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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상이상(想像理想) 이야기/책 한 권 읽고 글 한 편 쓴다

죽을 권리

by 두마리 4 2025. 5. 14.

죽을 권리라니? 그냥 죽으면 되지 않는가. 죽는 데도 권리가 필요한가. 자살을 권장하는 사회는 없다. 하지만 스스로 죽으려고 하면 막기 힘들다. 다른 사람을 죽이면 살인죄가 되지만 자기 자신을 죽인 자는 처벌할 수 없다. 처벌 대상이 죽었으므로. 미수(未遂)에 그치면 어떨까. 살인 미수는 죄가 되지만 자살 미수는 죄가 되지 않는다. 자살을 도우는 방조(傍助)는 어떨까. 자살 방조는 죄가 된다. 1년 이상 10년 이하의 징역에 처할 수 있다.

 

죽고 싶은데 또는 죽은 것과 같이 사는데 죽지 못하는 경우가 문제다. 환자가 목숨만 붙어있고 의사를 표현할 길이 없다면 죽고 싶은지 살고 싶은지 확인할 수 없다. 죽고 싶다는 의사를 전달해도 문제다. 그 죽음을 도우면 법적으로 자살방조죄가 된다. 가족은 자신이 죽이는 것 같아 나서기 싫어한다. 의사 또한 굳이 자신이 나서서 죽음을 도울 이유가 없다.

 

중환자실, 요양병원, 요양원에는 죽은 것과 다름없이 연명 의료만 하는 환자들이 많다. 연명 의료로 10년을 넘게 사는 환자들도 많다. 요양병원의 경우, 의료비도 막대하다. 본인 부담이 매월 1~2백만원, 보험에서 지출되는 매월 3~4백만원이나 된다. 누구를 위한 연명일까. 환자 본인을 위한 것일까. 가족을 위한 것일까. 의사나 병원의 수익을 위한 것일까.

 

우리나라에도 연명의료결정법2018년부터 시행되고 있다. 이 법은 원래 명칭은 호스피스ㆍ완화의료 및 임종과정에 있는 환자의 연명의료결정에 관한 법률이다. 이 법은 환자의 자기결정권을 존중하고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보호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고 되어 있다.

 

임종과정은은 생명이 다하는 마지막 순간이다. 일반적으로 사망 직전의 상태를 가리킨다. 임종기의 정의는 없지만 의사들은 3개월 정도로 보고 있다. 문제는 연명의료이다. 일본에서는 인공영양(위루), 인공투석, 인공호흡을 3대 연명치료로 보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연명의료란 심폐소생술, 혈액 투석, 항암제 투여, 인공기 호흡기 착용 및 그 밖에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의학적 시술로서 치료효과 없이 임종과정의 기간만 연장하는 것을 말한다고 되어 있다. 연명의료중단 결정은 환자가 직접 결정하거나, 사전연명의료의향서를 작성하여 미리 의사를 밝힐 수 있다.

 

그런데 현실에서는 이 법이 별 의미가 없다. 인공호흡이나 심폐소생술 외에는 일반인이 연명의료인지 아닌지 분간하기 어렵다. 또 효도의식이 강한 우리나라의 경우, 가족 중에 누구도 먼저 연명의료를 중단하자고 말하기를 꺼려한다.

 

안락사나 존엄사가 허용되지 않은 상태에서 연명의료결정법은 많은 한계가 있다. 하지만 사전연명으료의향서는 작성해볼 필요가 있다.

 

그리스인 조르바가 죽는 장면이 생각난다. 조르바는 창틀을 거머쥐고 먼 산을 바라보다 눈을 크게 뜨고 웃다가 울다가 창틀에 손톱을 박고 서서 죽는다. 스스로의 힘으로 움직이지 못하고 먹지 못하고 배변을 처리하지 못하는 상태에서 목숨을 유지하는 것은 연명이 아닐까.

 

-나는 죽을 권리가 있습니다(나가오 가즈히로)를 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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