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 수, 목, 금 아침마다 수영을 한다. 수영 강습이 시작되기 전 준비 체조를 한다. 체조를 시키는 강사마다 체조가 달랐다. 하지만 수영할 때 주로 많이 쓰이는 부위를 중심으로 스트레칭을 한다. 그런데 어느날 그 체조가 ‘국민체조’로 바뀌었다.
국민체조는 1960년대 재건체조로 시작해 1970년대 말에 ‘국민체조’라는 이름으로 보급됐다. 70년대 초등학교를 다닌 사람들은 오전 수업을 마치고 중간에 전교생이 운동장에 나와 국민체조를 하던 기억이 생생할 것이다. 국민체조가 체조로서 얼마나 좋은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온 국민이 똑같은 체조를 해야 한다는 의미의 ‘국민체조’는 획일적이다. 무슨 일을 하고 있던지 애국가가 울려퍼지면서 국기 하강식을 하면 멈춰서 국기를 향하여 경례를 했던 것처럼 일사불란(一絲不亂)하다. 군국주의와 전체주의 느낌을 지울 수 없다.
퇴근을 하면서 가로수를 본다. 이팝나무가 있다. 벚나무가 있다. 은행나무가 있다. 느티나무가 있다. 이팝나무는 은행나무와 달리 이팝나무끼리 동일함이 있다. 이팝나무들만 보면 똑같은 나무는 없다. 한 그루의 이팝나무를 보면 똑같은 가지가 없다. 이팝나무 한 가지에서 이파리만 보면 수천, 수만의 이파리가 똑같은 게 없다. 다른 동물과 달리 사람도 동일함이 있다. 하지만 사람들만 보면 똑같은 사람이 아무도 없다.
똑같은 모양의 아파트, 똑같은 모양의 벽돌, 똑같은 모양의 온갖 제품들. 동일한 것은 다량으로 생산하기는 좋지만 사람들이 쉽게 싫증을 낸다. 다른 똑같은 헤어스타일은 싫어한다. 다른 사람과 똑같은 옷은 싫어한다. 차이에 대한 욕망은 본능일까.
같은 학교이면 똑같은 교복을 입는다. 군대에 가면 똑같은 군복을 입는다. 학교나 단체, 국가 대표로 대회에 나가면 똑같은 유니폼을 맞춰 입는다. 여럿이 똑같이 행동을 하면, 거인이 됨을 느낀다. 동일함에 대한 욕망은 어디에서 오는 것일까.
주역의 괘로 보면 온전히 동일한 것은 중천건(重天乾䷀)과 중지곤(重地坤䷁)이다. 건(乾)은 창조적 우주로 가장 강(剛)하고, 곤(坤)은 수용적 우주로서 가장 유(柔)하다. 둘 다 절대적이고 이상적인 상태다. 인간 세상에서 이와 같은 동일함은 없다. 양효와 음효가 뒤섞여 움직이고 변화하다 동일한 집단끼리 만나는 게 11번째 지천태(地天泰䷊)다. 지곤(地坤☷)은 아래로 내려가려는 기운인데 위에 있고, 건천(乾天☰)은 위로 올라가려는 기운인데 아래에 있어 지극히 바람직하다. 이 괘는 ‘태평’을 상징한다. 이와 반대가 12번째 천지비(天地否䷋)다. 이 괘는 위에 있는 건천(乾天☰)은 위로만 갈려고 하고, 아래에 있는 지곤(地坤☷)은 아래로만 가려고 해서 ‘막힘’을 상징한다. 인간 사회에서 이런 관계의 집단은 많이 볼 수 있다.
*이미지: 치자꽃 속의 달개비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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