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움의 목적
지난 24일 시청 시민홀에서 열린 울산시 민주시민교육 조례 폐지안에 대한 토론회가 있었다. 울산시의 조례와 별도로 울산시교육청의 ‘학교민주시민교육 활성 조례’가 있다. 두 개 모두 2020년 12월에 제정됐다. 제정 당시 시의회 구성은 민주당 의원이 다수였다. 2022년 지방선거 이후 국민의힘당 의원이 다수가 됐다. 울산시의 민주시민교육 조례 폐지안이 상정되고, 교육청의 학교민주시민교육 활성 조례에 대해서도 이의가 제기되고 있는 정치적 배경이다.
이날 토론회는 찬성 측 패널 2명과 30명의 방청객, 반대 측 패널 2명과 30명의 방청객 중심으로 구성됐다. 양측의 공방이 치열했다. 물론 주장과 근거를 보고 승패를 누군가 판정할 수 있다. 그러나 그럴 필요도 없고, 그 판정을 찬성과 반대 어느 쪽도 받아들여 승복(承服)할 리 없다. 토론은 말 싸움이다. 이 싸움의 목적은 승리가 아니다. 하지만 토론 자체는 이기려는 자세로 치열하게 해야 한다. 토론의 목적은 문제점을 해결하거나 보완하는 데 있다.
어떤 회사에서는 회의를 하기 전에 심지를 뽑는다고 한다. 특정한 표시가 있는 심지를 뽑은 사람은 그날 회의에서는 무조건 사장의 주장을 반박하면서 그 근거를 제시해야 한다. 사장이 제안하는 안에 대해 반대하는 것은 쉽지 않다. 옳은 지적을 조심스럽게 해도 미운털이 박히기 십상이다. 인간 사회에서 일을 하려면 판단하고 어떤 쪽이든지 결정을 해야 한다. 이렇게 하면 이런 문제가 있고, 저렇게 하면 저런 문제가 있다고 해서 아무 것도 안 할 수는 없다. 인간 사회의 일은 완벽하지 않기 때문에 어떤 결정이든 완전할 수는 없다. 어느 한 쪽으로 결정되면 그 반대쪽에서 주장하고 이유로 내세웠던 것을 면밀히 검토하여 문제점을 최대한 줄여야 한다.
더 구체적인 사례를 생각해보자. 2014년 2월에 ○○○리조트 강당 건물 붕괴 사고가 있었다. 이때 여기에서 오리엔테이션 중이었던 모대학 학생들이 10명 사망하고 200여명 부상 당하는 참변을 당했다. 리조트 측에서 눈 예보 정도는 알았을 터이고, 이에 대해 대책을 논의했을 수 있다. 행사 강행에 대해 찬성과 반대의 토론을 치열하게 했을까? 치열하게 토론을 했다면, 반대하는 측에서 예상 가능한 여러 가지 문제와 그 이유를 제시했을 것이다. 그랬으면 행사를 하는 쪽으로 결정을 했더라도 사고를 방지할 수 있었을 것이다. 이 경우, 사고 예방의 확률은 토론의 치열성에 달려 있다고 봐야 할 것이다.
울산시의 민주시민교육 조례를 제정할 당시에도 공청회는 형식적인 절차였을 뿐이라고 말한다. 공청회가 있은 후 불과 3일만에 통과되었다고 한다. 정책이든 조례든 입장에 따라서 나름대로 문제가 있을 수 있다. 조례 폐지안이 어느 쪽으로 결정나든 상대측의 주장과 근거를 최대한 수용하여 보완되기를 바란다. 어느 쪽에서도 밀리지 않겠다는 ‘싸움’만 있는 토론이라면 폐지안도 제정 때와 같은 수순을 밟지 않을까 우려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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