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천대유괘(火天大有卦䷍): 크게 소유함이니 크게 형통하다(1)>
大有, 元亨.
대유는 크게 형통하다.
彖曰, 大有, 有得尊位大中而上下應之, 曰大有. 其德剛健而文明, 應乎天而時行, 是而元亨.
단전에서 말하기를, 대유는 유(부드러운 것)가 가장 높은 자리를 얻고 크게 중(가운데)하며 상하가 응하므로 대유라고 하였다. 그 덕이 강건하고 문명하며 하늘에 응하여 때에 맞게 행하니 이 때문에 크게 형통한 것이다.
象曰 火在天上, 大有. 君子以遏惡揚善, 順天休命.
대상에서 말하기를, 불이 하늘 위에 있는 것이 대유괘이다. 군자가 보고서 악을 막고 선을 선양하여(드날려서) 하늘의 아름다운 명을 따른다.
初九, 无交害, 匪咎, 艱則无咎.
초구, 아직 해로운 것과는 관계가 없으니, 허물이 있지 않으나 어렵게 여기고 조심하면 허물이 없을 것이다.
象曰, 大有初九, 无交害也.
소상에서는 말하기를, 대유의 초구는 아직 해로운 것과는 관계가 없다. (해로운 데 사귐이 없다.)
九二 大車以載, 有攸往, 无咎.
구이는 큰 수레에 실었으니 가는 바가 있으면 허물이 없을 것이다.
象曰 大車以載, 積中不敗也.
소상에서 말하기를, ‘큰 수례에 실었다’는 것은 가운데에 많이 쌓아도 무너지지 않는다는 것이다.(가운데 쌓아서 패하지 않음이라.)
九三, 公用亨于天子, 小人弗克
구삼, 공이 천자에게 조공을 바치지만 소인은 그러하지(능하지) 못하다.
象曰, 公用亨于天子, 小人害也.
소상에서 말하기를, ‘공이 천자에게 조공을 바치지만 소인은 그러하지 못하다’는 것은 소인에게는 해가 되기 때문이다.
九四, 匪其彭, 无咎.
구사, 지나치게 성대하지 않으면(차지 않으면) 허물이 없을 것이다.
象曰, 匪其彭无咎, 明邊晢也
소상에서 말하기를, ‘지나치게 성대하지 않으면 허물이 없다’는 것은 매우 밝은(밝게 분별하는) 지혜이다.
六五, 厥孚交如, 威如, 吉.
육오, 믿음으로(이) 서로 사귀니 위엄이 있으면 길할 것이다.
象曰, 厥孚交如, 信而發志也. 威如之吉, 易而无備也.
소상에서 말하기를 ‘믿음으로 서로 사귄다’는 것은 믿음으로 뜻을 계발하는 것이다. ‘위엄이 있으면 길하다’는 것은 (군주가 신하를) 쉽게 여겨 대비함이 없기 때문이다.(쉽게 하면 갖추지 못함이라.)
上九, 自天祐之, 吉无不利.
상구, 하늘에서 도우니 길하여 이롭지 않음이 없다.
象曰, 大有上吉, 自天祐也.
소상에서 말하기를, ‘대유괘의 상구가 길하다’는 것은 하늘에서(로부터) 돕기 때문이다.(도움이라)
화천대유괘(火天大有卦䷍)는 회사 이름 때문에 일반인도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알려졌다. 성남도시개발공사가 대주주로 있는 부동산개발회사 ‘성남의뜰’의 지분에 참여한 자산관리 회사 이름이 화천대유다. 회사 로고도 대유괘(大有卦䷍)를 그대로 쓰고 있다. 대유(大有)는 크고 많은 즉 풍부한 소유(所有)를 뜻할까.
