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길1 불길에야 녹을 눈 김소월의 ‘눈’을 읽는다 ....................................... 새하얀 흰 눈, 가비얍게 밟을 눈, 재 같아서 날릴 듯 꺼질 듯한 눈, 바람엔 흩어져도 불길에야 녹을 눈, 계집의 마음, 님의 마음. ...................................... 소년은 눈을 보며 그 소녀를 생각한다 그 소녀는 하얗다 새하얗다 게다가 또 희다 누가 조금만 건드려도 금방 얼룩이 질 것 같다 누군가 아주 가볍게 밟아도 꿈틀 못하고 밟힐 것 같다 재처럼 너무나 미미하여 한 줌 바람에도 흩어져 없어질 것 같다 보일 듯 말 듯 있는 듯 마는 듯한 불씨는 다 날리기 전에 꺼질 듯하다 바람이 불면 바람보다 먼저 흩어질 그 소녀 그 소녀를 생각하는 소년의 마음은 불길 같아서 그 불길.. 2023. 12. 18.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