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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역으로 글쓰기/글쓰기로 자강불식하는 주역(두마리)

16. 뢰지예괘(雷地豫卦䷏) (1) 순응하여 미리하면 즐겁지 아니할까

by 두마리 4 2023. 7. 1.

16. 뢰지예괘(雷地豫卦䷏) (1) 순응하여 미리하면 즐겁지 아니할까

 

, 利建侯行師(, 리건후행사) , 제후를 세우고 군대를 출동하는 것이 이롭다

彖曰 豫, 剛應而志行, 順而動, . , 順而動, 故天地之而況建侯行師乎! 天地而順動, 故日月不過而四時不忒, 聖人而順動, 則刑罰淸而民服. 豫之時義大矣哉.(단왈 예, 강응이지행, 순이동, . , 순동, 고천지이황건후행사호! 천지이순동, 고일월불과이사시불특, 성인이순동, 즉 형벌청이민목, 예지시의대의재.) 단전왈, , ()이 응하여 뜻이 행해지고 순응함으로써 움직이는 것이 예이다. 예는 순응함으로써 움직이니 천지도 이와 같거늘 하물며 제후를 세우고 군대를 출동함에 있어서랴! 천지가 순응하여 움직이는 까닭으로 해와 달이 잘못되지 않아 사계절이 어긋나지 않고, 성인이 순응하여 움직이니 형벌이 분명해져서 백성이 복종한다. 예의 때와 뜻이 크다.

象曰 雷出地奮, . 先王以作樂崇德, 殷薦之上帝, 以配祖考.(상왈 뢰출지분, . 선왕이작락숭덕, 은천지상제, 이배조고.) 상왈 우레가 땅에서 나와 분발하는 것이 예괘이다. 선왕이 보고서 음악을 만들고 덕을 숭상하여 상제에게 성대하게 제사 지내고 자기의 덕을조상과 짝을 이루게 한다.

 

복종하고 싶은데 복종하는 것은 아름다운 자유보다도 달금합니다, 그것이 나의 행복입니다.”

 

한용운의 시 복종에 나오는 나오는 구절이다. 복종(服從)은 남의 명령이나 의사를 그대로 따라서 좇는 것이다. 다들 복종하기를 좋아하지 않는다. 남의 명령이나 의사가 아니라 자신의 자유 의지에 따라 행동하고 싶어한다. 특별히 복종하고 싶은 대상에게 복종하는 것은 예외다. 대체로 사랑하는 대상에 대한 태도다. 지극하고 열렬히 사랑하면 죽으라면 죽는 시늉까지 한다. 목숨까지 바쳐 복종하기도 한다.

 

순순히 따름이 순종(順從)이다. 순종에 대해서도 부정적으로 여길 때가 많다. ‘복종에 약간 감염이 된 탓인 듯하다. 순응(順應)은 환경이나 변화에 적응하여 따르는 것이다. 순종보다 부정적 함축이 덜하다.

 

뢰지예괘(雷地豫卦䷏)에서 ()’는 열광이고 즐거움이다. 순응함으로써 얻는 즐거움이다.

 

()의 순응. 태양이 끊임없이 폭발하여 에너지와 빛을 내뿜는다. 지구는 초속 29.76km로 공전하다. 지구는 시속 1,300km로 자전한다. 이런 천체의 운행에 따라 사계절이 바뀌고, 밤낮이 바뀐다. 천체의 운행은 스스로의 힘에 대한 순응이다. 또는 인간이 알지 못하는 다른 힘에 대한 순응이다. 46억 년 동안 단 한 순간도 멈춘 적이 없다. 인간이 쓰는 에너지는 대부분 한계가 있고 고갈된다. 천체 운행의 고갈되지 않는 어마무시한 힘은 어디에서 비롯되는지 알기 힘들다.

