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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비움301

논 이야기 상속 받은 논 한 뙈기를 팔았다. 기분이 묘하다. 초등학교 다닐 때부터 있었던 논이다. 객지로 나온 뒤 30여 년 간 거의 볼 일이 없었다. 논에 대한 생각도 없었다.  정작 팔고 나니 그 논에 대한 기억이 샘솟는다. 늘 가까이 곁에 있을 땐 아무 생각 없다가 떠나고 나면 생각나는 사람처럼.  논 옆에는 집안 조상의 묘가 있었다. 제법 넓은 묘역은 모내기나 타작 등 논 농사 일을 할 때는 여러 사람들이 앉아서 점심이나 새참을 먹는 장소였다. 쟁기질과 쓰레질을 하시던 아버지 모습, 새참이나 점심을 해서 머리에 이고 논둑길을 오시던 어머니, 줄 맞춰 모내기를 하던 동네 아지매들 모습, 소 먹일 꼴을 베거나 모춤을 논바닥으로 던져 넣던 나의 모습이 눈에 선하다.  늦가을 학교 수업을 마치고 집에 가면서 들판 .. 2025. 2. 18.
바쁜 하루 2025년 2월 17일. 바쁜 하루였다.  아침에 일어나서 쿠룬타로 스트레칭을 간단히 했다. 턱걸이는 15개 한 세트만 했다. 돼지감자 차를 끓여 보온병에 넣었다. 8시쯤 언양 텃밭으로 출발했다. 기온이 1~2도 안팎인데 바람까지 불어 더 춥게 느껴졌다. 아피오스를 캤다. 비닐 멀칭을 벗겨낼 때 줄기를 타고 주렁주렁 달린 아피오스 씨알을 보는 기분이 좋다. 열매나 씨알을 크고 굵을수록 좋다. 작은 감자만한 것도 더러 나온다. 땅콩보다 작은 것은 종자로 쓴다. 석과불식(碩果不食)하여 큰 것을 종자로 써야겠지만 아피오스는 그럴 필요는 없는 듯하다. 큰 것은 먹고 작은 것을 씨로 쓴다. 10시 30분쯤 일을 끝내고 집에 오니 11시였다.  중구청 신문 기사를 처리했다. 종갓집도서관의 대형 리본 설치, 중구청 .. 2025. 2. 17.
학교폭력 전담 조사관 지난 한 학기 동안 학교폭력 전담 조사관으로 활동했다. 학교폭력전담조사관은 2024년에 처음 생겼다. 한 달에 두어 건 정도했다. 관련 학생이나 보호자들과 면담하다 보면 스트레스를 받기도 하지만, 나름 할 만했다.  학교 폭력이란 교내외에서 학생을 대상으로 폭력(신체, 언어, 성, 사이버), 금품갈취, 강요, 따돌림 등에 의해 신체적, 정신적, 재산상의 피해를 수반하는 행위를 말한다.  학교폭력 피해학생 보호조치는 1호 전문가에 의한 심리상담 및 조언, 2호 일시보호, 3호 치료 및 치료를 위한 요양, 4호 학급교체 등이 있다. 학교폭력 가해학생 조치 사항은 1호 서면사과, 2호 접촉·협박·보복금지, 3호 학교 봉사, 4호 사회 봉사, 5호 특별교육, 심리 치료, 6호 출석금지, 7호 학급교체, 8호 전.. 2025. 2. 16.
주역(周易) 공부의 어려움 『주역(周易)』은 어렵다. 위편삼절(韋編三絶). 공자가 주역을 즐겨 읽어 책의 가죽끈이 세 번이나 끊어졌다는 뜻으로, 책을 열심히 읽음을 이르는 말이다. 이 책이 주역이라고 한다. 책의 가죽끈이 세 번이나 끊어질 정도로 많이 읽었다는 것은 어렵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공부를 잘 했다는 학자치고 주역에 손대지 않은 사람이 없다. 이 또한 어렵다는 증거가 된다. 물론 그만큼 심오하거나 가치 있는 진리를 담고 있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주역(周易)』은 왜 이해하기 어려울까. 일반적인 경서(經書)에 없는 괘상(卦象)이 있고, 괘사나 효사의 문장도 대화체의 서술도 아니고 객관적 진술도 아니고 논리적 주장도 아니다. 기승전결의 이야기 구조로 이해되지 않는 것이 더 많고, 한 괘 안에서 효사끼리 문장이 연결되지 않는.. 2025. 2. 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