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지의기록1 살맛 퇴직해서 고향에 돌아가 살고 있는 친구와 통화를 했다. 친구가 말했다. “요즘 어떻게 지내노?” 내가 말했다. “특별히 좋은 일도 없고 특별히 나쁜 일도 없다. 니는 어떻노?” 친구가 말했다. “나는 살맛이 안 난다.” 내가 말했다. “그러면 맛 안 나는 고기 먹지 말고 채소 먹어라.” 살맛은 세상을 살아가는 재미나 의욕이다. 살맛은 죽을 맛과 붙어있다. 사실 죽을 맛이라고 해도 진짜 죽고 싶거나 죽을 정도의 고통일 때 쓰는 말은 아니다. 살맛 나는 인생을 위해 엄청나게 고생하고 있거나 그 고생을 이겨내면 살맛나는 상황이 올 거라는 믿음이 있을 때 주로 쓴다. 목 마를 때 물을 마시면 살맛 난다. 굶주리다 배 부르게 음식을 먹으면 살맛 난다. 땀 흘려 일한 뒤에, 또는 힘든 등산 끝에 막걸리 한 사발이나.. 2024. 3. 5.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