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조요1 발갛게 콩닥거리는 눈길 이웃집 꼬맹이가 대추 서리 왔는데 늙은이 문 나서 꼬맹이를 쫓는구나 꼬맹이는 되돌아서 노인에게 소리친다 “내년 대추 익을 때까지 살지도 못할걸요” 이달(李達)이 쓴 박조요(撲棗謠), 대추 따는 노래다. 자연스럽고 평이하다. 심오한 내용도 없고, 뛰어난 수사(修辭)도 없다. 그런데도 시를 읽으면 편안하고 재미있다. 시를 이해하기 위해 애쓸 필요가 없다. 주제를 생각하게 만들지도 않는다. 이런 시야말로 이치의 길에 빠지지 않은 시가 아닌가. 언어의 그물에 걸려들지 않은 시가 아닐까. 영양은 잠을 잘 때 외적의 해를 피하기 위해 뿔을 나뭇가지에 걸고 허공에 매달려 잔다고 한다. 시에서 말은 영양이 땅 위를 걸을 때 생기는 발자국이다. 시의 의미는 뿔을 걸고 허공에 매달린 영양처럼 언어의 그물에 걸리지 않는다... 2023. 7. 30.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