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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상이상(想像理想) 이야기/책 한 권 읽고 글 한 편 쓴다

만남

by 두마리 4 2023. 8. 26.

만나고 싶은 사람을 새롭게 만나는 일은 흔치 않다. 오늘 최리나 작가와 김필영 작가를 만났다. 작가와 독자로서의 만남이다. 작가로서 자신이 쓴 책을 읽은 독자를 만나는 일은 기분 좋은 일일 것이다. 독자로서 자기가 읽은 책을 쓴 작가를 만나는 일은 기분 좋은 일이다.

 

독자가 작가를 직접 만나더라도 책 한 권 만큼의 이야기를 나눌 수는 없다. 하지만 실제로 사람을 만나는 것은 책을 통해서 만나는 것과는 차원이 다르다. 책을 통해서 만나더라도 문장 하나하나에 글자 하나하나의 작가의 영혼이 중성 미자와 같은 미세한 입자나 파동의 기운으로 움직이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실제로 사람을 만나면 실상은 어마어마한 규모의 생기(生氣)로 마주 치는 것이다. 만나고 싶은 사람과의 첫만남은 그 생생한 기운으로 엄청난 활력을 준다. 이는 학교 동창을 만나는 것과 다르다. 직장 동료를 만나는 것과도 다르다. 직업이나 사업상 만나는 사람과도 다르다. 매일 보는 가족이나 오랫동안 못 보았던 가족과 만나는 것과도 다르다. 애인을 만나는 것과도 다르다.

 

독자가 작가를 만나는 일은 설레는 일이다. 책 이야기를 하든, 책 밖의 인생 이야기를 하든 신선하고 활기찬 기운을 받는다. 책과 저자의 삶을 중심으로 여러 가지 이야기를 나눴다. 어린 세대로 내려갈수록 사람과의 만남이 줄어드는 현실과 그로 인한 병폐에 대해서 이야기했다. 부모와 자식 간에도 직접적인 소통이 줄어들고 있다. 친구끼리도 소통도 줄어들고 있다. 존재하는 방식의 삶보다 소유하는 삶의 방식이 만연하다. ‘마땅히 해야 한다와 당위와 할 것이다는 의지가 지나치게 강요되고 있다. 무엇 때문에, 무엇을 위해서가 아니라, ‘그냥 하고’, ‘그냥 놀아보는삶이 너무 없다. 특히 어린이들에게 이런 삶이 없다는 것은 어찌보면 기후 위기만큼이나 위험하다.

 

독자가 작가를 만나는 것은 상처주지 않는 만남이고, 상처받지 않는 만남이다. 새로운 우주의 기운을 주고받는 만남이다. 다음에 또 만났으면 좋겠지만, 다음을 기약하지 않아도 아쉽지 않은 미묘한 만남이다. 책을 통해서 다시 만날 것을 기대하기 때문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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