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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상이상(想像理想) 이야기/책 한 권 읽고 글 한 편 쓴다

모두가 자신만의 가상 세계 안에서 살게 될까

by 두마리 4 2023. 9. 3.

메타인지의 힘(구본권)을 읽고 있다.

 

최고의 기업이 승자의 저주에 빠지는 까닭이 재미있다. 원인은 오만이고 고집이다. 변화한 상황에 대한 무지와 착각이다. 우리는 같은 강물에 두 번 들어갈 수 없다. 모든 것은 끊임없이 변한다. 만물유전(萬物流轉)이다. 승자의 저주에 빠지지 않으려면 의심하고 겸손해야 한다.

 

주역의 핵심도 변화다. 좋은 괘는 효사에 허물과 흉함이 나오는 경우가 많다. 반대로 좋지 않은 괘의 효사에는 길함이 나오는 경우가 많다. 좋은 괘는 안 좋아질 가능성이 있고, 안 좋은 괘는 좋아질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혁신을 이루고 최고가 되었을 때 가져야 할 태도는 지산겸(地山謙䷎)의 태도다. 높은 산이 낮은 땅의 아래에 있는 상이다. 겸손의 모양이다. 이런 태도라야 지속적으로 발전하면서 끝까지 아름답게 마칠 수 있다.

 

인간의 이성이 결점 투성이라는 내용도 흥미롭다. 저자는 프로그래머가 하는 땜질해결책인 클루지와 같다고 한다. 클루지는 효과가 있고, 비전문적이고 투박하며, 상황이 조금만 달라져도 버그가 생기는 특징이 있다. 저자는 인간의 뇌는 클루지 방식으로 진화했다고 본다.

 

저자가 인용한 구절에 구미가 당긴다. 에리히 프롬은 불확실성이야말로 사람이 온 힘을 다해 무언가를 추진하게 하는 조건이라고 했다. 또 셰익스피어 작품의 매력은 근원적인 질문과 결론 없이 열려 있는 이야기의 전개구조라고 한다. 플로베르는 멍청한 인간은 결론을 내고 싶어 한다고 말했다. 창의적인 사람의 공통점은 모호함을 좋아하고 불확실성을 잘 견딘다고 한다. 이성적 사고를 즐기는 사람들은 흔히 세상 일들이 논리적이고 명쾌한 답이 있을 것이라고 착각한다. 인간의 삶이 모순적인 것과 통한다. 세상일이 확실하기를 바라기는 하지만, 모든 것이 명쾌하고 확실하다면 도대체 무슨 할 일이 있을까.

 

인공지능이 발달하고 가상과 실재가 뒤섞이는 세계에 대한 생각도 인상적이다. 가상이 현실로 여겨지는 세상에서 가짜뉴스는 불가피한 환경이라는 진단이 새롭다. 가짜 뉴스가 많아지는 현실을 정치적 의도나 돈벌이의 차원에서만 판단했었다. 선택 편향은 모두에게 자신만의 편안하고 만족스러운 가상세계 안에서 살아갈 수 있게 해준다는 내용도 세상의 변화를 이해할 수 있게 해주지만, 한편으로는 반지성주의와 극단적 상대주의가 더욱 심해질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가 생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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