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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체3

사라진 것들 앤드루 포터의 소설 『사라진 것들』을 읽었다. 오스틴, 담배, 넝쿨식물, 라임, 첼로, 라인백, 고추, 숨을 쉬어, 실루엣, 알라모의 영웅들, 벌, 포솔레, 히메나, 빈집, 사라진 것들. 15편의 단편소설이 들어있다. ‘사라진 것들’은 그 중의 한 편이다. 소설은 이야기이고, 이야기로 말하는 순간 그것의 과거의 일이다. 과거의 일들은 사라진 것들의 일종이다. 15편의 이야기들은 모두 ‘사라진 것들’이라 할 수 있다.  ‘오스틴’에서 화자는 옛친구들을 보면서 ‘마치 그들은 멈춘 시간 속에 그대로 머물러 있고 그동안 나만 다른 곳에서 결혼을 하고 자식도 낳으면서 늙어간 것 같다’고 말한다. 나의 청춘만 사라졌다고 느낀다. 청춘을 사라지게 한 것은 아내와 자식들이다. ‘담배’에 아이가 없던 시절에는 담배, 커.. 2024. 7. 29.
어린아이처럼 “힘을 빼라” 운동을 하면 가장 많이 듣게 되는 말이다. 배드민턴을 배울 때도 힘을 빼라는 말을 줄곧 들었다. 테니스를 칠 때도 좀더 잘 치려면 힘을 빼라고 한다. 골프도, 수영도 힘을 뺄 때 잘 되는 것을 느낀다. 힘이 좀 빠져 좀 부드럽게 되다가, 부지불식간에 또 힘이 들어가 뻣뻣해지곤 한다. 힘을 뺀 상태로 있다가 힘을 줘야 하는 그 순간에만 자신도 모르게 힘이 들어가면 고수가 된 것이다. 어린아이는 힘을 빼지 않는다. 아니, 뺄 힘이 없다. 미리부터 힘을 쓰지 않기 때문이다. ‘이렇게 해야 한다’거나 ‘이렇게 할 것이다’는 생각을 별로 하지 않는다. 그냥 한다. 그래서 자연스럽고 부드럽다. 어린아이 때 운동을 배우면 습득이 빠르다. 다른 것을 배울 때도 어른에 비해 지키고자 하는 고집이나 아집이 .. 2023. 8. 22.
기억은 과학이고 망각은 예술이다 기억은 과학이고 망각은 예술이다 우리는 망각보다 기억에 더 긍정적 가치를 부여한다. 기억은 경험이고 지식이다. 기억력은 똑똑함이고 명철함이고 치밀함이고 능력이 된다. 반면에 망각은 우둔함, 바보, 무지(無智), 건망증(健忘症), 치매(癡呆), 무능력과 연결된다. 우리는 기억을 잘 하려고 애를 쓰지, 망각하기 위해 애를 쓰는 경우는 드물다. 기억은 의식적이고 망각은 무의식적이다. 기억은 과학이고 망각은 물리적 실체 없이 저절로 일어난다. 기억이 유(有)라면 망각은 무(無)다. 기억의 뒷면이 망각이기에, 망각을 담당하는 뇌 부위를 찾을 수 없으리라. 『기억의 뇌과학』(리사 제노바)은 기억은 과학이라고 말한다. 해마라는 부위가 기억강화에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기억은 해마에서 최초의 경험을 접수한 시각피질, .. 2023. 3. 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