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피오스>
지난 주말에 아피오스를 캤다. 3월말인데 벌써 싹이 나고 있다. 10월에서 3월까지 수확하는데 올해는 좀 늦었다. 온난화의 영향인 듯하다. 꽃들이 피는 것도 2주 정도 빠른 것 같다. 매화, 동백, 산수유, 진달래, 목련, 조팝, 벚꽃, 수수꽃다리(라일락)……. 많은 꽃들을 거의 한꺼번에 보는 호사를 누리고 있다. 꽃들도 유난히 화사하고 찬란하다. 지난해 가을 단풍도 유난히 울긋불긋 화려하고 빛깔이 선명했다. 온통 꽃들이 만발하여 온 몸을 꽃비로 흠뻑 젖실 만큼 꽃 기운 가득한데 미치도록 슬퍼지는 것은 왜일까. 지난 가을 단풍 보며 느꼈던 ‘찬란한 슬픔’을 올 봄에도 맛보고 있다.
아피오스는 4월에 심는다. 아피오스는 싹이 올라오는데 보름 정도는 걸린다. 작년 4월에는 가뭄이 심했다. 심어놓고 물을 몇 번 주고 했는데도 싹이 올라오지 않은 것들이 많았다. 처음 재배하는 것이라 대충 해버린 결과다. 재배법을 찾아보니 싹을 틔워 심기를 권한다. 작년 가을부터 조금씩 캐서 먹고 씨앗으로 쓸 것은 자루에 넣어 땅속에 파묻어 놓았다. 올해는 싹을 튀우지 않아도 이미 싹이 나고 있다.
아피오스는 원산지가 북미다. 인디언 감자, 콩감자로도 불리는데 아직 국어사전에 등재도 안 됐다. 재배가 편하다. 게으르게 농사를 지으면 심을 때와 캘 때만 일을 하면 된다. 4월에 심어서 10월부터 그 다음 해 3월까지 캐 먹으면 된다. 캐는 재미가 좋다. 비엔나 소시지처럼 줄줄이 주렁주렁 달려 나온다.
먹기도 좋다. 쪄서 먹으면 강낭콩을 삶아 놓은 것처럼 분이 팍팍 난다. 사포닌 성분이 있어 인삼ㆍ더덕ㆍ하수오 맛이 느껴지고, 감자나 밤맛이 나기도 한다. 맛있으면서도 담백하다. 많이 먹어도 질리지 않을 만큼 맛이 강하지도 않다. 한 번도 안 먹어 본 사람은 있어도, 한 번만 먹고 그만 둔 사람은 없다. 즙을 내어 먹고, 구워 먹고, 밥이나 된장에 넣어 먹기도 하고, 가루로 만들어 각종 요리에 넣기도 한다. 술을 담궈 먹을 수도 있다. 꽃은 차나 효소로 만들어 먹는다.
아피오스의 효능은 한 마디로 건강식품의 꿈이다. 고혈압ㆍ알레르기ㆍ관절염ㆍ요통ㆍ변비ㆍ피부염ㆍ허약체질ㆍ고지혈증 등에 좋다.
나이 들어 삶의 군더더기가 빠지듯이 음식도 맛이 강한 것이 싫다. 스테비오사이드를 주입한 방울 토마토는 너무 달아 거부감이 일어난다. 글을 쓸 때도 화려한 수사(修辭)가 내키지 않는다. 아주 사소하며 맑고 단순한 것이 진리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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