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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의 파동

합장(合掌)

by 두마리 4 2023. 12. 20.

김소월의 합장을 읽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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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들이, 단 두 몸이라, 밤빛은 배어와라.

, 어거 봐, 우거진 나무 아래로 달 들어라.

우리는 말하며 걸었어라, 바람은 부는 대로.

 

등불 빛에 해작여라, 희미한 하늘 편에

고이 밝은 그림자 아득이고

퍽도 가까운 풀밭에서 이슬이 번쩍여라

 

밤은 막 깊어, 사방은 고요한데,

이마즉, 말도 안 하고, 더 안 가고,

길가에 우두커니, 눈 감고 마주 서서,

 

먼먼 산 절의 절 종소리 달빛은 지새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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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장(合掌)

두 손을 모아본다

두 손을 모아서 뭘 하자는 것인가

 

두 손을 모아 봐라

두 손을 모아 보면 의외로

뜨거운 기운이 모인다

간절한 마음이 모인다

기도를 위해서 합장을 하고

합장을 위해서 기도한다

 

합장을 하고 할 수 일이 무엇인가

간절한 마음을 담아 기도한다

내가 가진 온 기력을 중심으로

세상의 기운을 두 손으로 모두어 합친다

 

나들이

나가면 들어가야 한다

모든 게 운명이고 필연이다

들어가기 싫으면 나가지 말고

나가기 싫으면 들어가야 하지 않으리

헤어지기 싫으면 만나지 말고

만나기 싫으면 헤어지지 말아야 한다

죽기 싫으면 나지 않았어야 하고

살기 싫으면 죽지 않아야 한다

 

단 둘은 외통수다

어쩌면 끝장을 보자는 거다

말을 해도 안 해도

단 둘만 있으면 모든 걸 느낄 수 있다

 

단 둘만 있는 밤이면

어둠도 빛이란 걸 느낀다

아니, 어둠 속에서도 빛을 본다

 

처음엔 일상적인 듯

말을 한다, 바람은 바람대로 불어라고

 

하늘 저쪽은 어쨌든 희미하고

두 사람의 길을 밝히는 등불은

걸음따라 출렁이고 일렁인다

일렁이는 등불빛따라 두 연인의 마음도 출렁인다

몇 발자국 앞은 밝은 듯하지만

발 밑에 반짝이는 이슬만 반짝이는 줄 알지만

그 밖은 캄캄한 게 인생이지만....

 

사방은 고요하여

오로지 둘 만의 결단을 재촉하고

말 할 수 없고 더 갈 수도 없어

말하지 않고 말보다 더 간절한

할 수 있는 한 마음껏 간절한 태도로

두 손을 모은다

더욱 간절하게 눈마저 감아본다

 

사랑은 먼먼 산 절의 종소리처럼 아득하고

마음은 스님의 합장만큼 

지새는 달빛만큼 애절하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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