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걸리2 맛있는 이유 11월 중순쯤에 시골 고향에 갔었다. 이제 아무도 살고 있지 않는 시골집에 아버지 기제사를 모시려고 동생 내외와 함께 들어갔다. 점심 때쯤이라 잡초처럼 자란 돼지 감자를 좀 캤다. 이제 아무도 일삼아 따지 않는 감도 좀 땄다. 대나무 장대도 없고 그냥 따기엔 감나무가 너무 커버렸다. 감나무를 타고 올라가 큰 가지를 통째로 잘랐다. 탱자만한 크기밖에 안 되는 땡감인데 익어서 가지에 달린 채로 거의 홍시가 된 것들이 있었다. 아침도 굶고 점심도 먹지 않은 오후 3시쯤에 먹는 홍시의 맛은 황홀했다. 산골의 차가운 공기 속에 먹는 차갑고 상긋하면서 시원한 육즙이 입안 가득히 퍼지는 홍시의 맛은 거의 울컥할 지경이다. 어릴 때는 삭혀서도 먹었다. 가을 소풍을 갈 때는 대부분의 학생들이 삭힌 몇 개씩을 싸가지고 왔.. 2023. 12. 9. 어느 하루 아침 여섯 시, 일어나니 비가 오지 않았다. 어제까지만 해도 예보상으로 오늘은 오전 오후 모두 비였다. 비도 오지 않고 날도 흐린 게 아니라, 햇빛이 보였다. 비 예보가 오후로 밀려 있었다. 아침에 일어나면 하는 일정한 운동을 모두 생략하고 서둘러 밭으로 갔다. 오후에 비가 온다니 오전이 배추 심기에 적당하다. 고추 심은 자리에 배추를 더 심어야 하기에 고추를 다 뽑았다. 고추는 서리가 올 때까지 따 먹을 수 있는데 아까웠다. 마디마다 꽃이 계속 피고 있었다. 꽃진 자리마다 작은 고추들이 연달아 크고 있었다. 큰 고추, 작은 고추 구분없이 모두 따고 고추 꽃이 피는 끝 부분의 부드러운 잎을 땄다. 고추 나물을 실컷 먹을 수 있는 기회다. 고추 대궁을 뽑아낸 다음, 비닐을 걷어내고 잡초와 옥수수대 등을 걷.. 2023. 8. 27.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