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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비움279

세상은 늘… 변한다 생산의 때가 다하면 수용의 때가 오고 꽉 차고 난 다음엔 비워야 할 때가 온다 물속에서 꼼지락거리며 어려운 때를 다하면 어둠 속에서 어리나마 싹 틔울 때가 온다 어리면 음식 차려주고 기다림이 필요하다 음식이 앞에 있으면 욕심이 나고 다툼이 생긴다 군사가 무리를 지어 물처럼 흐르는 때가 지나면 나란히 견주어 도우는 때가 온다 하늘에 바람이 불어 빽빽한 구름에 조금 더 쌓는 때가 지나면 연못 위의 하늘처럼 조심스런 이행의 때가 다가온다 아래로 간 하늘은 위로 올라가려고 위로 간 땅은 아래로 내려가려 하는 태평성대의 때가 다 가면 위로 간 하늘은 위로만 가고 아래 있는 땅은 아래로만 내려고 막히고 불통하는 때가 닥친다 태양 위에 하늘처럼 모든 사람들이 하나가 되어 때가 지나면 하늘 위에 태양이 빛나듯이.. 2024. 1. 29.
조르바의 자유 조르바에게 서술자가 묻는다. “인간이라니, 무슨 뜻이지요?” “자유라는 거지!” 조르바는 언제부터 자유가 인간의 실존이 되었을까? 『그리스인 조르바』에서 크레타 섬으로 가는 조르바는 예순 다섯으로 나온다. 조르바가 태어날 때부터 천상천하유아독존(天上天下唯我獨尊)을 외치며 실존적 자유의 인간이 된 것은 아닐 것이다. 언제부터 무슨 일을 겪어서 이런 삶의 태도가 형성되었을까? “당신 역시 저울 한 벌 가지고 다니는 거 아니오? 매사를 정밀하게 달아 보는 버릇 말이오, 자, 젊은 양반, 결정해 버리쇼. 눈 꽉 감고 해버리는 거요.” “물레방앗간집 마누라 궁둥짝, 인간의 이성이란 그거지 뭐.” 사람들은 모든 일에 합리적인 기준으로 공정함과 이해득실을 재고 판단하고 그에 따라 행동한다. 조르바는 이러한 인과적 논.. 2024. 1. 28.
하늘 땅...그리고 완성 미완성 중천건(重天乾䷀), 중지곤(重地坤䷁), 지천태(地天泰䷊), 천지비(天地否䷋), 수화기제(水火旣濟䷾), 화수미제(火水未濟䷿)를 보며 생각해본다. 인간사의 모든 면은 상대적이고 대립적인 면이 있다. 즉, 밤이 없으면 낮을 말할 수 없고, 어둠이 없으면 밝음을 말할 수 없다. 마찬가지로 중지곤(重地坤䷁),이 없으면 중천건(重天乾䷀)을 말할 수 없고 말할 필요도 없다, 천지비(天地否䷋)가 없으면 지천태(地天泰䷊)를 말할 수 없고, 화수미제(水火旣濟䷾)가 없으면 수화기제(火水未濟䷿)를 말할 수 없다. 세상의 모든 것이 변하듯, 주역의 괘도 변화의 과정 중에 놓여있다. 순양(純陽)이든 순음(純陰)이든 반반(半半)이든 골고루 섞여 있든 음양(陰陽)은 고정돼 있지 않고 늘 섞이고 변한다. 어떤 때는 순차적으로 어떤 때.. 2024. 1. 27.
고방 우리 집에서도 '고방'이라 했다 장독으로 안 쓰는 독에는 한 가득 홍시가 들어있어 겨우내 수시로 갖다 먹었다. 스케이트를 타거나 물고기를 잡는다고 추위에 한나절 떨다가 들어와 따뜻한 아랫목에 뜨근하게 데운 시루떡을 차가운 홍시에 찍어 먹던 맛을 잊을 수 없다. 외갓집 고방에서는 갈 때마다 늦가을 따서 재놓았다 밥그릇에 퍼주시던 고욤 맛이 외할머니의 곰방대와 웃음처럼 정겹고 푸근했다. 우리 아버지는 입버릇처럼 술은 광약(狂藥)이라 말씀하시면서 안 마셨기 때문에 음식 솜씨 욕심 많은 어머니도 술 담는 실력은 없으셨다. 딱 한 번 동네 술 잘 담는 아지매한테 배워서 술을 담았는데 성공적이지 않았던 것으로 기억한다. 개복숭아, 머루 등을 넣고 소주를 부어 만든 과실주는 항아리들은 몇 개 있었다. 술 먹는 사람이.. 2024. 1. 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