유(有) 자는 ‘또’, ‘오른손’을 뜻하는 ‘우(又)’와 ‘고기’를 뜻하는 ‘월(月-肉)’이 합쳐진 글자다. 한자(漢字)가 만들어질 무렵에 ‘고기’는 뭔가 좀 ‘있다’라고 말할 수 있는 것이었으리라. 현대사회와 성격이나 규모는 다르지만 ‘유(有)’가 소유를 뜻한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그 당시에는 오늘날과 같은 사유(私有) 제도가 있었으리라고 생각하기 어렵다. 문명 또한 발달하지 않았을 때이니 음식이든 재물이든 개인이 크게 소유하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도덕경』에 나오는 유(有)를 보자. 1장에 “무(無)는 천지의 시작이고, 유(有)는 만물의 어미다. 그러므로 언제나 무를 가지고는 세계의 오묘한 영역을 나타내려 하고, 언제나 유(有)를 가지고는 구체적으로 보이는 영역을 나타내려 한다”는 말이 나온다.
유무(有無)는 인간의 관점이다. 진짜 아무것도 없을 수는 없지만, 천지(天地)의 시작은 아무것도 없다고 말할 수 있다. 만물(萬物)에서 물(物)은 세계 자체나 광물이나 무기물까지 의미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인간은 만물의 영장(靈長)’이란 말에서 보듯이 물(物)은 애초에는 생물체만을 의미했을 수 있다. 이렇게 보면 ‘대유(大有)’는 온갖 생물 자원이 풍부하다는 뜻이다. 동식물이 있으면 ‘있다’하고, 풀과 나무나 동물 등이 하나도 없으면 ‘없다’라고 했을 것이다.
유(有)는 인위(人爲)의 산물을 의미할 수도 있다. 자연 그대로 놔두는 것을 무위(無爲)라 하고, 인간이 행위하는 것을 유위(有爲)라 하지 않는가. 이렇게 보면 유(有)는 문명이다. 뭔가 ‘있다’라고 말할 수 있는 것은 인간이 행위하여 만든 마을이나 국가가 된다. 따라서 대유(大有)는 만물이 풍부한 문명 또는 마을이나 나라가 된다.
사람들은 오늘날 무엇을 소유하려고 하는가? 자본주의 사회에서 소유 대상은 부동산ㆍ증권ㆍ원자재ㆍ달러다. 통틀어 자산(資産)이라고 한다. 사실 따지고 보면 세상 만물은 모두 자산이 된다. 문명으로 만들어지는 재화뿐만 아니라, 온갖 식물이나 동물, 무생물, 광물, 물, 공기까지. 공유든 사유든 많이 소유하면 부자가 된다. 과거에는 소유 대상이 아니었던 것들도 요즘은 소유권을 가지려고 한다. 이러한 소유 의식은 대체로 서구 사상에 뿌리를 두고 있다. 존 로크의 논증이 대표적이다.
『통치론』에 나오는 로크의 논증을 보자. “하나님께서 이 세계를 사람들에게 공유(公有)물로 주셨다. 이를 이용하도록 이성(理性)도 부여하셨다. 사람은 누구나 자신의 몸에 대한 소유권을 갖는다. 공유의 상태에 있으면서 누구의 소유도 아닌 것에 자신의 몸으로 노동을 하여 취하면 자기 소유가 된다.” 아주 단순하지만 현대 자본주의 사회의 모든 문제가 이와 관련돼 있다. 소유의 대상과 범위를 점점 확대하는 문제, 공유를 줄이고 사유를 늘리는 문제, 소유물을 상속하는 문제, 빈부 격차, 소유와 관련된 문제를 해결하는 법과 권력……. 옛날이나 지금이나 결국에는 권력과 돈이 있는 개인이나 나라가 더 많은 것을 소유한다. 인간 세상에 공정이나 정의는 존재하지 않는다. 공정이나 정의는 약자들끼리 지켜야 하는 덕목이다. 강자들이 말하는 공정이나 정의는 그저 진실을 속이는 수사(修辭)적 표현에 불과하다. 끝없이 폭주하는 인간의 소유 욕망이 모든 사회 문제의 뿌리가 아닐까.
....(미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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