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이 발달하면 미래 사회에는 어떻게 변할까. 김동식은 이를 상상한 18편의 초단편을 묶어 『보그나르 주식회사』라는 소설책을 냈다.
‘라이프 리플레이’.
라이프 리플레이는 종일 몸에 장착하고 다녀야 하는 인공지능 장치이고 어플이다. 하루의 모든 것이 녹화되고 이를 리플레이할 때는 실제 일어났던 것과는 다르게 나의 선택에 따라 가상으로 리플레이할 수 있다. 실제 일어났던 현실에서와는 달리 리플레이 가상에서는 제한이 없다. 실제와는 다르게 불륜, 폭력, 불법 등 자신의 선택에 따라 모든 것이 가능하다.
‘나 키우기’.
앱에서 ‘나’를 키우는 것이다. 스캔과 설문을 통해 실제 나와 흡사한 앱 속의 ‘나’를 만든다. 그 다음에 직장, 식습관, 운동, 공부, 취미, 일과, 술, 담배 등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나’가 만들어지고 성장한다. 영어 강습이나 헬스 등 앱 속에서 키우는 데도 일정한 돈이 든다. 키운 ‘나’를 팔 수도 있다.
‘안구 임플란트 일화’
어린 시절에 찍어놓은 사진과 동영상을 업로드하면 AI가 모델링한 뒤, 실시간으로 변형해 주는 안경이다. 늙은 개도 이 안경만 쓰면 늘 강아지처럼 볼 수 있다. 늙은 노인도 이 안경만 쓰면 늘 탱글탱글하고 싱싱한 10대나 20대의 모습으로 볼 수 있다. 늙어서도 죽어서도 이 안경을 쓰고 자신을 보기를 고집한 여자가 있다.
‘AI 상속법’
인간형 AI 로봇이 고도로 발달하여 사람과 결혼도 하고 상속도 한다. 알고보니 그 로봇의 뇌는 생물학적으로 인간의 뇌와 똑 같다.
‘대답해줘, 로라’
인간과 똑같은 몸을 가진 AI 휴머노이드 로봇이 있다. 모든 질문에 답해주고, 어디든지 같이 다닌다. 아기가 태어나면 떠나야 하는데, 떠났다가 AI 데이터 홈 시스템으로 이동해 다시 들어온다. 로봇이 인간을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이 로봇을 위해 존재하는 게 아닌가.
‘올드 스타 킬러’
AI 로봇이 실제 인간과 완벽하게 같아 인간을 대체할 수 있다. 기계인 AI가 살아있는 인간을 대체하는 걸 전면 금지하는 법이 생긴다. 유명 스타들의 전성기 시절 AI로 작품을 만들면 돈이 되기 때문에 올드 스타 킬러가 등장한다.
‘누가 진짜 AI인가’
진짜 딸이 휴대폰을 잃어버려 연락이 안 되는 상황, 진짜와 똑같은 AI 딸을 이용해 보이스피싱을 하는데, 진짜와 똑같은 AI 앱을 이용해 딸이 집에 있는 것처럼 대응한다.
‘드라마 성공 공식’
AI가 소설과 시나리오가 쓰는 것이 대세인 시대에 인간이 쓴 작품이 희귀해서 오히려 인기가 있다.
‘자동차 옵션 구독의 시대’
주인공의 자존심은 외제차인 카푸어, 그 외제차에는 최고급 AI 기능이 옵션으로 깔려있고, 그것을 이용하는 데는 구독료가 들어간다. 구독료가 연체되어 기능이 하나 둘 정지되고, 결국에는 차량 할부금 연체로 차가 압류에 들어간다.
모솔 유튜버의 합방
모태 솔로인 유명 유튜버가 아름다운 여자인 줄 알고 ‘합방’하려고 했는데, 알고 보니 그 캐릭터는 가상이었고, 실제는 배가 나오고 머리가 다 벗겨진 중년 남성이었다.
‘딥페이크 시대의 기본 소양’
AI 기술이 발달하여 실제와 거의 구분되지 않는 딥페이크 영상을 만들어 퍼뜨릴 수 있다. 국회의원에게 딥페이크 영상 제작업자가 접근한다. 의원이 폭행하는 영상을 만들어 퍼뜨리고 일정 시간 후에 그것이 조작된 딥페이크 영상이었음을 증명하면 일종의 보험이 된다고 말한다.
‘인류보다 월등한’
AI 기술이 고도로 발달하고 우주 여행도 하며 외계인을 만나다. 인간보다 월등하게 우월한 AI 로봇이 외계인과 소통한다. 외계인은 인간을 AI 로봇이 키우는 애완동물로 인식한다.
가장 공평한 복지
AI 특이점을 지난 시대의 복지는 선별적 복지도 아니고 보편적 복지도 아닌, 그날 그날 본인이 선택한 단어에 따라 등급이 정해지는 ‘무작위’ 복지가 실현된다.
‘AI 노벨상’
AI가 고도로 발달한 시대에 노벨상의 공은 누구의 것일까. 인간은 AI에게 지시만 할 뿐인데 노벨상을 받을 자격이 있을까. 보조만 하는 인간이 아니라, AI에게 노벨상을 줘야 한다는 논란이 생긴다.
‘프로그램의 습성’
초인공지능 혁명 이후 끝없이 번영하는 시대, AI 프로그램은 주기적으로 묻는다. “효율을 더 높이기 위해 가장 비효율적인 유기물 집합체를 삭제해야 하는가?” AI는 인간이 가장 비효율적인 유기물이지만 ‘작업이 완료되지 않았기에 삭제할 수 없다’고 답한다.
‘그런가’
2088년, AI 없이 한 달 살기에 성공하면 100억을 주는 이벤트가 있다. 여기에 도전한 어떤 사람이 단 몇 초도 못 버티고 포기한다. 피부, 대중 교통, 온도 조절, 교육, 음악, 영화, 드라마 콘텐츠, 법률, 심지어 생명유지장치까지 모든 것이 AI 와 연결되어 있다.
‘철통 보안 콘서트’
AI가 모든 예술을 대체한 시대지만, 인간 예술가의 예술이 그 고유성을 인정받는다.
미래에 대한 ‘상상’은 반반이다. 유쾌하기도 하고 두렵기도 하다. 상상한 대로 실현되기도 하고 그렇지 않기도 하다. 상상한 대로 실현된다고 해도 좋기도 하고 나쁘기도 하다. 누군가에게는 유토피아가 되고, 누군가에게는 디스토피아가 된다. 지금도 그렇지 아니한가. 인간의 문명은 한 개인이 걱정한다고 그치거나 조절되지 않는다. 지금까지 살아본 결과 그렇다. 인간 문명에 대한 걱정은 기우(杞憂)와 같다. 그럴 리 없거나 걱정해봐야 쓸모가 없거나 둘 중 하나다.
문명의 발전 속도는 점점 빨라진다. 인공지능의 발달은 지금까지 문명의 속도와는 차원이 다르다. 사람이 아니라 인공지능이 스스로의 학습으로 자신을 엄청난 속도로 업그레이드하기 때문이다.
-『보그나르 주식회사』(김동식)를 읽고
'상상이상(想像理想) 이야기 > 책 한 권 읽고 글 한 편 쓴다'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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