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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성장연구소335

측백나무집 등불을 켜고 김정오의 산문집 『측백나무집 등불을 켜고』를 읽었다.  1부 ‘지구의 작은 섬’은 저자가 지리산 뱀사골에 정착해 사는 이야기다. 땅을 구하고 집을 짓고 농사를 지으며 그 속에서 이웃과 어울리고 자연과 교감하며 살아가면서 실천하고 깨닫는 이야기들을 쓰고 있다. 매우 생생하고 구체적이다. 작가의 삶이 눈에 선하게 그려진다. 부드럽고 풍부한 감성이 적절한 비유와 묘사를 통해 글 전편에 아름다운 무늬처럼 깔려 있다. 문장이 맑고 깨끗하고 성실하다. 작가의 삶과 일치한다. 귀촌해서 자연 속에서 한 번 살아보고 싶은 것은 누구나 한 번쯤은 가지는 로망이다. 그런데 막상 실현해보면 그 로망은 현실의 벽에 부딪혀 비현실적인 고통과 고독으로 무너져내리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작가의 삶은 그렇지 않다. 그냥 로망으로서의 .. 2025. 1. 10.
대낮 기온이 영하로 떨어졌다. 올 겨울 들어 처음이다. 올해 유난히 늦게까지도 풀이 죽지 않던 풀들도 12월 말이 되어서야 시들어 마르는 모습이었다.  ‘풀’을 사전에서 찾아봤다. 수영장을 뜻하는 풀(pool)을 제외하면 3개다. 하나는 쌀이나 밀가루 따위의 전분질에서 빼낸 끈끈한 물질을 뜻하는 풀이다. 이는 주로 무엇을 붙이거나 피륙 따위를 빳빳하게 만드는 데 쓴다. 풀의 빳빳한 기운이나 차진 기운은 ‘풀기’라고 한다. 또 빳빳해지는 것을 ‘풀이 서다’라고 하며, 빳빳하지 아니하게 되는 것을 ‘풀이 죽다’라고 한다.  다음은 초본 식물을 통틀어 이르는 ‘풀’이다. 목질이 아니어 줄기가 연하고, 대개 한 해를 지내고 죽는다. 대를 두고 풀도 나무도 아닌 것이라고 한 시조 구절이 있다. ‘대’를 찾아보니 .. 2025. 1. 9.
다 썩어가는 모과 한 알 어느 늦가을 모과나무 아래 떨어진 모과를 두 개 주워왔다. 거실에 두고 진하지 않은 향과 노오란 빛깔을어쩌다 즐겼다. 어쩌다 한 번 쳐다보았다. 어쩌다 한 번 집어서 냄새를 맡았다. 그러다 크고 잘생긴 하나가먼저 썩었다. 주워왔던 그곳에 내다 버렸다.  오늘, 하나 남은 모과에 무심히 눈이 갔다. 이리 저리 돌려가며 보았다. 눕혀도 보았다. 위에서도 보았다.보는 각도에 따라 달라 보였다. 작은 물개처럼 보였다. 작고 통통한 한 마리 새처럼 보였다. 한 무더기 똥처럼 보였다. 다 썩어가는 모과일 뿐인데 보기에 따라 다른 모양으로 보인다.  다 썩어가는 모과를 물개라고 우겨볼까. 다 썩어가는 모과를 노란점박이 새라고 우겨볼까. 다 썩어가는 모과를 한 무더기 똥이라고 우겨볼까. 다 썩어가는 모과를 다 썩어가는.. 2025. 1. 8.
절은 절하는 곳 머리가 빠져 아주 짧게 머리를 깎은지 오래 되었다. 스님 머리나 다름없다. 지나가다 마주친 직장 동료가 한 마디 한다. 아재 개그다.  “절로 가셔야죠?”“아니, 난 일로 가야되는데.” 절에는 무엇하러 가는가. 절에는 절하러 간다. 사찰을 뜻하는 절과 예의의 표현으로 하는 절이 같은 절인줄 몰랐다. 절의 원형은 오체투지라고 한다. 상대에 대한 존중의 예를 표현하는 것이다. 이슬람교, 기독교에서 기도할 때 예를 표하는 방식이나 카톨릭에 발을 씻기고 만지는 행위도 불교의 절에 영향을 받은 것이라고 말한다.  불교의 영향을 받았다고 볼 수 있는 말들이 많다고 한다. 기독교 예배당의 예배는 예를 갖추어 절한다는 의미이다. 이슬람 사원의 사원은 절을 의미한다. 또 기독교에서 부르는 찬송가는 게송으로 찬양한다는 의.. 2025. 1. 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