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역으로 글쓰기/글쓰기로 자강불식하는 주역(두마리)

중지곤괘(重地坤卦䷁)(1) 암말의 바름이 이롭다

by 두마리 4 2023. 5. 13.

 

중지곤괘(重地坤卦䷁)(1) 암말의 바름이 이롭다

 

, 元亨利牝馬之貞. 君子有攸往, 先迷候得主, 利西南得朋, 東北喪朋, 安貞吉

곤은 크게 형통하고 암말의 바름이 이롭다. 군자가 가는 바가 있으니 먼저 하면 주인을 잃고 뒤에 하면 주인을 얻는다. 서남에서 벗을 얻고 동북에서 벗을 잃는 것이 이로우니 편안하고 바르면 길하다

 

()은 땅이다. ()의 강건함에 대립되는 유순함이다. 중곤(重坤䷁)은 지극히 유순함이다. 중천건이 창조적 우주인데 반해 중천건은 수용적 우주다. () 없이 강()을 말할 수 없고, () 없이 유()를 말할 수 없다. ()으로 만물이 비롯되고 곤()으로 만물이 생성된다. 하늘의 기운을 받아 땅에서 만물이 자란다. 건과 곤이 합쳐져야 천지 즉 세상이 온전해진다. 곤괘의 원형이정(元亨利貞)도 사덕(四德)으로 볼 수도 있다. 하지만 곤괘의 원형이정은 건괘의 사덕을 따르는 땅의 사덕(四德)이다. 하늘의 기운에 순종하여 따에서 세상의 모든 것이 생겨나서 자라고 이루어지고 거두어지는 덕이다. 하늘의 운행에 따르는 땅의 사시(四時).

 

곤괘의 정() 앞에는 암말’(牝馬)의 수식어가 붙었다. 암말은 수말만 따른다. 종마인 수말은 따르지 않는 암말을 가만두지 않는다. 인간 사회로 보면 건() 앞장서는 지도자라면 곤()은 뒤따르는 백성이다. ()은 앞에 나서면 어떻게 할지 몰라 혼미하고 주인을 얻어 그 뒤를 따라야 한다. 음유(陰柔)의 방향인 서남에 처하여 같은 부류와 어울려야 이롭다. 양강(陽剛)의 방위인 동북(東北)에서는 벗을 잃어야 이롭다. 동북에서 벗을 얻는다는 것은 건()에 순종하지 않고 작당하여 다른 세력을 만드는 것이다. ()은 유순하게 따름으로써 편안함과 바름을 지켜야 길하다. 앞장서고 주인이 되어 세력을 만드는 자질이 아닌데 그렇게 하면 모두가 편안하지 않게 된다.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인간 사회의 조직에서도 타고난 품성이 앞장서는 자리ㆍ대표하는 자리ㆍ지도하는 자리에 맞는 사람이 있고, 그 반대로 지도자를 보조하고 그 결정을 따르는 역할에 더 맞는 사람이 있다. 인간 사회의 조직에서는 아무리 수평적 구조라 하더라도 어는 정도는 등급과 위계가 나뉘고, 그에 맞는 역할이 있을 수밖에 없다.

 

건괘와 곤괘의 관계는 도덕경 2장의 내용과 상통한다. “유와 무는 서로 살게 해주고, 어려움과 쉬움은 서로 이뤄주며 길고 짧음은 서로 비교하고, 높음과 낮음은 서로 기울며, ()과 성()은 서로 조화를 이루고, 앞과 뒤는 서로 따르니, 이것이 세계의 항상 그러한 모습이다.”

또한 곤괘의 성질은 무위(無爲)’, ‘텅 비어 있음’, ‘계곡의 신(谷神)’, ‘암컷의 갈라진 틈(玄牝之門)’과 통하는 면이 있다.

 

인류의 문명이 대체로 남성 중심이고, 표면적이고 양적(陽的)이고 강건(剛健)한 측면만 긍정적인 가치로 부각된 탓이 있다. 하늘과 땅이나 밝음이나 어둠 등 세계의 모습은 늘 그러한데, 양면 중 한 면만 있는 것처럼, 한 면만 긍정적인 것처럼 여겨서 문제다. 멈추거나 그칠 줄 모르고 전진하고 발전하는 것만 중요시해서 인류 문명이 위기에 봉착해 있지 않나 싶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