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소월의 ‘합장’을 읽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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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들이, 단 두 몸이라, 밤빛은 배어와라.
아, 어거 봐, 우거진 나무 아래로 달 들어라.
우리는 말하며 걸었어라, 바람은 부는 대로.
등불 빛에 해작여라, 희미한 하늘 편에
고이 밝은 그림자 아득이고
퍽도 가까운 풀밭에서 이슬이 번쩍여라
밤은 막 깊어, 사방은 고요한데,
이마즉, 말도 안 하고, 더 안 가고,
길가에 우두커니, 눈 감고 마주 서서,
먼먼 산 절의 절 종소리 달빛은 지새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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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장(合掌)
두 손을 모아본다
두 손을 모아서 뭘 하자는 것인가
두 손을 모아 봐라
두 손을 모아 보면 의외로
뜨거운 기운이 모인다
간절한 마음이 모인다
기도를 위해서 합장을 하고
합장을 위해서 기도한다
합장을 하고 할 수 일이 무엇인가
간절한 마음을 담아 기도한다
내가 가진 온 기력을 중심으로
세상의 기운을 두 손으로 모두어 합친다
나들이
나가면 들어가야 한다
모든 게 운명이고 필연이다
들어가기 싫으면 나가지 말고
나가기 싫으면 들어가야 하지 않으리
헤어지기 싫으면 만나지 말고
만나기 싫으면 헤어지지 말아야 한다
죽기 싫으면 나지 않았어야 하고
살기 싫으면 죽지 않아야 한다
‘단 둘’은 외통수다
어쩌면 끝장을 보자는 거다
말을 해도 안 해도
‘단 둘’만 있으면 모든 걸 느낄 수 있다
단 둘만 있는 밤이면
어둠도 빛이란 걸 느낀다
아니, 어둠 속에서도 빛을 본다
처음엔 일상적인 듯
말을 한다, 바람은 바람대로 불어라고
하늘 저쪽은 어쨌든 희미하고
두 사람의 길을 밝히는 등불은
걸음따라 출렁이고 일렁인다
일렁이는 등불빛따라 두 연인의 마음도 출렁인다
몇 발자국 앞은 밝은 듯하지만
발 밑에 반짝이는 이슬만 반짝이는 줄 알지만
그 밖은 캄캄한 게 인생이지만....
사방은 고요하여
오로지 둘 만의 결단을 재촉하고
말 할 수 없고 더 갈 수도 없어
말하지 않고 말보다 더 간절한
할 수 있는 한 마음껏 간절한 태도로
두 손을 모은다
더욱 간절하게 눈마저 감아본다
사랑은 먼먼 산 절의 종소리처럼 아득하고
마음은 스님의 합장만큼
지새는 달빛만큼 애절하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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