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뢰둔괘(水雷屯卦䷂) (2) 머뭇거리며 때를 기다려야
初九, 磐桓, 利居貞, 利建侯.(초구, 반환, 리거정, 리건후) 초구, 머뭇거리고 나아가지 않으니 바른 데 처하는 것이 이롭고 제후를 세우는 것이 이롭다. 상왈, 비록 머뭇거리고 나아가지 않을지라도 뜻은 올바름을 행하는 데 있다. 귀한 신분으로 천한 이에게 몸을 낮추니 크게 민심을 얻을 것이다.
반(磐)은 너륵바위다. 환(桓)은 큰 기둥이다. 집으로 말하면 주춧돌과 기둥이다. 움직이지 않아야 한다. 움직이더라도 나아가지 않고 제 자리에 있어야 한다. 바르게 거처해야 한다. 귀한 신분이라도 몸을 낮춰 여러 사람들의 지지와 응원으로 받아야 한다. 일을 조직하고 계획을 잘 세울 수 있는 제후 즉 관리자를 찾아서 세워야 한다. 자신을 도와줄 친구를 얻어야 한다. 수뢰둔괘(水雷屯卦䷂)의 초구가 움직이면 수지비괘(水地比卦䷇)가 된다. 비(比)는 ‘친함’, ‘동맹’이다. 섣불리 나아가지 않고 사람들을 돕고 가까이 하여 친함을 도모하고, 일의 체계를 만들 제후를 세우는 일과 상통한다.
六二, 屯如邅如, 乘馬班如, 匪寇婚媾, 女子貞不字, 十年乃字.(육이, 둔여전여, 승마반여, 비구혼구, 여자정부자, 십년내자) 육이, 머뭇거리며 말을 탔다가 내려오니 침범하는 것이 아니라 혼인하는 것이니, 여자가 바름을 지키면 출산하지 못하다가 10년이 되어서야 출산한다. 상왈, 육이의 어려움은 강(剛)을 타고 있기 때문이다. ‘10년이 되어서야 비로소 출산한다’는 것은 정상으로 돌아온 것이다.
둔(屯)은 진(陣)을 치는 것이다. 전(邅)은 머뭇거림이다. 머뭇거리며 진영(陣營)을 꾸리는 일을 준비를 하고 힘을 길러야 한다. 함부로 나아가면 안 된다. 말을 탔다가 다시 내려서 나아가지 않는 것처럼 급하게 가고자 하나 가지 못하는 것이다. 정복하고 침략할 것이 아니라 혼인(婚姻)과 같이 화친(和親)을 맺어야 한다. 때가 올 때까지 머뭇거리고 있어야 한다.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 말이 있다. 적어도 10년 정도 작정하고 기다리면서 정상적인 생산 활동이 가능할 때를 기다려야 한다. 수뢰둔괘(水雷屯卦䷂)의 육이가 움직이면 수택절괘(水澤節卦䷻)다. 절(節)은 ‘마디’, ‘절제’, ‘질서’다. 절제는 함부로 나아가지 않고 머뭇거리과 상통한다.
六三, 卽鹿无虞, 惟入于林中, 君子幾, 不如舍, 往吝.(육삼, 즉록무우, 유입우림중, 군자기, 불여사, 왕린) 육삼, 사슴을 쫓되 몰이꾼이 없어 숲으로 들어갈 뿐이니, 군자가 기미를 알고 그만두는 것만 못하니 그대로 가면 부끄러울 것이다. 상왈, ‘사슴을 쫓되 몰이꾼이 없다’는 것은 짐승을 탐내는 것이다. ‘군자가 그만둔다’는 것은 계속 가면 부끄럽고 곤궁하기 때문이다.
