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화비괘(山火賁卦䷕) (3) - 큰 무늬는 자질구레 칠하지 않는다
오늘날 아름답게 꾸미는 장식(裝飾)은 너무 성하다. 신발, 옷, 머리스타일, 허리띠, 시계, 목걸이, 귀걸이, 반지, 팔찌, 발찌, 문신, 성형, 자동차……. 겉으로 드러나는 꾸밈에 너무 치중되어 있다. 산화비괘를 보면서 꾸밈의 본질을 생각해본다. 신체나 겉모습을 꾸미는 것도 그 근본은 몸 자체를 꾸미는 데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몸이 군살 없이 잘 단련되어 있고, 걷거나 뛰는 모습이 힘차고 탄력이 있으면, 물이 올라 온몸에서 윤기가 나면 신발이나 옷 등의 꾸밈이 없어도 얼마나 빛나고 아름다울까. 물론 요즘 헬스나 크로스핏 등으로 육체를 단련하여 꾸미기도 한다. 그러나 일과 육체의 단련이 너무 괴리되어 있고, 가시적이고 상업적으로 경쟁하다 보니 약물도 사용하여 너무 인위적이고 억지스러운 면이 많다.
하늘의 꾸밈은 천문(天文)이고 사람의 꾸밈은 인문(人文)이다. 인문은 개별적으로 말하면 사람으로서의 예의, 도덕, 교양, 지식이다. 공동체나 국가로 말하면 관습이나 제도 등의 문화(文化)다. 수염을 길러 벼슬길에 나서기 전에, 달리 말하면 약관(弱冠)의 나이가 될 때까지 타인과 관계 맺으며 살아갈 수 있는 예의를 몸에 익히고, 문화적 역량을 충분히 갖춰야 한다.
아이든 어른이든 본능적 충동이 시키는 대로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성년이 되기 전의 아동이나 청소년은 잘못을 저질러도 어른들과 똑같이 법적 처벌을 하지 않는 것은 이런 소양과 역량을 기르는 시기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런 예의와 문화적 소양을 갖추기 위한 구속이나 절제를 소질의 계발이나 창의적 자유와 혼돈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어릴 때부터 본능적 충동대로 해버리는 것을 자유라는 이름으로 방임하여 꾸밈 즉 인문(人文)의 기본이 되어 있지 않은 경우를 볼 때가 있다. 돈이 많아 화려하게 옷을 갖춰 입고 화장을 하고 성형을 하고 높은 학력이나 지식을 뽐내더라도, 공동체 구성원으로서 지켜야 할 예의나 문화적 소양이 없으면 천박하지 않은가.
산화비괘를 보면 꾸밈은 원리는 ‘밝음’과 ‘그침’이다. 밝음은 빛남이고 문명이다. 밝음은 어둠을 생각해야 하고 문명은 비문명을, 분별은 무분별을, 유명(有名)은 무명(無名)을, 영예는 굴욕을, 산등성이는 골짜기를, 무늬는 바탕을, 꾸밈은 꾸미지 않음을 같이 생각해야 한다. 그런데 겉으로 보이고 표면에 드러나고 빛나는 면만 극단적으로 추구하고 있는 것이 인류 문명(文明)이다. 발전과 개발이라는 이름으로 끊임없이 ‘자르고 끌질’하고 있다. ‘통나무’의 소박(素朴)함과 질박(質朴)함, 꾸미지 않은 꾸밈의 멋을 잃고 있다. ‘그침’을 생각해야 한다. 지어지선(止於至善). 지극히 좋은 데서 그쳐야 한다. 인간을 제외한 지구 생태계의 모든 종은 사는 방식이 수천 전이나 똑같다. 인간만이 그칠 줄 모르고 질주하고 있다.
도덕경 28장에 이런 말이 나온다. “큰 다스림은 자질구레 자르지 않는다” 큰 무늬는 자질구레 칠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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