 

()의 순응. 지구는 천체 운행에 순응한다. 순응하는 지구의 대기권 안에서 온갖 환경이 만들지고 변화가 일어난다. 흙과 물과 바람과 비가 스스로의 힘에 순응하여 변화를 일으킨다. 그 환경 속에서 생태계의 온갖 종들이 순응하며 생멸(生滅)하고 있다.

 

()의 순응. 인간은 지구 생태계의 생물 종 중에서 순응에 반()하는 행위를 가장 많이 하는 듯하다. 천지자연을 대상으로 삼고, 연구(硏究)하고 개발(開發)하고 정복(征服)할 듯이 한다. 하지만 크게 보면 결국은 인간도 천지자연의 순리(順理)에 순응(順應)할 수밖에 없는 존재에 불과하다.

 

천지자연에 대한 순응이든, 사회 공동체나 인간이 만들어낸 각종 제도에 대한 순응이든, 다른 사람에 대한 순응이든 천지인(天地人) 중에 인()의 순응이 문제다. 인간은 현미경을 만들어 중성미자(中性微子)까지 관찰한다. 인간은 우주선을 만들어 태양계 너머의 공간까지 알아보려고 한다. 인류의 문명이 별짓을 다 해도 그것은 결국 천지자연의 이치에 순응하는 선을 넘지 못할 것이다. 인류의 문명으로 인해 지구온난화가 심해지더라도 그래서 지구 생태계가 파괴되고 인류가 멸종하더라도, 천지자연의 순리는 멀쩡할 것이다.

 

순응(順應)미리하는 것과 상관 있다. 모든 계획들은 미리 하는 것이다. 사계절의 변화에 순응하지 않는데, 봄에 씨를 뿌리고 여름에 키우고 가을에 수확하는 계획으로 농사를 지을 리 없다. 밤낮이 바뀌는 변화에 순응하지 않는데, 하루ㆍ한 달ㆍ일 년ㆍ수십 년의 계획으로 인생을 살거나 사업을 추진할 리 없다.

 

개인적인 일도 대부분 순응하여 미리 하면 즐거움을 얻을 수 있다. 최재천의 말한 하버드 대학생들의 공부 방법이 인상적이다. 하버드 대학생들이 공부를 잘 하는 비법은 모든 레포트나 시험 공부를 일주일 전까지 미리 하는 데 있다고 말한다. 학기 초에 시험 기간을 공지한다. 그 시험 기간은 하루하루 지나서 어김없이 그 날짜에 닥친다. 순응하지 않을 수 없다. 시험 기간이 시작되기 일주일 전까지 모든 시험 공부를 끝낸다면 시험 기간 동안 즐거움을 얻을 수 있다. 시험 공부뿐만 아니라, 한 달 뒤에 또는 몇 달이나 몇 년 뒤에 어김없이 닥칠 일에 대비하여 미리 하면 즐거움을 얻을 수 있다.

 

국가를 세우거나 경영하는 데 있어서도 순응해야 할 이치가 있고 상황이 있다. 옛날이나 지금이나 인재 양성이 중요하다. 모든 인재가 중요하지만 지도자 양성이 더 중요하다. 제후를 세우는 일이다. 군대를 만들고 훈련시키고 언제든지 출동할 수 있는 상태로 만들어 놓는 것도 순응하여 미리 할 일이다. 국가 집단 끼리의 경쟁과 대결이 없어지지 않는 한, 강한 국방력은 그 이치에 순응하여 미리 미리 만들어 가야 할 필수 요소다.

 

민심은 천심(天心)이다. 군주가 백성에 순응하는 것은 하늘에 순응하는 것이다. 군주는 백성에 순응하여 미리 미리 해야 한다. 군주는 형벌을 분명하고 공정하게 해야 한다. 또 덕을 숭상하고 각종 국가적인 의례와 격식을 제대로 지켜야 한다. 아울러 예술 문화 등도 제대로 진작(振作)시키기 위해 분발(奮發)해야 한다. 그래야 백성이 군주에게 순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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