사슴을 쫓는다는 것은 무언가 성취 욕망이 있음이다. 몰이꾼이 없다는 것은 욕망하는 바를 이룰 수 있도록 도와줄 사람이 없다는 것이다. 아직 나아갈 때가 아니다. 지원을 받아야 성취할 수 있는 일을 할 때는 그런 여건이 조성될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 혼자 나섰다가 힘만 빼고 곤궁에 빠지기 십상이고 부끄럽게 된다. 수뢰둔괘(水雷屯卦䷂)의 육삼이 움직이면 수화기제괘(水火旣濟卦䷾)가 된다. 기제(旣濟)는 ‘완성’이다. 사슴을 쫓는 것은 완성에 대한 욕망이다. 뢰괘(☳)가 변하여 리괘(☲)가 됐다. 험난함을 뚫고 올라갈 수 있는 밝음이 생겼으나 호괘로 보면 감괘(☵)가 두 개나 있다. 함부로 나아갈 때가 아니다.
六四, 乘馬班如, 求婚媾, 往吉, 无不利.(육사, 승마반여, 구혼구, 왕길, 무불리) 육사, 말을 탔다가 내려옴이니 혼인할 짝을 구하여 계속 가면 길하여 이롭지 않음이 없을 것이다. 상왈, 구하여 나아가는 것은 현명한 것이다.
‘말을 탔다가 내려옴’은 육삼에 나왔듯이 급하게 나아가려고 하나 나아가지 못하고 그침이다. 혼인할 짝을 구하는 것처럼 하거나 현자(賢者)의 도움을 구하는 것은 이롭지 않음이 없다. 수뢰둔괘(水雷屯卦䷂)의 육사가 움직이면 택뢰수괘(澤雷隨卦䷐)가 된다. 수(隨)는 ‘따름’, ‘추구’다. 혼인할 짝을 구하듯이 따르고 추구하면 이롭지 않음이 없을 것이다.
九五, 屯其膏, 小貞吉, 大貞凶.(구오, 둔기고, 소정길, 대정흉) 구오, 은택을 베풀기가 어려우니 작은 일에 바르면 길하고 큰일에 바르면 흉할 것이다. 상왈, ‘은택을 베풀기가 어렵다’는 것은 베풂이 아직 광대하지 못한 것이다.
은택을 베풀기 어렵다는 것은 베풀만큼 크지 않다는 것이다. 따라서 작은 규모에서 바르게 하면 길하고, 힘에 부치는 큰일을 바르게 하려고 하면 흉하다. 수뢰둔괘(水雷屯卦䷂)의 육오가 움직이면 지뢰복괘(地雷復卦䷗)가 된다. 복(復)은 ‘회복’ ‘반환(터닝포인트)’다. 은택을 크게 베풀 수 있을 때까지 기다리면 반환점이 온다.
上六, 乘馬班如, 泣血漣如(상육, 승마반여, 읍혈련여.) 상육, 말을 탔다가 내려와서 피눈물을 흘리는 것이다. 상왈, 피눈물을 흘리니 어쩌 장구할 수 있겠는가.
육이, 육사에 나온 승마반여(乘馬班如)가 나온다. 급히 가려고 말을 탔다가 내려서 못 가고 머뭇거림이다. 그런데 육이나 육사와 처지가 다르다. 상육은 험난함의 극치이고 절정이다. 더 이상 기다리고 물러설 데가 없다. 그래서 피눈물을 흘리는 것이다. 피눈물을 흘릴 정도로 힘들지만 이 상황은 오래 가지 않는다. 땅속에서 발아한 새싹으로 치면 짓누르고 있는 땅껍데기를 마지막으로 밀어올려야 하는 상황이다. 수뢰둔괘(水雷屯卦䷂)의 상육이 움직이면 풍뢰익괘(風雷益卦䷩)가 된다. 익(益)은 ‘증가’, ‘보탬’이다. 험난함의 절정을 극복하고 나면 보탬이 있다.
둔(屯)괘는 땅속의 씨앗이 발아하여 땅 위로 올라오기 전의 모습이다. 자신을 도와줄 제후를 구하여 세우고, 머뭇거리며 적절한 때를 기다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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