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기가 오래 간다. 걸린 지 3주가 지난 것 같다. 독감(毒感)인가. 독감의 뜻 안에는 유행성 감기도 있다. 지독하지는 않다. 오래 가는 유행성인가. 목이 조금 따갑다가 가래가 끓고 기침이 가끔씩 나곤 한다. 코는 막히지 않고 열도 별로 나지 않는다.
감기가 걸렸다고 일상적으로 하던 일을 중지한 건 없다. 감기가 독하지 않아서인가. 병원에는 가지 않았다. 감기 약도 먹지 않았다. 언젠가 낫겠지 하고 있는데 그저께부터는 목소리도 살짝 맛이 갔다. 오늘은 목소리가 회복되는 듯하다.
어릴 때 유난히 감기가 잦았다. 아마도 면역력이 약했나 보다. 늘 어지러웠던 기억이 있다. 감기가 걸려 땀을 흘리고 나면 더 어지러웠다. 며칠 동안 코가 꽉 막혀 있으면 코를 베어 내고 싶을 정도 갑갑했다. 시골이라 병원도 약국도 없었다. 생강과 귤껍질을 삶은 물에 설탕을 태워 마시는 게 감기약이었다. 그리고는 이불을 덮고 땀을 푹 내는 게 치료였다. 독할 때는 목소리가 잠기는 것은 물론이고 모든 음식이 쓴 맛이라 거의 굶다시피 했다.
열이 나고 콧물이 나고 가래가 끓고 입맛이 떨어지는 것은 몸이 감기 바이러스와 전투를 벌이고 있는 증거인가. 감기약은 몸의 저항력을 도와주는 것인가, 약화시키는 것인가. 감기를 앓는 동안에는 고통스럽다. 그러나 감기 기운이 완전히 떠날 때 내 몸이 느끼는 가뿐함과 개운함은 감기를 앓지 않고는 얻을 수 없다.
어릴 때는 감기에 좋다는 콩나물은 실컷 먹었다. 안방 윗목에는 콩나물 시루가 늘 있었다. 겨우내 콩나물을 길렀고 콩나물 비빔밥은 매일처럼 먹었다. 감기가 걸리면 콩나물국과 무국이 먹고 싶어진다.
(공백 포함 803자)
별별챌린지 8기 12일차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