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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성장연구소335

맛있는 이유 11월 중순쯤에 시골 고향에 갔었다. 이제 아무도 살고 있지 않는 시골집에 아버지 기제사를 모시려고 동생 내외와 함께 들어갔다. 점심 때쯤이라 잡초처럼 자란 돼지 감자를 좀 캤다. 이제 아무도 일삼아 따지 않는 감도 좀 땄다. 대나무 장대도 없고 그냥 따기엔 감나무가 너무 커버렸다. 감나무를 타고 올라가 큰 가지를 통째로 잘랐다. 탱자만한 크기밖에 안 되는 땡감인데 익어서 가지에 달린 채로 거의 홍시가 된 것들이 있었다. 아침도 굶고 점심도 먹지 않은 오후 3시쯤에 먹는 홍시의 맛은 황홀했다. 산골의 차가운 공기 속에 먹는 차갑고 상긋하면서 시원한 육즙이 입안 가득히 퍼지는 홍시의 맛은 거의 울컥할 지경이다. 어릴 때는 삭혀서도 먹었다. 가을 소풍을 갈 때는 대부분의 학생들이 삭힌 몇 개씩을 싸가지고 왔.. 2023. 12. 9.
국어 수능 문제를 풀어보다 지문으로 나온 정끝별의 ‘가지가 담을 넘을 때’를 읽는다. 이를테면 수양의 늘어진 가지가 담을 넘을 때 그건 수양 가지만의 일은 아니었을 것이다 얼굴 한번 못 마주친 애먼 뿌리와 잠시 살 붙였다 적막히 손을 터는 꽃과 잎이 혼연일체 믿어주지 않았다면 가지 혼자서는 한없이 떨기만 했을 것이다 한 닷새 내리고 내리던 고집 센 비가 아니었으면 밤새 정분만 쌓던 도리 없는 폭설이 아니었으면 담을 넘는다는 게 가지에게는 그리 신명 나는 일은 아니었을 것이다 무엇보다 가지의 마음을 머뭇 세우고 담 밖을 가둬두는 저 금단의 담이 아니었으면 담의 몸을 가로지르고 담의 정수리를 타 넘어 담을 열 수 있다는 걸 수양의 늘어진 가지는 꿈도 꾸지 못했을 것이다. 그러니까 목련 가지라든가 감나무 가지.. 2023. 12. 8.
감응의 단계 31. 택산함괘(澤山咸卦䷞) 택산함괘(澤山咸卦䷞)의 함(咸)은 ‘느낌’, ‘감응’, ‘다 함’, ‘교합(交合)’이다. 위에는 못[택(澤☱)]이 있고, 아래에는 산[산(山☶)]이 있다. 산과 못의 기운이 통했다는 ‘산택통기(山澤通氣)’다. 산은 하늘의 성기이고, 연못은 땅의 성기다. 택(澤☱)은 소녀이고, 산(山☶)은 소남이다. 장남ㆍ중남, 장녀ㆍ중녀 간의 교섭보다 소녀ㆍ소남의 교합과 감응이 더 민감할 것이다. 음유(陰柔)가 올라가고 양강(陽剛)이 내려와 두 기운이 느껴 응함으로 서로 더불어 한다. 여자가 올라가 기뻐하고 남자가 내려와 그친다. 이는 지천태괘(地天泰卦䷊), 수화기제(水火旣濟䷾)의 원리와 같다. 위로 올라가려는 하늘과 불은 아래에, 아래로 내려오려는 땅과 물은 위에 있어야 기운이 상통하고 조.. 2023. 12. 7.
붙으면 언젠가 떠나야 중화리괘(重火離卦䷝)는 위에도 리괘(離卦☲)과 아래도 리괘(離卦☲)다. 불이 겹친 중화(重火)다. 하늘의 불은 태양이다. 태양은 하늘에 걸려 있어 ‘걸림’의 뜻이 있다. 불은 무엇에 붙어야 타기 때문에 ‘붙음’의 뜻이 있다. 불이 타면 모든 것이 흩어져 떠나기 때문에 ‘떠남’의 뜻도 있다. 불이 두 개나 있으니 ‘밝음’의 뜻도 된다. 리(離䷝)는 ‘총명함’, ‘걸출함’, ‘찬란함’을 상징한다. 사람이 똑똑하고 걸출한 인재가 되려면 달라 ‘붙어’ 집요하게 파고드는 열정적(熱情的)인 학습력이 있어야 한다. 이런 사람은 대체로 감정보다 이성이 강하고 논리적이다. 사람에게 잘 붙거나 다른 사람을 잘 붙이지만, 합리적인 계산이 빠르고 차가운 편이어서 오래 참지 못하고 떠나거나 떠나게 만드는 경우도 많다. 명리(命.. 2023. 12. 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