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 보내고 멀리 가을 새와 작별하듯
그대 떠나 보내고 돌아와
술 잔 앞에 앉으면 눈물 나누나
그대 보내고 아주 지는 별빛 바라볼 때
눈에 흘러 내리는 못다한 말들
그 아픈 사랑 지울 수 있을까
어느 하루 비라도 추억처럼
흩날리는 거리에서
쓸쓸한 사람되어 고개 숙이면
그대 목소리 너무 아픈 사랑은
사랑이 아니었음을
너무 아픈 사랑은 사랑이 아니었음을
어느 하루 바람이 젖은 어깨 스치며 지나가고
내 지친 시간들이 창에 어리면 그대 미워져
너무 아픈 사랑은 사랑이 아니었음을
너무 아픈 사랑은 사랑이 아니었음을
이제 우리 다시는 사랑으로 세상에 오지말기
그립던 말들도 묻어 버리기
못다한 사랑 너무 아픈 사랑은
사랑이 아니었음을
너무 아픈사랑은 사랑이 아니었음을
-김광석의 ‘너무 아픈 사랑은 사랑이 아니었음을’ 가사
사랑은 사랑이다. 아픈 사랑도 사랑이다. 아프지 않은 사랑도 사랑이다. 너무 아픈 사랑도 사랑이다.
나의 사랑은 아프지 않은 사랑이었으면 한다. 남의 사랑은 아프지 않은 사랑이면 재미는 없다. 아프지 않은 사랑은 보통 사람들이 평범하게 하는 흔해빠진 그저그런 사랑이다. 아프지 않은 사랑을 드라마나 영화로 만들면 누가 보겠는가. 너무 너무 아픈 사랑이야말로 썩지 않는 명작이 되지 않는가.
너무 지독하게 아픈 사랑을 내가 한다면 사랑이었다고 말하고 싶지 않을 것이다. 다시는 그런 사랑을 하고 싶지 않을 것이다. 너무 아픈 사랑은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이다. 온 몸을 바쳐 죽을 듯이 사랑했지만 처절하게 깨지거나 배신당하는 사랑이어야 너무 아픈 사랑이다. 아니, 내가 사랑했던 그대도 내가 사랑하는 것 이상으로 사랑했지만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이어야 한다.
‘그대를 멀리 보내고 돌아와 술잔 앞에 앉았다’는 것은 사별의 상황을 떠오르게 한다. 사랑하는 사람의 죽음은 애절하고 비통하게 만든다. 따라 죽는다면 ‘죽을 만큼 사랑했다’고 말할 수 있으리라. 죽지 못하면 사랑한 만큼 절망하고 허무에 빠진다. 너무 아픈 사랑이 싫다면, 언제든지 헤어져도 괜찮을 정도로 가볍게 사랑하면 될 일이다.
너무 아픈 사랑은 시인 백석과 기생 김자야(김진향)의 사랑을 떠오르게 한다. 백석은 김진향을 처음 보자마자 ‘나의 영원한 마누라’라고 하며 사랑에 빠졌다. 유부남 백석은 기생 김진향과 한때 같이 살기도 했다. ‘나타샤와 나는/ 눈이 푹푹 쌓이는 밤 흰 당나귀를 타고/ 산골로 가...마가리에 살자’고 했던 백석은 1940년 혼자 만주로 떠나고 김진향은 서울에 남는다. 해방되고 북한에 남은 백석은 남북이 분단되어 돌아오지 못한다.
김진향은 ‘1,000억은 백석의 시 한 줄만 못하다’며, 1987년 요정 대원각을 법정 스님에게 기부하고 ‘길상화’라는 법명을 받는다.
(공백 포함 1,315자)
별별챌린지 8기 38일차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