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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의 파동

영화, 하얼빈

by 두마리 4 2025. 1. 13.

영화를 보면서 줄곧 믿음과 배신을 생각했다. 나 자신을 얼마나 신뢰하는가. 나 자신을 믿는 마음이 자신감이다. 자신감이 얼마나 강한가. 사소한 일상 생활에서도 얼마나 쉽게 나 스스로를 배반하는가. 나를 의심하기 때문에 자신감이 필요하다. 스스로를 믿지 못하면 무슨 일을 하겠는가. 총을 들고 적군과 싸움을 할 때 더 강한 믿음이 필요하다. 동지에 대한 믿음도 마찬가지다. 믿지 못하면 무슨 일을 같이 하겠는가. 하지만 역설적이게도 삶과 죽음이 한 순간에 왔다갔다 하는 전투에서는 자신이나 동지에 대한 의심이나 배신의 유혹 또한 그만큼 강해진다.

 

대한의군과 일본 군대가 처절하게 죽이고 죽는 싸움 장면이 나온다. 그 다음 포로로 잡힌 일본 군인 몇 명을 참모중장 안중근은 동지와 부하들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만국공법에 따라 풀어준다. 풀어준 일본 군인의 폭격으로 안중근 부대의 대원들이 거의 몰살당한다. 죽고 싶었던 안중근은 죽음을 각오하고 이 전쟁의 우두머리인 이토오 히로부미를 처단하는 데 삶의 의미를 둔다.

 

전쟁과 전투에서 만국공법은 지켜야 하는가. 만국공법을 상대가 지키지 않아도 지켜야 하는가. 적군의 포로를 죽이지 않는 것인지 옳은지 판단하기 어렵다. 배신한 아군의 동지를 죽이지 않는 것이 옳은 지 판단하기 어렵다. 사실 국가 간에 벌어지는 전쟁도 상대로 몰살시키는 것이 목적인 경우는 없다. 전쟁의 목적도 결국에는 자신들이 더 잘 살기 위한 것이다. 전쟁이 인류 스스로 개체수를 조정하기 위한 본능일지라도 그렇다.

 

집에 강도가 들었는데 온 몸을 희생하여 가족을 지키려는 행위는 훌륭하지 않은가. 나라를 지키기 위해 자신은 물론 가족을 희생한 행위는 아름답고 숭고하지 않은가. 친일을 옹호하면서 태극기만 들고 나오면 친국가가 되고, 그들의 주장을 반대하면 반국가가 되는가. 한 손에는 태극기를, 또 다른 한 손에는 일장기를 애국을 말하는 사람들을 어떻게 봐야 할까.

 

(공백 포함 1,029)

별별챌린지 8기 13일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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