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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의 파동

고구마 그리고

by 두마리 4 2023. 4. 28.

<고구마 그리고…>

 

고구마 모종을 심었다. 한 단의 부피가 작년보다 적은 것 같아 헤아리며 심어보니 115개였다. 과일이든 모종이든 개체수가 적어지는 것 같다. 인간과 인간이 기르는 가축을 제외한 나머지 종들의 개체수는 점점 줄어들고 있다. 인간이 판매하는 물건의 개체수가 줄어드는 것도 자연 현상에 맞춘 건가.

 

고구마순을 따서 나물로 먹으려면 꿀고구마가 좋다. 줄기에서 잎까지의 길이가 길고 연해서 잘 떨어진다. 요즘은 고구마보다 고구마순 나물이 더 좋다. 일일이 손으로 따서 장만해야 하니, 사먹으려면 비싸다. 어릴 때 우리집엔 고구마가 풍족했다. 방 한켠에 칸막이를 질러서 그득하게 쌓아놓고 겨우 내내 먹었다. 해마다 20가마니 넘게 했던 것 같다. 소한테도 먹이고 돼지한테도 줬다. 내다 팔아서 돈을 하지는 않았다. 밤고구마도 아니고 물고구마도 아닌 보통의 붉은 고구마였다. 삶아 먹어도 맛있고, 구워 먹어도 맛있었다. 겨울에 눈이 오면 눈속에 던져 놓았다가 살짝 얼었을 때 생으로 깎아먹기도 했다.

 

겨울 점심 때는 삶은 감자나 고구마와 갱시기를 먹는 경우가 많았다. 갱시기는 콩나물과 김치, 식은밥을 넣어서 좀 멀겋게 끓였다. 요즘은 이게 별미겠지만 하루가 멀다하고 먹다 보면 살짝 질리기도 한다.

 

오이고추 10포기, 땡초 3포기도 심었다. 고추는 풋고추로만 먹는다. 풋고추를 맛있게 먹은 기억은 역시 시골에 살때였다. 오래 앉아 있지 못할 정도로 마루가 따근하게 데워진 여름 한낮, 찬물에 식은밥을 말아서 풋고추를 된장에 푹 찍어서, 흐르는 땀을 연신 훔치면서 먹던 맛을 잊을 수 없다. 땡초는 냉동을 시켜두고 일년 내도록 먹는다. 된장국이나 시레기국에 두어 개씩 썰어 넣으면 맛에 은근한 속아지가 생겨 닝닝하지 않아 좋다.

 

가지도 다섯 포기 심었다. 가지는 그리 좋아하지 않는다. 빤질거리는 껍데기의 식감이 좀 내키지 않는다. 그렇다고 껍질을 벗긴 가지 나물은 너무 물컹거린다. 차라리 말려두었다고 묵나물로 먹는 게 좋다. 귀찮아서 그렇지 튀겨 먹으면 정말 맛있다. 겉은 빠삭한데, 한 입 깨물었을 때 뜨거운 육즙이 입안 가득하게 쏟아지는 맛이 일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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