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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의 파동

격세지감

by 두마리 4 2025. 1. 29.

2025129. 설날 아침이다.

어린 시절 1970년대였다. 설날 아침이면 날이 채 밝기도 전에 설빔으로 갈아입고 새배를 다녔다. 세배가 끝나면 차례를 지냈다. 차례는 종갓집부터 시작해 일곱 집 정도를 돌다 보니 마지막 차례를 모시고 나면 날이 어두워졌다. 차례를 모시는 집마다 음식을 다 먹어 설날은 포식하는 날이어ퟭ다. 차례를 모시는 인원도 많아 아이들은 마당에 멍석을 깔아 그 위에서 절을 했다. 객지 나가 있던 가족들도 고향에 돌아오고 온 집안 사람들도 만나 같이 음식을 먹고 이야기를 나누었다.

 

세월이 지남에 따라 명절 문화도 바뀌고 가족도 결혼하고 분가하여 제사에 참석하는 인원도, 같이 제사를 모시는 사람도 점점 줄었다.

 

이제 어머니마저 돌아가신지 1년이 지났다. 교회 다니시는 형님은 어머니께서 돌아가시고 나서 어머니께서 제사를 모시지 말라고 유언했다고 전했다. 어머니 살아계실 때도 남동생하고만 지내던 제사였다.

 

설날 아침, 아내와 둘이서만 제사를 모신다. 어머니 돌아가시고 난 뒤, 명절 제사는 알아서 지낼 테니 남동생한테도 모이지 말자고 했다. 서울에 있는 아이들은 설날 아침 대구 외가로 바로 내려오기로 했다.

 

사람이 모이지 않는 제사는 무슨 의미가 있을까. 사람을 모으기 위한 제사가 아니었을까. 제사를 지내면 힘들고 번거롭다. 사람이 모이기 때문이다. 사람이 모이지 않는 제사는 간편하지만 허전하다.

 

(공백포함 697)

별별챌린지 829일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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