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니카와 슌타로의 ‘반복’을 읽는다.
반복해서 이렇게도 반복 반복해서, 이렇게 이렇게 반복 반복 반복해서, 반복 반복 연이어 이렇게도 반복해서 반복, 몇 번인가 반복하면 되는가 반복하는 말은 죽고 반복하는 것만이 반복 남는 반복, 이 반복의 반복을 반복할 때마다, 해는 뜨고 해는 지고 그 반복에 반복하는 나날, 반복 밥을 짓고 반복해서 맞이하는 아침의 반복에 어느덧 밤이 오는 이 반복이여
말하지 마 말하지 마 안녕이라고!
이별의 행복은 누구의 것도 아니야
우리들은 반복한다 다른 것은 없다 반복 반복해서 꿈꾸며
반복해서 만나서 껴안고 반복해서 흘리는 군침이여
이제 만날 수 없을 반복
언제까지나 만나는 반복 만나지 못하는 반복의 나무 나무에 바람은 불고
오늘 반복하는 우리들의 끊임없는 기침과 냄비에 물 긷는 소리
오오 내일이여 내일이여
참으로 너는 멀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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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이 먼저인지 낮이 먼저인지
밤이 지나고 낮이 지나고
하루가 지났다 또
밤이 되고 낮이 되고
어제와 같은 하루가 반복되었다
봄이 먼저인지 여름이 먼저인지
가을이 먼저인지 겨울이 먼저인지
봄 여름 가을 겨울인지
여름 가을 겨울 봄인지
가을 겨울 봄 여름인지
겨울 봄 여름 가을인지
천둥이 치고 비가 오고
바람 불고 눈이 내리고
때로는 비바람이 몰아치는
작년 같은 올 해가 반복되고 반복된다
같은 하루와 같은 한 해가 반복되고 반복되는 동안
같은 나도 수십 년간 반복되고 반복되어
똑같은 내가 반복되는 사이에
어느새 전혀 똑같지 않은 내가 되어 있다
하루 세 끼 먹고 자고 싸고
그 다음 날 또 먹고 자고 싸고를 반복하고
하루 했던 일을 그 다음 또 반복하고
반복하고 반복하면서
똑같이 반복했을 뿐인데
하루가 다르게 더 잘하게 되는 것들이 생기기도 했다
어제도 세 끼를 먹고
오늘도 어제와 같은 세 끼를 먹고
수십 년을 반복하는데도 지겹지 않은가
왜 하루에 세 끼를 먹어야 하지
어느 하루는 한 끼 먹었다가
한 사흘 정도는 굶었다가
하루 종일 먹었다 할 수도 있지 않나
사흘 동안 종일 자다가
일주일은 한 숨도 안 잘 수도 있지 않나
반복하고 반복하는데도
어느 순간부터 똑같이 반복되기만 했다
반복하고 반복하는데도
어느 순간부터 어떤 것은 조금씩 줄고 있다
이게 뭐지
그게 그렇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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