 난관이 있다는 것이다. 형벌을 집행하는 입장에서 부끄러울 수도 있다. 정당한 처벌이라면 허물이 없다. 화뢰서합괘(火雷噬嗑卦䷔)의 육삼이 움직이면 중화리괘(重火離卦䷝)가 된다. 리괘(離卦)붙음’, ‘밝음이다. 죄인이 처벌에 승복하지 않아 어려우면 달라붙어 더 명석하게 조사하여 분명한 논증으로 설득해야 한다.

 

구사, (뼈가 붙은) 마른 고기를 씹다가 금과 화살을 얻으나, 어렵고 바르게 함이 이로우니 길하리라’ ‘뼈가 붙은 마른 고기를 씹는 것은 처벌하기가 더 어렵다는 뜻이고 이를 처벌하는 자의 능력 또한 더 커야 한다. 어렵더라고 바르게 하면 허물이 없는 정도보다 더 크게 길하다. 화뢰서합괘(火雷噬嗑卦䷔)의 구사가 움직이면 산뢰이괘(山雷頤卦䷚)가 된다. 이괘(頤卦)’, ‘기름이다. 어려운 것을 잘 씹어 처벌하면 입 안에 걸리던 것이 없어져 순조롭게 육성된다.

 

육오, 마른 고기를 씹어서 황금을 얻으니, 바르고 위태하게 하면(여기면) 허물이 없으리라.’ 마른 고기를 씹는다는 것은 여전히 처벌이 쉽지 않다는 의미다. ‘황금을 얻는다는 것은 육오가 군주의 자리이고 중()의 자리에 있기 때문에 처벌자로서 힘이 강하다는 뜻일 수 있다. 또는 처벌을 받는 사람이 황금을 걸고 정당성을 주장할 정도로 처벌이 어렵다는 뜻일 수도 있다. 바르게 또 위태롭게 여기며 처벌하면 허물이 없다. 화뢰서합괘(火雷噬嗑卦䷔)의 육오가 움직이면 천뢰무망괘(天雷无妄卦䷘)가 된다. 무망괘(无妄卦)허망함이 없음’, ‘하늘의 성실함이다. 매우 어려운 처벌을 바르게 위태롭게 여기며 완수하고 나면 신뢰를 얻게 된다.

 

상구, 형틀을 매어서 귀를 멸하니, 흉하도다형틀을 매어서 귀를 멸한다는 것은 나이가 들어 죄를 짓거나 악이 쌓이고 쌓여서 무거운 형벌을 받는 것을 뜻한다. 이는 흉하다. 화뢰서합괘(火雷噬嗑卦䷔)의 상구가 움직이면 중뢰진괘(重雷震卦䷲)가 된다. 진괘(震卦)흔들림’, ‘동요. 말년에 무거운 형벌을 받으면 살아온 삶이 송두리째 부정되며 흔들리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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