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상상이상(想像理想) 이야기/책 한 권 읽고 글 한 편 쓴다

어느 환상의 미래

by 두마리 4 2023. 5. 6.

<어느 환상의 미래>

 

어느 환상의 미래’. 프로이트가 1927년에 발표한 논문 제목이다. 사회 현상으로서의 종교를 고찰한 논문이다. 여기서 말하는 환상은 종교다. 종교를 환상이라고 한 것은 종교에 대한 비판이라기보다 종교의 본질이나 속성을 말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프로이트에 따르면, 종교적 관념들은 인류의 가장 오래되고 강력하고 절박한 원망(願望)의 실현이다. 모든 종교적 교리는 입증할 수 없는 환상이다.

 

인간이 보통 진리라고 믿는 과정은 어떤가? 먼저 교과서 등을 통해서 지식이나 정보를 습득한다. 그 단계에서 믿기도 하지만, 그 다음엔 사실이나 사물을 오감(五感)을 통해 확인하거나 실험하고 싶어한다. 사물을 경험을 통해 알게 되면 그 다음엔 진리라고 믿는다. 이런 지식을 인간은 객관적이고 과학적 지식이라고 믿는다.

 

종교는 과학적이지 않다. 그렇지만 과학적으로 이성적으로 설명하려는 시도는 많다. 과학적으로 입증이 되지 않으니 모르니까 믿는다든지, ‘알기 위해서 믿는다라는 말이 나온다. 종교적 교리가 과학적이지도 논리적이지도 않은데 그것을 믿는 사람들은 왜 이렇게 많은지 늘 의아했다. 왜냐하면 학교에서 공부하고 시험을 칠 때 정답을 늘 요구하는데 그 정답은 좀더 과학적이고 논리적이어야 하기 때문이다.

 

프로이트가 쓴 종교에 대한 논문을 읽으면서 이해가 명료해졌다. 인간의 한계가 있고, 능력도 불완전하다. 과학이 발전했지만 여전히 과학적으로 설명하지 못하는 영역이 많다. 또 자연을 정복하고 계발하고 그 원리를 탐구하여 활용하지만, 지진이나 화산 폭발, 비바람이 기후 변화는 물론이고 지구밖의 우주 기운 앞에서 인간은 너무나 무력한 존재일 수밖에 없다.

 

자연의 두려움을 제거하고 인간 나름대로 집단을 이루어 살아가려면 인간 사회의 모든 것을 설명해줄 수 있는 신()이 필요하다. 인간의 온갖 능력과 지식, 제도와 문화 등을 강제하는 논리와 존재가 필요하다. 따지고 보면 인간의 모든 문명은 강제와 본능 억제에 바탕을 두고 있다. 본능적인 충동과 욕구를 억제하면서 온갖 제도와 질서, 법을 지켜야 하는지 설명과 납득이 필요하다. 본능적인 충동대로 살인이나 폭행 등의 행위를 누구나 해버리면 인간 사회가 유지될 수가 없다. 선과 악을 나누고 그에 대한 도덕과 윤리, 법이 필요하고 그에 대한 보상과 처벌이 따를 수밖에 없다. 그리고 그 도덕은 이 세상에서만 있어서는 안 된다. 아무리 악한 짓을 해도 잘만 살더라 하는 생각이 만연해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죽어서도, 아니 우주에 어떤 식으로 존재하더라도 그 도덕은 그대로 적용되어야 한다. ()과 종교적 교리가 필요한 이유다.

 

현존하는 문명들 가운데, 다수 계층을 억압해야만 소수 계층에 만족을 줄 수 있는 단계를 벗어난 문명은 하나도 없다. 게다가 문명은 억압당한 계층의 노동을 통해서만 존립할 수 있음에도, 그 문명이 소유하고 있는 부에서 그 계층이 차지하는 몫은 너무나 적다.”

 

빈민 계층에 사는 슬럼가에서는 소위 문명적 질서가 엉망이 되는 이유를 알겠다. 피라미드나 만리장성 등이 세계 문화유산으로 보존되는 이유를 알겠다. 모든 문명은 지배 집단의 권력이나 통치 수단과 연결되어 있다는 생각이 든다. ()은 왜 아버지인지, 신을 대리하는 목사들이 나쁜 마음을 먹으면 왜 절대자가 쉽게 될 수 있는지 이해가 된다. 철저한 법치주의 사회에서 법 적용을 좌지우지하는 검사가 왜 신()과 같은 존재가 되는지 용납은 안 되지만 이해는 간다.

 

프로이트는 과학이 발전하면 종교는 없어질 것이라고 예상한다. 프로이트의 예상에 동의하기 어렵다. 과학이 발전했지만 밝히지 못한 영역은 많고 따라서 인간은 여전히 불완전하다. 불완전한 만큼 신()적인 존재를 끌어와야 설명할 수 있는 영역이 여전히 많다. 인류가 멸절한다면 그 원인 중의 하나는 종교일 것이다. 인류의 발전이 문명이지만, 인류가 망한다면 그 원인도 문명일 것이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