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크리에이터71 임종(臨終) 임종(臨終) 2023년 5월 31일 22시 50분. 어머니가 돌아가셨다. 손자들의 할머니, 외사촌들의 고모, 이종사촌의 이모이기도 한 나의 어머니가 돌아가셨다. 이제 나와 같은 시간과 공간을 공유하는 세계에 존재하지 않으신다. 뇌출혈로 쓰러져 입원하신지 95일째였다. 자식이 육남매였는데, 아무도 임종(臨終)을 못했다. 유교적 사고방식으로 말하면 모두 불효자다. 임종의 두 번째 뜻은 ‘부모가 돌아가실 때 그 곁에 지키고 있음’이기 때문이다. 아침에 동생이 병원에서 걸려온 전화 통화 녹음 파일을 가족 단톡방에 올렸다. 어머니가 상태가 안 좋아져서 호흡이 불편해지고, 산소포화농도도 올라가지 않는다고 했다. 안 좋아졌다가 회복되고, 의식이 회복되지 않은 상태에서 수 년 동안 살아계시는 사례를 많이 들어 대수롭지.. 2023. 6. 8. 대나무 대나무 나무면 어떻고 풀이면 어떠리 절개면 어떻고 지조면 어떠리 가만히 보면 남몰래 낙엽 지우지 한 번에 쭉 뽑아올리듯 커고는 야물어지기만 하는 사람도 너같은 건 없지 마디마디 매듭짓고 마디마다 속을 비워 휘었다 제자리로 돌아가는 매끄럽고 팽팽한 탄력 열받으면 마디마디 폭죽(爆竹) 인간이 너 같을 리 없지 무리 이루면 아무것도 그 속에선 좀처럼 견뎌내지 못하지 독한 것! 지진도 견뎌낼 듯 뿌리째 엉기는 무서운 결속 네가 인간 같을 리 없지 2023. 5. 25. 고통을 피하고 쾌락을 얻는 방법 고통을 피하고 쾌락을 얻는 방법 인생은 고해(苦海)라는 말이 있다. 고통의 원인은 크게 세 가지다. 첫째는 우리 자신의 육체다. 죽을 때까지 아무 곳도 아프지 않고 멀쩡한 사람은 없다. 다치고 아프고 병들고 늙고, 결국엔 죽어서 썩는다. 둘째는 외부 세계다. 자연 환경이다. 이것은 압도적이고 무자비한 파괴력으로 우리를 덮칠 수 있다. 흔히 말로는 천벌을 받을 놈이니, 벼락맞아 죽을 놈이니 한다. 하지만 자연은 이성이나 감정이 없다. 인간 사회의 선악이나 시비에 따라 골라서 지진이 나고 태풍이 불지 않는다. 셋째는 타인들과의 관계다. 불필요하게 생각할 수도 있지만,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기 때문에 숙명적인 고통이다. 육체가 고통의 원인이지만, 모든 쾌락을 육체를 통해서 느낀다. 사랑을 할 때는 압도적인 쾌감.. 2023. 5. 23. 미음(ㅁ) 미음(ㅁ) 비 오는 날 시를 쓸 때는 ㅁ이 들어가는 말을 조심해야 한다 미음에는 물기가 있다 비 오는 아침에 걷다가 보도블록에 미끄러질 뻔 꽉 잡을수록 더 미끄럽게 빠져나가는 미꾸라지 물미역, 물기 있는 다시마…… 이런 시어는 잘 잡히지 않는다, 비 오는 날엔 차라리 물이 흐르다 ㄹ이 흘러버려 고인 무논 미나리꽝의 미나리가 어떨까 아니면 둥근 물문 무지개나 용틀임하듯 별 흐르는 미리내는 어떨까 물결이 물비늘처럼 아니 물보라 이는 물살이 물줄기 되어 말도 안돼, 미치겠다 비 오는 아침에 나무 줄기에 물오른 물빛을 시상이 물여울처럼 넘실거리는 머릿속을 물끄러미 들여다보다 아차차, 할 말이 미끄러져 흘러버렸다 이런, miss… 건드리면 비처럼 쏟아질까 그 마음 missing 그리움 아무튼 미안! 2023. 5. 19. 이전 1 2 3 4 ··· 18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