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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역으로 글쓰기/글쓰기로 자강불식하는 주역(두마리)

중천건괘(重天乾卦䷀) (3) 자강불식(自彊不息), 얼마나 인간적인가

by 두마리 4 2023. 5. 12.

중천건괘(重天乾卦䷀) (3) 자강불식(自彊不息), 얼마나 인간적인가

 

건괘(乾卦)의 강건(剛健)함은 천체 운행이다. 46억년 동안 태양의 빛이 단 한 순간도 멈추지 않았다. 46억년 동안 지구의 공전과 자전이 단 한 순간도 멈추지 않았다. 사시사철의 변화와 밤낮의 바뀜이 어긋난 적이 없다. 지구의 대기권 아래 구름과 비와 바람이 순환하고 그 기운을 받아 땅 위에 모든 생명들이 나고 자라고 이루어지고 거두어졌다. 그 생명들 중의 하나에 불과한 인간이 아무리 한들 천체 운행처럼 강건할 수 있을까.

 

하늘의 운행이 강건하니 군자는 그것을 본받아 스스로 힘쓰고 쉬지 않는다[자강불식(自彊不息)]고 한다. 하늘의 운행은 강건함ㆍ성실함ㆍ영원함의 절대치다. 인간의 그를 본받으려고 노력할 뿐이다. 하늘의 운행에는 멈춤이 없으니 쉼이라는 것 자체가 없다. 46억년 동안 단 한 순간도 쉬지 않는 강건함이야말로 신()이나 절대자의 모습이다. 인간이 자연을, 우주를 대상으로 삼고 정복이라는 말을 쓴다는 것은 가소로운 오만의 극치다.

 

총ㆍ균ㆍ쇠의 작가 제레드 다이아몬드가 2050년에 문명이 붕괴할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그는 붕괴의 원인으로 세계적 불평등ㆍ핵무기ㆍ기후변화ㆍ천연자원의 고갈을 든다. 이러한 요인들 때문에 인류는 멸종한다는 것이다. 유튜브에 지구상에 어느날 인간만 갑자기 사라지고 그 후에 지구가 어떻게 되는지를 보여주는 영상이 있다. 인간이 지구상에 사라진 다음 지구 생태계가 서서히 복원되면서 문명의 흔적들은 서서히 사라진다. 50억년 후에는 죽어가는 태양이 지구를 집어삼켜 지구가 사라지는 것으로 끝난다. 인류가 별짓을 다해도 50억년 동안은 지구의 대기권 안에서만 문제가 될 것 같다. 하늘의 운행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 같다.

 

주역의 중천건괘에 나오는 말인데 일반 명사화된 것들이 많다. 잠룡(潛龍), 원형이정(元亨利貞), 자강불식(自彊不息), 비룡재천(飛龍在天), 항룡(亢龍), 동기상구(同氣相求), 동성상응(同聲相應). 중천건괘(重天乾卦䷀)는 천체의 운행이나 자연의 순리를 말한다. 원형이정(元亨利貞)은 춘하추동(春夏秋冬) 사시(四時)의 변화를 뜻한다. 동시에 삶의 과정을 말하기도 한다. 6개의 효사(爻辭)도 천지 자연의 섭리를 보여 주며, 동시에 인생의 과정을 의미한다. 잠겨 있고[()], 나타나고[()], 편안히 쉬고[()], 뛰어오르고[()], 날고[()], 높이 올라가 있음[()]. 1,2효를 땅의 도로, 3,4효를 인간의 도로, 5,6효를 하늘의 도로 보기도 한다. 3,4효가 철저히 인간적임을 알 수 있다. 3효의 은 그냥 쉬는 게 아니다. 하루 종일 힘쓰고 힘쓰고 하다가 저녁에서 쉬는데 그나마 두려워하고 걱정하면서 쉬는 것이다. 4효도 때를 기다리며 뛰어오를까 말까 하는 것이다. 얼마나 인간적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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