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비움254 솥, 밥은 혁명이다 “밥 한번 먹자” 요즘도 인사말로 밥 한번 먹자는 말을 한다. 먹는 게 중요하다. 밥을 먹으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한다. 술을 마시는 사람은 술도 한잔 한다. 밥을 같이 먹으면서 사회생활이 이루어진다. 사회적인 활동을 위해 밥을 같이 먹는다. 밥을 지으려면 솥이 있어야 한다. 옛날에는 여러 사람들이 야외에 놀러 가면 솥을 지게에 지고 갔다. 물가에나 들판에 솥을 걸어놓고 밥도 하고 국도 끓이고 고기도 삶았다. 솥에다 밥을 하고 고기를 삶으려면 나무와 불이 있어야 한다. 솥을 걸고 땔감을 해오고, 솥에다 음식을 삶고, 밥과 고기를 같이 먹으면서 하나가 되어간다. 새로운 음식을 하려면 먼저 솥을 깨끗이 비워야 한다. 만들려는 음식에 따라 재료도 적절하게 넣어야 한다. 밥만 하더라도 물을 잘 맞춰야 한다... 2024. 11. 9. 시시포스 시시포스는 오늘도 바위를 밀어올린다끊임없이 굴러떨어지는 바위를끊임없이 밀어올린다 밀어올리지 않으면 굴러떨어지지 않을 바위를굴러떨어지도록 밀어올린다 굴러떨어지기 전에 밀어올리면밀어올릴 일이 없기에 굴러떨어진 다음에 또 밀어올린다 오늘도 나는 일을 한다끊임없이 일을 만들고끊임없이 해낸다 일을 하지 않으면 생기지 않을 일을일이 생기도록 또 한다더 이상 할 일이 없을까봐 일을 끝내기 전에 또 다른 일을 만든다 공허와 권태와 무료를 이기기 위해다 밀어올린 바위를 다시 굴러내린다 일의 고통을 잊고 또다른 일을 만든다이별의 슬픔을 잊고또다른 사람을 만난다 시시포스는 오늘도 굴러떨어지는 바위를 밀어올린다 -『인생의 허무를 어떻게 할 것인가』(김영민)을 읽으며 *이미지: 시시포스(티치아노베첼리오) 2024. 11. 4. 지난밤 꿈 속에서 지난밤 꿈 속에서10년 만에 그를 만났다 오늘 낮에 그에게 전화를 걸어지난밤에 정말 고마웠다고 말해볼까 오늘 낮에 그가 전화를 받는다면오늘 밤에 꿈속에서 다시 그를 만나 오늘 낮에 전화를 받아줘서 정말 고마웠다고 말해볼까 매일 꿈속에서 그를 만나고 그 다음날 낮에 그에게 고마웠다고 그 다음날 꿈속에서 그를 다시 만나 고마웠다고일만 번을 거듭 말하면 꿈속에서 매일 습관처럼 그를 만날 수 있을까 이러고 있는데 그가 어깨를 툭툭 치며우린 이미 오래 전에 결혼했다고 꿈깨라고 한다면 -『인생의 허무를 어떻게 할 것인가』(김영민)을 읽다가....‘꿈에서 이웃집 부인의 엉덩이를 만졌다고 다음 날 아침 이웃집에 찾아가 사과할 필요는 없다’ 고 말했다는 데라야마 수지(「미신을 믿을 권리」)의 인용된 말을 보다가...^^.. 2024. 11. 3. 허구는 나의 힘 허구(虛構) 사실에 없는 일을 사실처럼 꾸며 만든다사실처럼 꾸며 만든 소설을 읽으며 사실처럼 감동한다사실처럼 꾸며 만든 영화를 보며 분노와 슬픔과 기쁨을 느낀다 믿을 수 없어 믿음을 가진다순간순간 시시때때로 변해가는 사실을하루에도 수십 번씩 같은 이름으로 부르며 똑같은 사실처럼 꾸미며 동일하게 고정시킨다 이미 사실이 아닌 과거의 허구로 나는 산다아직 오지 않은 미래의 허구로 나는 산다 끊임없이 흐르는 시간 속에끊임없이 나는 내가 아닌 사실의 흐름 속에끊임없이 사실처럼 만드는 허구의 힘으로 나는 산다 -『인생의 허무를 어떻게 할 것인가』(김영민)를 읽으며 *이미지: (스테파노 델라 벨라) 2024. 11. 1. 이전 1 2 3 4 5 6 7 ··· 64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